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골든스테이트를 완파한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클라호마시티가 다시 연패에 빠졌다.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행보가 여전히 불안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댈러스 아메리칸 에어라인즈 센터에서 열린 2017-2018 NBA 정규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경기에서 81-97로 완패했다.

댈러스는 올시즌 서부지구 최약체로 꼽히는 팀. 현재 피닉스, 새크라멘토 등과 서부지구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시즌 초반 댈러스는 공격은 답답하고 수비는 불안한 팀이다. 한 마디로 공격과 수비 둘 안 된다. 그런데 이런 댈러스에게 오클라호마시티는 16점 차 완패를 당했다. 경기 한 때 무려 26점 차로 리드 당했고, 4쿼터를 시작할 시점에는 23점 차로 뒤지며 이미 패색이 짙었다. 단순한 이변이라기엔 너무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였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3일 골든스테이트와의 홈 경기에서 108-91 승리를 거뒀다. 케빈 듀란트를 상대로 시원한 복수에 성공했다. 경기 한 때 26점 차까지 앞서며 시즌 초반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반전할 계기를 마련했다. 이 경기 전까지 오클라호마시티의 성적은 7승 9패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전 이후 2경기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귀신 같이(?) 연패를 당했다. 디트로이트-댈러스에 모두 패하면서 5할 승률 진입에 또 다시 실패했다. 이번 2연패를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를 기록한 오클라호마시티의 분위기는 다시 하락세다. 골든스테이트전을 뺀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졌다. 현재 오클라호마시티의 시즌 성적은 8승 11패로 서부지구 10위에 머무는 중이다. 시즌 초반 주춤하고 있는 유타, 레이커스보다도 순위가 낮고 부상 병동인 멤피스, LA 클리퍼스에는 불과 0.5경기 앞서 있다. 지금 오클라호마시티는 결코 강호로 분류할 수 없는 팀이다.

수비는 문제가 없다.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수비 효율 지수(Defensive Ratings) 기록에서 보스턴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평균 실점 2위(98.1점), 야투 허용률 6위(43.9%), 실책 유발 1위(18.8개) 등 수비 관련 기록은 대부분 리그 최상위권이다. 폴 조지, 안드레 로버슨, 스티븐 애덤스 등 리그 최고급 수비수들을 보유한 데다 수비 조직력도 매우 탄탄하다.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보스턴과 더불어 리그 최고의 수비 팀이다.

문제는 공격이다. 공격 효율 지수(Offensive Ratings)가 리그 22위에 불과하다. 평균 득점 23위(102.0점), 야투율 25위(43.9%), 3점슛 성공률 25위(34.5%)에 머물고 있다. 수비는 좋은데 늘 공격이 문제를 일으킨다. 110점 이상 쏟아 붓는 경기가 드물다. 오히려 두 자릿수 득점 경기가 더 잦다. ‘빅3’를 보유한 팀이라기엔 너무 아쉬운 공격력이다.

 

비효율적인 1대1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리그에서 1대1 공격 빈도가 가장 높은 팀이다.(13.2%) 러셀 웨스트브룩, 카멜로 앤써니, 폴 조지의 개인 득점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1대1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1대1 공격 PPP(Points Per Possession, 공격을 한 번 시도했을 때 생산하는 득점을 나타내는 기록) 수치는 0.90점으로 리그 15위다. 1대1 공격은 리그에서 가장 많지만 그 효율은 중간 수준인 셈이다.

이적생 카멜로 앤써니, 폴 조지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카멜로 앤써니는 올시즌 26.0%의 1대1 공격 빈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팀 내 1위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3위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치다. 하지만 1대1 공격 시 앤써니의 야투율은 39.5%에 불과하다. PPP는 고작 0.83점이다.

폴 조지 역시 16.1%의 1대1 공격 빈도를 기록 중이나, 1대1 공격 시 야투율은 35.3%이고 PPP는 0.80점으로 빅3 중 가장 낮다. 앤써니와 폴 조지가 많은 1대1 공격을 시도함에도 형편없는 효율을 기록하면서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빌리 도노번 감독의 대처도 아쉽다. 현재 오클라호마시티는 잦은 1대1 공격과 터프슛 시도에 팀 공격이 망가지고 있다. 경기당 패스 횟수가 257.5회로 리그 꼴찌에 머물고 있으며, 볼을 한 번 만졌을 때의 평균 소유 시간은 3.32초로 리그에서 4번째로 길다. 드리블 후 점프슛을 의미하는 풀업 점프슛 시도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팀이지만(경기당 평균 27.1회), 정작 풀업 점프슛의 성공률은 34.8%로 리그 24위다.

하지만 도노번 감독은 시즌의 4분의 1이 다 되어가도록 이 부분에서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그저 빅3에게 개인 공격을 맡기기에만 바쁘다. 이렇다 보니 웨스트브룩, 앤써니, 폴 조지의 슈팅 감각에 따라 팀 전체 공격력이 크게 요동친다. 패하는 날이면 빅3 중 한 명의 반드시 ‘X맨’이 되곤 한다.

26일 댈러스전의 X맨은 폴 조지였다. 이날 폴 조지는 12개의 슈팅을 던져 단 1개만 성공했다. 야투율이 8.3%로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28점 12리바운드 9어시스트 3점슛 4개로 트리플-더블급의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이날도 오클라호마시티는 빅3가 서로를 도와가며 승리를 이끌지 못하고, 빅3 중 한 명이 야투 부진으로 경기 전체를 그르쳤다.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가 패할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다.

결국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20경기 가까이 손발을 맞춰 보았다. 그런데도 개막 초반과 지금을 비교하면 공격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쯤 되면 빅3의 들쑥날쑥한 야투 감각은 ‘상수’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빅3의 야투 기복이 팀 전체 공격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격 시스템을 손 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별다른 변화 없이 경기를 치른다면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 내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다가 주저앉을 것이다. 지금의 부진을 단순한 호흡의 문제, 팀 적응의 문제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간다면 위험하다. 이미 시간이 적지 않게 흘렀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