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시즌 개막 첫 두 달 동안 양대지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모두 ‘제임스(James)’였다.

라스트 네임이 제임스인 선수(르브론 제임스)는 33살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보내며 클리블랜드의 반등을 이끌고 있고, 퍼스트 네임이 ‘제임스’인 선수(제임스 하든)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휴스턴의 폭주를 지휘하는 중이다.

MVP 레이스에서도 두 ‘제임스’는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큰 변수 없이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시즌 MVP 트로피의 주인공은 르브론 제임스와 제임스 하든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르브론 제임스 vs 제임스 하든. 2017-18 시즌의 MVP를 차지할 진정한 ‘킹 제임스’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 원조 ‘킹 제임스’ 르브론, 나이 뛰어넘은 존재감

‘킹 제임스(King James)’라는 별명을 먼저 얻은 선수는 당연히 르브론 제임스다. 르브론은 하든보다 6년이나 빨리 NBA에 데뷔했고, 꾸준히 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해왔다.

르브론은 이미 클리블랜드에서 2번(2009, 2010), 마이애미에서 2번(2012, 2013) MVP 트로피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당시 르브론은 누구도 막기 힘든 ‘괴수’였다. 이후에도 르브론은 늘 MVP 레이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그러나 전성기를 맞이한 후배들(케빈 듀란트, 스테픈 커리, 러셀 웨스트브룩)에게 밀려 생애 5번째 MVP 수상은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시간 13일 기준으로 르브론은 28경기에서 평균 28.2점 8.2리바운드 9.0어시스트 1.4스틸 1.1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리그 전체 득점 3위, 어시스트 5위에 올라 있으며 더블-더블은 19회로 리그 3위다. 트리플-더블도 이미 3회 달성한 상황이다. 이 역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올시즌 르브론의 가장 무서운 부분은 바로 야투 효율이다. 거리, 종류를 가리지 않고 슈팅이 무척 잘 들어가고 있다. 특히 3피트(약 1미터) 이내에서 던진 슈팅의 성공률이 79.8%로 데뷔 이래 수치가 가장 높다. 강력한 림 마무리 능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르브론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르브론은 올시즌 전체 야투 중 무려 43.6%를 3피트 이내에서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데뷔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현재 르브론은 적어도 3피트 이내 구역에서는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와 더불어 그 어떤 빅맨들보다도 위력적인 선수다. 3피트 이내 구역 야투 생산력과 효율만큼은 포워드의 무늬를 가진 리그 탑급 빅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르브론과 야니스 아데토쿤보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중장거리 점프슛이다. 이 부분에서 르브론은 ‘그리스 괴물’ 아데토쿤보를 압도하고 있다. 올시즌 르브론이 아데토쿤보를 밀어내고 동부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이유다.

올시즌 르브론은 미드레인지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16피트(약 4.87미터)에서 3점슛 라인 사이에서 던진 슛 성공률이 38.6%에 달한다. 사실 지난 시즌 르브론은 이 구역에서 성공률이 30.7%에 그쳤다. 데뷔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불과 1년 만에 수치가 다시 전성기 수준으로 돌아왔다. 30대에 들어선 이래 르브론은 단 한 번도 이 구역에서 38%가 넘는 슛 성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말 그대로 ‘회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3점슛은 아예 데뷔 이래 최고 수준의 생산력과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 르브론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2.2%에 달한다. 올시즌 경기당 2.0개의 3점슛을 성공하고 있는 리그의 모든 선수 중에서도 10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이 부문에서 르브론보다 성공률이 높은 선수들은 버디 힐드, 클레이 탐슨, 카일 코버, 로버트 코빙턴 등으로 대부분 3점슛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들이다. 르브론이 이런 선수들과 비교해도 3점슛 생산력과 성공률이 크게 밀리지 않는 것은 사실 매우 대단한 일이다. 르브론은 전문 슈터들보다 훨씬 많은 리바운드를 잡고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공수에서 훨씬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높은 점프슛 성공률을 기록하는 일이 체력 문제, 플레이 특성 때문에라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르브론은 해내고 있다.

