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 21살 최규희

[루키=최기창 기자] 물론 동갑이라는 것 이외의 공통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엄다영(이하 '엄') : 둘다 쇼핑을 좋아해요. 저희가 첫 시즌에 우승 여행을 싱가포르와 몰디브로 다녀왔어요. 그때 다른 언니들은 모두 놀이공원에 다녀왔는데 저희 둘만 쇼핑을 했어요.

하지만 이내 곧 차이점이 드러났다. 

 : 규희가 계속 질문을 하더라고요. 이게 어떤지, 저게 어울리는지… 처음에는 성실하게 대답했죠. (웃음) 근데 저도 골라야 하잖아요. 나중에는 조금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알아서 고르라고 화를 냈죠. 그랬더니 매장에 있는 한국인 직원한테 가서 비슷한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 직원도 처음에는 성심성의껏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지쳐 하더라고요. 그 분도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규희는 결정 장애가 있어요. 저렇게 고민한 뒤 물건을 사도 후회를 해요. 저는 아니거든요. 네가 이상한 거야!!
최규희(이하 '최) : 맞아요. (웃음) 제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살짝 결벽증도 있고… 제가 성격상 같이 샤워하는 것은 물론 이불 같이 쓰는 거, 양말을 빌려주거나… 그런 것들을 잘 안 해요. 지금은 그나마 괜찮아요. 제가 고교 시절까지 합숙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가봐요.
루키더바스켓(이하 'RTB') : 그럼 여동생이 옷을 빌려 입는 건 괜찮아요?
 : 그건 괜찮아요! 집에서는 엄마가 옷을 다 빨아 주시니까요. 근데 사실 뭘 산다고 결정하면 동생한테 또 한 번 물어봐야 해요.
 : 야! 그럼 도대체 나한텐 왜 묻냐!!!???? 

이윽고 엄다영은 최규희에 대해 추가로 폭로했다. 

 : 그리고 얘는 자기 주관은 없으면서 이상하게 고집이 있어요. 저는 딱 보고 맘에 들면 사는데, 얘는 신상품인지 아닌지부터 신경을 써요. 신상품에 큰 애착이 있다니까요. 근데 막상 살 때는 많이 물어봐요!
 : 저 진짜 그래요. 듣고 보니까 되게 큰일이네요. (웃음)

“얘도 문제지만 저도 문제에요”
서로에게서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하는 시간을 보낼 때였다. 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랐다. 최규희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면, 엄다영은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YOLO였다. 

 : 다영이는요, (엄다영 눈치를 보며) 돈을 펑펑 써요. 지금 나이에 쓸 수 없는 소비를 하는 것 같아요.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사요. 저는 그래도 차곡차곡 적금도 하거든요.
 : 나도 적금해! 그리고 너 지금 통장 잔고가 빵(?) 원이잖아!! 그리고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 솔직히 나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과로사 할 것 같아. (웃음)
최 : 에이. 훈련이 많긴 해도 운동 많이 해서 과로사한 사람은 없다~
 : 야! 내가 최초가 될 수도 있지!!!

다른 점은 또 있었다. 한 명은 버릴 물건에 미련이 없는 성격이었고, 다른 한 명은 정반대였다.

 : 다영이가 스킨로션을 산 적이 있어요. 그때 딱 한 번 쓰고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더 좋은 게 생겼다고 하면서요. 근데 그걸 그냥 버린다고 하는 거예요.
 : 아니 안 쓰는 데 썩혀두면 뭐해.
 : 그럴 거면 저를 달라고 했죠. 

이때까지는 최규희가 그 누구보다 알뜰해 보였다. 사실 숙소에서도 어지르는 건 엄다영의 몫이고 치우는 건 최규희의 몫이라는 데에 둘 모두 인정한 후였기에 살짝 ‘여자친구 같은’ 엄다영과 ‘현모양처 같은’ 최규희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만 들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근데 너도 그렇게 가져간 뒤에 결국 안 써서 쓰레기통에 버리잖아.
 : 맞아요. 사실 저도 문제에요 (웃음)

네. 둘 다 서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행이에요... 

