[루키=이학철 기자] WKBL 주관방송사인 KBSN의 현장 리포팅을 맡는 아나운서들이 올 시즌 새롭게 바뀌었다. 이번 시즌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한 가지씩 있다. 우선 좋은 소식부터 알리자면 ‘상암동 문채원’ ‘갓향’ 등으로 불리며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향 아나운서(호칭 이하 생략)가 전격 합류한다! 

그러나 세상에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 나쁜 소식은 나머지 한명이 남자라는 것. 심지어 무척 잘 생긴 꽃미남이라고 한다. 우리 코너랑은 코드가 맞지 않는다. 주관적으로는 ‘천국과 지옥’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뭐 어찌됐든 지옥(?)에 대한 걱정은 뒤로 미뤄두자. 적어도 <월간여신>에서만큼은 천국만 등장하니 말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이향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양재 시민의 숲. 야외에서 이뤄지는 촬영의 경우 필자가 짐꾼(?)으로 전락하기 딱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더군다나 섭외 과정에서 편집장은 이향에게 짐은 담당기자가 끌고 다닐 테니 걱정 말고 마음껏 가져오라고 했단다... 

지난 6월호 본 코너에 등장했던 이지수 전 아나운서의 경우 자기 몸집만한 캐리어와 함께 해맑게 나타난 덕분에 필자가 온종일 캐리어를 끌고 연세대 캠퍼스 곳곳을 누벼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사실 그 캐리어가 촬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다행히 이번 여신은 짐을 마음껏 가지고 오라는 편집장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짐만 들고 나타났고 덕분에 필자 역시 더 이상 짐꾼 역할을 맡지 않아도 되었다. 역시... 갓향님은 등장부터 달랐다!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던 스포츠 아나운서의 꿈
아나운서라는 꿈에 도전하기 전 이향은 디자이너로 일을 했었다. 또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CF 모델과 뷰티 모델 활동도 했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었다. 

“디자이너 일을 하기도 했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가 하고 싶었거든요. ‘내가 되겠어?’라는 생각에 그저 주저하기만 했던 게 대학생 때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졸업할 때쯤 되니까 제가 제 꿈에 대해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하고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 너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됐어요.”

그렇게 자신의 꿈에 도전을 선언한 이향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은 아나운서 중에서도 스포츠 아나운서였다. 그가 이처럼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된 계기에는 스포츠를 좋아하신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아버지가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랑 많이 가까웠어요. 그리고 스포츠는 일단 즐겁잖아요. 그게 정말 매력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스포츠는 드라마보다 재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스포츠는 역사라고도 생각하거든요. 어떤 경기가 생각나면 그 때, 시대가 생각나는 것 처럼요. 그래서 제가 그런 곳에 속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이 자리를 빌려 이향을 스포츠의 길로 인도해준 아버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아버지가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시냐고 묻자 그는 “야구”라고 해맑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아차 싶었는지 “아마 농구도 좋아하셨을 거예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애써 포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버지가 좋아하는 종목까지 우리가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꿈에 도전한 이향은 스포티비에 입사하며 자신의 꿈을 이뤘고 현재는 KBSN에서 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맡았던 종목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소 흥미를 느꼈던 야구. 첫 경기에서는 너무 긴장한 탓에 잊지 못할 실수도 저질렀다. 

“첫 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갔어요. 끝나고 인터뷰를 하는데 너무 떨리는 거예요. 결국 안타를 친 김태균 선수(한화 이글스)한테 홈런 축하드린다고... 그런데 김태균 선수가 못 들은 척 해주셨어요. 제가 그때 인터뷰 전에 ‘처음인데 잘 부탁드린다’고 하니까 정말 호쾌하게 ‘제가 아나운서들 첫 인터뷰를 많이 하네요’라고도 해주셨거든요.” 

어쨌든 첫 경기의 실수를 제외하면 그 동안 크게 생각나는 실수를 한 적은 없다고... 

그럴 리가 없을 것 같아 다른 대답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지만 이향은 끝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일까? 실수를 해도 바로 바로 잊어버리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인 건 아닐까? 이향의 또 다른 실수담을 목격한 독자가 있다면 <루키 더 바스켓>에 제보 바란다.  

그렇다면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룬 이향이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는 뭔가 화려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지만 처음 본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인상인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많이 익숙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스포츠 얘기하는데 너무 화려하고 예쁘게 생기면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되잖아요. 저는 좀 편안하게 옆집 동생 같은 느낌이라 장점인 것 같아요.”(웃음)

말하다가 자기도 민망했는지 웃는다. 예쁘고 잘 생긴 사람들은 자기 외모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 같은 학원에서 배우고 있나보다. 대답들이 모두 한결같다. 도대체 옆집에 이런 동생이 살고 있는 데는 어느 동네일까. 그 동안 이사를 몇 번 다녀봤지만 이런 동생이 사는 옆집은 단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다. 자신의 옆집에 이런 동생이 살고 있는 독자 역시 제보 바란다. 