강력한 골밑 마무리 능력을 전성기 수준으로 유지한 채 점프슛 능력까지 데뷔 이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니, 르브론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ESPN의 케빈 펠튼 기자는 12일 작성한 칼럼을 통해 ‘올시즌 르브론이 보여주고 있는 성취는 어쨌든 엄청난 수준이다’라며 ‘지난해 르브론은 몸 관리에만 2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투자가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며 르브론에 찾아온 두 번째 전성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 새로운 ‘킹 제임스’ 제임스 하든, MVP 3수 도전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가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현지 매체들은 MVP 레이스 1위로 다른 ‘제임스’를 꼽고 있다. 바로 또 다른 ‘킹 제임스’ 제임스 하든이다.

사실 하든은 생애 첫 올 NBA 퍼스트-팀에 선정된 2013-14 시즌부터 리그 최고급 선수였다. 그리고 이후에도 꾸준히 경기력이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4-15 시즌에는 다소의 논란 속에 커리에게 MVP를 빼앗겼으며, 지난 시즌에는 절친 러셀 웨스트브룩이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면서 역시 MVP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하든은 평균 29.1점 8.1리바운드 11.2어시스트 트리플-더블 22회를 기록했다. 사실 웬만한 시즌이었다면 MVP 수상은 물론이고 역대에서도 손꼽힐 만한 놀라운 시즌을 보냈다. 득점 2위, 어시스트 1위, 트리플-더블 2위, 경기당 3점슛 성공 4위에 올랐고 팀 성적도 55승 27패 서부지구 3위로 MVP 후보로서는 모자람이 없었다.

다만 역대 두 번째 평균 트리플-더블 시즌을 보내는 동시에, 단일 시즌 최다 트리플-더블 기록까지 새로운 러셀 웨스트브룩의 존재감이 워낙 대단했다. 시즌 막판 웨스트브룩이 연달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현지 기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준 것도 결정적이었다. 하든의 MVP ‘재수’는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올시즌을 앞두고 휴스턴은 8대1 트레이드를 통해 리그 최고급 포인트가드인 크리스 폴을 영입했다. 폴이 합류하면서 하든의 공격 점유율과 개인 성적이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하든이 MVP 후보로 많이 거론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크리스 폴이 개막전에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부상 복귀 후에도 1인자가 아닌 조력자를 자처하면서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올시즌 하든은 코트에서 지난 시즌 못지않은 폭격을 해내는 중이다. 평균 32.0점 5.1리바운드 9.5어시스트 1.9스틸을 기록 중이다. 좋은 동료들의 합류로 리바운드 수치는 감소했지만 더 많은 득점을 해내며 공격에서 뛰어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경기당 3점슛 성공은 4.4개로 리그 전체 1위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10.8개의 3점슛을 던짐에도 성공률이 40.6%에 육박한다.

올시즌 NBA 사무국은 선수들의 지나친 자유투 유도를 억제하기 위해 일명 ‘하든-룰(Harden-Rule)’을 도입했다. 파울을 당한 뒤에 뒤늦게 양손으로 볼을 캐치하고 슛을 던져 자유투를 유도하는 행위를 더 이상 슈팅 파울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손해가 될 규정이 생겼음에도 하든은 올시즌 경기당 9.3개의 자유투를 얻어내고 있다.(1위 야니스 아데토쿤보 9.8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자유투 성공은 8.0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크리스 폴의 합류도, 새로운 규정의 탄생도 하든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하든은 30득점 이상 경기(9회)와 40득점 이상 경기(3회, 공동 1위)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제임스 하든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자신의 슛을 던지는 상황이 어떻든 슈팅 효율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NBA.com에 따르면 올시즌 하든은 자신과 수비수의 거리가 2피트(약 61cm) 이하일 때 던진 슈팅의 성공률이 무려 56.1%에 달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자주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수비수와의 거리가 2-4피트일 때(46.6%), 4-6피트일 때(49.5%), 6피트 이상일 때(49.1%)보다도 오히려 성공률이 더 높은 것은 매우 기이한 현상이다. 다시 말해 수비수가 아무리 하든을 밀착 마크하고 슈팅을 적극적으로 방해해도 하든은 매우 높은 확률로 야투를 성공하고 있다. ‘unstoppable(막을 수 없는)’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선수는 없다.

