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선수들의 숙소를 방문하는 룸메이트. ‘박신자컵’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서 강원도 속초에서 그들이 묵은 숙소를 찾았다. 주인공은 우리은행의 엄다영과 최규희. 

둘은 우리은행 장위동 숙소에서도 같은 방을 쓴다. 동갑내기에다 잘 알려지지 않은 두 선수. 사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한 이들이었지만, 엄다영과 최규희는 자석의 S극과 N극처럼 기막힌 호흡을 자랑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정반대에서 선 동갑내기

엄다영과 최규희는 입단 동기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매우 다르다. 춘천여고를 졸업한 엄다영은 2016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당시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지명한 선수다.

반면, 선일여고 출신 최규희는 같은 해 4라운드에서 선발됐다. 당시 드래프트 참가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프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게다가 여자농구가 대체로 2라운드까지만 지명하는 것을 생각하면, 어렵사리 프로선수가 된 경우다.

또 둘은 포지션도 각각 다르다. 심지어 머리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성격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인터뷰를 대하는 첫 태도 역시 달랐다.

최규희(이상 ‘최’) : 제가 여수에서 정말 많이 탔거든요… 포샵(?) 좀 해서 하얗게 해 주세요.
엄다영(이상 ‘엄’) : 아이~뭘 그런 걸 해? 전 괜찮아요~(웃음)

있는 그대로 촬영을 하겠다는 엄다영과 쭈뼛대며 보정을 요구하는 최규희. 이윽고 둘의 권력(?) 관계를 알 수 있는 대화가 나왔다.

최규희는 8월 21일 KEB하나은행전에서 오른쪽 이마에 상처를 입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다친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루키 더 바스켓(이상 RTB) : 이마에 있는 상처는 이번 박신자컵 때 다친 거죠? 
 : 네 맞아요. 저기, 그런데… 이마 상처보다 온몸을 하얗게 보정해주실 수는 없나요?
 : 야! 왜 맞고 다녀~ 창피하게!

방장과 방졸, 갑과을, 혹은 아가씨와 집사
엄다영과 최규희 사이의 대화에서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일정한 형태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엄다영이 최규희의 무언가를 지적한다. 그 말을 들은 최규희는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이내 곧 그것이 옳다고 수긍한다. 

보통의 친구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과는 살짝 다르다. 갑과 을? 아니, 오히려 ‘갑과 을’을 넘어선 관계라는 느낌이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편하게 앉아있는 엄다영과 달리 최규희는 두 손과 다리를 공손하게 모은 채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냥 그 모습이 일반적인 양, 둘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RTB : 대화를 들어보니 방장과 방졸의 관계네요.
 : 맞아요. 제가 방장이고, 얘가 방졸이에요. (웃음) 근데 인정을 안 해요.
RTB : 그럼 엄다영 선수가 방장이니까 밥도 사주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 맞아요! 맞아요!!
 : 야!! 맞긴 뭐가 맞아? 제가 (최)규희한테 준 게 얼마나 많은 데요~
 : 나는 그러면 뭐 가만히만 있었어??
 : 야! 네가 나한테 뭘 줬는데? 어?? 난 너한테 스킨로션 세트도 주고, 옷도 줬잖아. 
 : 아! 그렇네. 난 준 게 없네. (웃음)

서로의 서열(?)을 정리한 뒤 절친한 동갑내기답게 폭로를 이어갔다.

 : (엄)다영이가 옆 사람에게 이것저것 많이 줘요. 근데 그 주는 게 사실 버리는 걸 줘요. 그냥 저한테 버린 거예요.
 : 야! 무슨 버리는 옷이야! 새 옷이잖아!! 뜯지도 않은 새 옷! 볼 땐 예뻤는데 막상 배송 받아보면, 스타일하고 조금 안 맞는 옷들 있잖아요. 그런 거 보면 규희는 달라고 해요. 그리고 원정을 가면 간식을 받거든요. 유제품 같은 거. 근데 가끔 먹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럼 그것도 규희가 가져가요. 
 : 아니, 사실 버리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가지고 있다가 냉장고에 넣어두는 거예요.
RTB : 아, 그럼 앞으로는 그걸 피부에 양보하세요!
 : 그럼 하얘질 수 있겠다. (웃음) 화이팅!

둘은 외박을 보내는 스타일도 다르다. 

 : 토요일 오전 운동 끝나고 외박을 받으면, 규희는 씻지도 않고 바로 집에 가요. 숙소에서 제일 먼저 사라져요! 집에 있는 개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에요. 우리 규희는 친구가 없어요. (웃음) 쉴 때 전화해서 물어보면 매번 집에서 강아지랑 논다고 그래요. 
 : 다영이는 친구가 정말 많아요. 이 분야, 저 분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외박 나가기 2~3일 전에 뭐할 거냐고 물어보면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해요. 할 거 없다고... 그러다가 외박 나가기 직전에 다시 물어보면 약속이 쭉 있어요.
 : 서로 아예 달라요. 그래서 별로 트러블이 없는 것 같아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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