처음 맡아보는 WKBL, 걱정과 기대가 공존
그 동안 이향의 주 활동무대는 야구와 더불어 배구였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낯선 농구장으로 출근할 예정. WKBL의 경우 아무래도 처음 맡아보는 종목인 만큼 걱정과 기대가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걱정되는 건 너무 많죠. 우선 여자 농구는 팀이 6개잖아요. 야구에 비해 팀 수가 적어서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장에 나가는 아나운서도 2명이라 거의 매일 나가게 될 것 같은데... 현장에 자주 나가니까 빨리 익숙해지고 적응해서 편하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는 데는 부담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다면 기대되는 부분은?

“이번에 WKBL 구단들의 일본 전지훈련을 따라가서 선수들이랑 부딪혀 봤는데 여자 입장에서 여자 선수들을 대하니까 훨씬 편하더라고요. 같은 여자니까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벌써 친해진 선수들도 있어요. 야구는 어려서부터 많이 접해서 친숙함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맡으면서 부담감이 컸다면, 여자 농구는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 느낌으로 하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KBSN은 지난 9월 일본에서 진행된 WKBL 팀들의 전지훈련을 현지에서 취재했다. 아나운서들도 두 조로 나뉘어 현장을 방문했다. 이향은 당시 삼성생명과 우리은행, KB스타즈의 훈련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따라가 본 전지훈련 현장에서는 문화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이향이 처음 본 여자농구 훈련과 감독들의 인상은 어땠을까?

“처음에 삼성생명을 갔는데 임근배 감독님이 되게 무서웠거든요. 일본 도착하자마자 바로 간 거였는데 깜짝 놀랐죠. 그리고 다음에 우리은행을 갔는데... 아... 거기에 정말 ‘끝판왕’이 계시더라고요. 하하!”

이향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첫인상에 대해 “세상에서 본 가장 무서운 남자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암요. 남자들도 마음의 준비 없이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걸요... 

그러더니 이향은 뜬금없이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에 대해서 “진짜 시원시원하고 남자답더라”며 “딱 제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말도 안 되는 짝사랑(?)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안덕수 감독에 대해 ‘유부남’, ‘애아빠’, ‘이혁재’ 등의 수식어를 써가며 훼방을 놓았지만 “덩치가 크고 배도 나온 남자가 이상형”이란다. 연예인 중에서는 ‘살 빼기 전의 조진웅’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아니... 그러면 임근배 감독도 이상형이지 않나... 

어쨌든 여자농구 팀들의 전지훈련을 따라가며 본격적으로 ‘농구여신’ 활동을 시작한 이향은 현재 만화 슬램덩크를 보며 농구 공부를 하고 있다. 또 규정집을 일일이 찾아가며 공부하기 보다는 직접 부딪혀 가며 농구라는 종목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야구 배울 때 느낀 건데 무작정 책 같은 걸 뒤지는 것 보다는 직접 보면서 모르는 걸 찾는게 빠르더라고요. 농구도 그런 식으로 하고 있어요. 농구가 많이 어렵더라고요. 휘슬만 울려도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다 이해하고 싶은데 솔직히 처음에는 거의 모든 상황이 신세계였거든요. 계속 물어보고 찾아보면서 재밌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슬램덩크도 보고 있어요. (강)성철 선배가 그거 꼭 보라고 숙제 내주셨거든요(웃음).”

강성철 아나운서에게 특별 미션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5권 밖에 보지 못했다고. 아! 아직 이향이 5권밖에 보지 못했다는 것은 비밀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강성철 아나운서에게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주길 바란다. 강 아나운서가 이 기사는 읽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이향이 슬램덩크 5권까지 읽고 느낀 점은 “농구계의 채소연이 되겠다”는 것. 그러나 KBL 주관방송사인 MBC스포츠플러스의 김선신 아나운서가 채소연을 선점했다며 다른 걸 찾아야겠다고 한다. 

여신은 여신인데 어떤 의미든 뭔가 평범하지는 않다... 이어 이향은 자신이 종목을 옮김에 따라 허탈함을 느낄 배구 팬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거니까, 그냥 저를 잊어주세요!” 

이 발언을 KOVO에서 싫어합니다. 자기가 말하고 혼자 한없이 티 없게 ‘꺄르르’ 한바탕 웃은 이향은 깔끔하게 정리(?)에 들어갔다.

“농담이에요. 제가 배구가 싫어서 안 한다고 결정한 것도 아닌데요. 배구를 하면서도 많은 기억들이 있는데 함께했던 시간들 모두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여자농구에서도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겨울은 길잖아요! 제가 보고 싶으시면 농구장으로 넘어오세요! 농구도 보고, 배구도 보고!”

이분은 우리가 함부로 접근할 수 있는 분이 아니었다. 예사롭지 않다 했는데 ‘평범’과는 거리가 한참 먼 분이였다. 본인 스스로 “4차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렇다면 4차원 여신은 이후로 어떤 어록을 남겼을까? 2편에서 살펴보자.

②편에서 계속...  
사진=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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