 

한편 일반적으로 드리블을 많이 한 뒤 던지는 슈팅은 농구에서 비효율적인 슈팅으로 간주된다. 드리블을 하다가 던지는 풀업 점프슛 자체가 확률이 떨어지는 데다, 많은 드리블은 팀 전체 공격 전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시즌 하든은 이 같은 농구의 ‘일반론’에서도 예외에 해당하는 선수다. 올시즌 하든은 전체 슈팅의 절반에 가까운 무려 45.3%를 7번 이상의 드리블을 친 뒤 던지고 있는데, 이때 시도한 야투의 성공률이 53.3%, 3점슛 성공률이 44.1%에 육박한다.

결국 하든이 많은 드리블을 치며 수비수를 교란한 뒤 던지는 슈팅은 2번 던지면 1번 이상 들어가고 3점슛도 10번 중 4번 이상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비현실적인 수치다. 웬만한 볼 핸들링 기술과 스텝, 페이크 기술을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기록만 봐도 올시즌 제임스 하든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휴스턴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지난 11월 말 휴스턴 지역 언론인 「휴스턴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하든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댄토니는 “하든은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더 성장했다”라며 “하든은 완전히 다른 레벨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공격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한 수준으로 뛰어나다”라고 했다.

그리고 댄토니의 인터뷰에 대해 하든은 “나는 예전에도 이 정도는 하는 선수였다”라며 농담으로 받아쳤는데, 이 대목에서 지금 하든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 여전히 유리한 쪽은 제임스 하든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2017-18 시즌이 이제 막 4분의 1 지점을 지났다는 점이다.

즉 모든 팀과 선수는 정규시즌을 마무리할 때까지 지금까지의 여정을 3번이나 더 거쳐야 한다. 아직 정규시즌이 4달이나 남았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르브론 제임스와 제임스 하든의 MVP 경쟁을 시즌 중반은 물론 후반까지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양상을 봤을 때 앞으로 MVP 레이스가 르브론과 하든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도는 짐작해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했을 때 더 유리해 보이는 쪽은 제임스 하든이다.

일단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과 MVP 경쟁을 펼치던 하든과, 올시즌 르브론과 MVP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하든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출전 시간이다.

2016-17 시즌에 하든은 시즌 첫 2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6.9분을 뛰었다. 당시 기준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출전 시간이 높은 선수였다.

하든도 리그에서 손꼽히는 ‘금강불괴’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고 웬만하면 경기에 나선다. 하지만 아무리 단단한 강철이라도 자꾸 쓰고 굴리면 녹이 슬고 마모되기 마련이다. 매경기 37분을 뛰던 하든은 결국 시즌 중후반부터는 손목 부상을 안고 뛰어야 했고 페이스도 떨어졌다. 이 시점에 웨스트브룩이 신기록을 달성하며 더 폭주하면서 하든은 MVP 레이스에서 웨스트브룩에게 역전 당했다.

실제로 올스타 휴식기 이후 첫 18경기에서 하든은 평균 28.9점으로 여전히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했지만 야투 성공률이 44.3%, 3점슛 성공률이 31.6%로 잠시 하락하는 부진을 겪었다. 페이스 조절과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한 시즌이었다.

그런데 올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올시즌 25경기에서 하든은 경기당 평균 35.9분만 뛰고 있다. 리그 12위로 실제 출전 시간과 이 부문 순위 모두 하락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올시즌 더욱 강해진 휴스턴이 완승을 많이 거두면서 하든을 경기 막판에 투입할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크리스 폴이 합류하면서 하든이 코트에 없을 때도 휴스턴이 일정 수준의 공격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시즌 휴스턴은 하든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던 총 288분의 시간 동안 105.3의 공격 효율 지수(Offensive Rating, 100번의 공격 기회에서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득점 기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시즌 다른 팀들의 공격 효율 지수와 비교해도 리그에서 13번째로 높은 수치다.

즉 올시즌 휴스턴은 하든이 벤치에서 쉬고 있을 때도 샌안토니오, 뉴욕, 보스턴(이상 105.1), 필라델피아(104.6)를 포함한 17개 팀보다 좋은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하든이 코트에 있을 때 휴스턴의 공격 효율 지수가 119.2로 너무 높을 뿐이다. 크리스 폴 영입이 휴스턴에게 얼마나 대단한 ‘신의 한 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크리스 폴의 합류는 하든이 MVP 레이스를 위한 체력을 관리하는데도 유의미한 도움을 주고 있다.