‘엄다영이 어지르고 최규희가 치운다’라는 명제에 대해 팀 선배인 박혜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둘 다 지저분하단다. 정리가 안 된다고... 

사실 박혜진의 방은 상상 이상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방에 침대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소문. 심지어 택배가 와도 꺼내지 않고 박스에 든 채로 구석에 두고 쓰다가 치운다는 말도 있다.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게 꿈
친한 둘이지만, 숙소 밖에서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은 별로 없다고 했다.

 : 약속을 아예 잡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근데 항상 문제는 규희죠. 규희가 집순이잖아요. 그래서 규희가 항상 약속을 깨요. 그러고 나서 ‘미안해 다영아. 나 집에 가고 싶어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라고 말해요. 그럼 전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죠. ‘아! 오늘도 최콩이(최규희네 강아지 이름)한테 내가 밀렸구나’하고요. 제가 개한테 진 거죠!
 : 그건 정말 강아지 때문이 아니에요. (웃음) 사실 전 약속을 잘 잡지 않아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그러나 최규희의 절친답게 엄다영은 나름 ‘최규희 사용법’을 알고 있었다.

 : 밖에서 아예 보지 않은 건 아니에요. 물론 제가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에 규희가 낀 거죠. 만나기 직전에 연락해야 규희가 약속을 안 깨요. 뭔가 기간을 길게 두고 약속을 하면 규희가 항상 취소하거든요.

둘은 다음 휴가 때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시즌 끝나고 휴가를 받으면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아직 장소는 정하지 않았어요. : 근데 정말 우리 어디로 가?
 : 몰라. 그건 네가 정해야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다!
RTB : 근데 기간이 많이 남았는데, 이번에도 취소하는 거 아니에요?
 : 에이~ 아니에요. 이번에는 시간을 무조건 낼 거에요.
 : 저는 규희랑 함께 놀러가 보고 싶어요. 해외여행도 가고, 가까운 가평도 가보고 싶어요. : 저는 다영이랑 조용한 곳에 가보고 싶어요. 서로 고급스럽게 꾸민 다음 박물관 같은 곳에 가보고 싶어요.
 : 뭐? 어디? 박물관? 그런 데를 왜 가? 나 절대 안 가!!
 : 아니, 외국 박물관은 상당히 고급스럽잖아요. 그런 곳에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싶어요. 너도 사진 찍는 거 좋아하잖아. 

... 여행... 가능할까? 이번에는 처음으로 엄다영이 약속을 깰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들의 대화는 서로에게 이상형을 추천해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RTB : 서로 잘 알잖아요.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는지 추천해 볼까요?
 : 다영이는 딱 다영이 같은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야 할 것 같아요. 
 : 야! 서로 성격 비슷해서 지난번에 싸우고 헤어졌잖아.
 : 아니야. 넌 비슷한 성격을 만나야 돼. 제가 다영이를 겪어보니까 성격이 너무 다르면 상대방이 힘들 것 같아요. 너무 갑과 을이 될 것 같아요. 지금 저를 보세요. 전~혀~ 평등하지 않잖아요. (웃음)
 : 규희는 정말 이해심이 넓은 남자를 만나야 해요. 딱 ‘어른’요.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요. 규희한테 설명 해줄 것이 많거든요.(웃음) 대신 화는 안 내면서 친절하게 잘 가르쳐줘야죠! 또 순간순간 결정을 잘하는 남자를 만나야 해요.

너무 다르지만, 잘 어울리는 두 선수. 퓨처스리그와 이번 박신자컵에서는 함께 호흡을 맞추며 뜨겁게 코트를 달궜다. 이들이 언젠가는 1군 무대 위에서도 찰떡궁합을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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