 

반면 르브론 제임스는 올시즌 출전 시간을 전혀 관리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못하고 있다’ 보다는 ‘않고 있다’가 더 적합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르브론은 개막 초반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던 클리블랜드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하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 28경기에서 평균 37.2분을 뛰며 출전 시간 부문 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밀워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37.5분)인데, 그 차이가 0.3분으로 크지 않다. 게다가 르브론은 곧 33살이 되는 베테랑이다. 아직 만 23살인 아데토쿤보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올시즌 평균 출전 시간 상위 10인 중 30대인 선수는 르브론이 유일하다. 상위 20명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르브론과 마크 가솔(35.0분) 2명뿐이다. 르브론이 나이 대비 얼마나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르브론이 시즌 초반 폭주하고 있지만, 이렇게 긴 시간을 계속 뛰다 보면 체력 하락으로 페이스가 떨어지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르브론은 트레이닝 캠프에서 당한 발목 부상에서 100% 회복되지 않았다. 통증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상을 안고 오랜 시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아무리 외계인 같은 르브론이라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르브론은 누적 출전 시간 기록에서 현역 4위, 통산 26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출전 시간 마일리지를 무수히 쌓아온 선수이기도 하다.

사실 르브론의 긴 출전 시간을 클리블랜드가 방관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클리블랜드는 시즌 초반 아이재아 토마스, 데릭 로즈, 케빈 러브, 트리스탄 탐슨, 이만 셤퍼트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계속 결장하거나 종종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개막 초반 팀 경기력도 너무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출전 시간을 관리 받는 것은 에이스인 르브론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지금 르브론은 본인이 직접 터런 루 감독과 상의한 뒤 팀을 위해 장시간 출전을 강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클리블랜드는 조만간 부상자들이 복귀한다. 이미 14일 애틀랜타전에서 트리스탄 탐슨이 제한된 시간(5분 49초)동안 복귀전을 치렀다. 엉덩이 부상으로 아직 르브론과 한 번도 손발을 맞춰보지 못한 아이재아 토마스는 빠르면 12월 중순 혹은 골든스테이트와의 크리스마스 매치를 전후해 복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상태이며, 4대4 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한다.

특히 토마스의 복귀는 르브론의 출전 시간 관리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초반 너무 대단한 페이스를 보였던 르브론이지만, 어차피 클리블랜드는 플레이오프 이후를 목표로 삼는 팀이다. 이미 팀 성적이 동부지구 최상위권에 다시 진입한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르브론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줄 것이 유력하다. 아이재아 토마스가 지난 시즌 보여준 기량을 클리블랜드에서 다시 보여준다면 르브론의 출전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완승 혹은 낙승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리그 2위에 달하는 르브론의 높은 출전 시간은 두 가지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르브론 본인이 과부하로 페이스가 떨어지거나, 많은 출전 시간의 원인이었던 동료들의 부상 문제가 해소되면서 출전 시간을 본격적으로 관리 받는 국면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두 번째의 경우 르브론은 코트에서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균 기록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즉 두 가지 상황 중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르브론은 개인 기록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출전 시간을 관리 받으며 안정적인 페이스로 질주하고 있는 제임스 하든이 향후 MVP 레이스에서 르브론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지어 현재 제임스 하든이 르브론보다 활약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MVP 레이스에서 하든은 1위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 르브론을 억지로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MVP 트로피를 노릴 경우 더 무리해야 할 쪽은 오히려 르브론이다. 하지만 르브론이 MVP 트로피를 위해 지금보다 무리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없다. 이미 4번의 MVP를 수상한 데다, 지금 르브론에게는 당연히 우승 트로피가 MVP 트로피보다 가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까지의 MVP 레이스는 두 가지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1. 르브론 제임스와 제임스 하든은 올시즌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치며 MVP 레이스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2. 출전 시간 변수, 현재까지의 활약상, 동기 부여라는 측면을 모두 고려했을 때 MVP 레이스에서 더 유리한 선수는 제임스 하든이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끔찍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갑자기 둘 중 한 선수에게 예기치 못한 큰 부상이 찾아올 수도 있고, 두 선수가 처한 팀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금강불괴’ 르브론이 아이재아 토마스의 복귀에도 긴 출전 시간을 유지하며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미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해내고 있는 ‘외계인’ 르브론이기에 거론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아무튼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지금 두 명의 ‘킹 제임스’는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MVP 레이스를 펼치고 있으며, 이 레이스가 NBA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두 ‘제임스’의 치열한 MVP 레이스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 정말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 제작 = 이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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