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②편에 이어.. 

전력 약화가 두드러진 올 시즌, 그래도 목표는 우승!

지난 시즌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늦게 시즌을 끝낸 KGC인삼공사와 우리은행이지만 올 시즌은 다소 부침이 예상된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의 열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우선 KGC인삼공사는 우승의 주역 중 2명이나 팀을 떠났다. 주포 이정현은 FA 자격을 얻어 KCC 유니폼을 입었고 재계약한 외국선수 키퍼 사익스는 돌연 터키 리그행을 선언해 합류하지 못했다. 김승기 감독은 사익스 대신 득점력을 갖춘 마이클 이페브라를 수혈했고 이정현의 공백은 강병현과 전성현 등 국내 선수들로 메운다는 복안이지만 당장의 전력 손실은 피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선수들의 이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지금 있는 선수들이 메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병현이 형도 준비 많이 했고 전성현이라는 좋은 슈터도 있죠. 또 이페브라가 와서 2,3번 포지션에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선수들이 잘 적응하면 우승이라는 목표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정현과 사익스 등 득점력이 있는 선수들이 팀을 떠났지만 KGC인삼공사는 여전히 올 시즌에도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양희종과 데이비드 사이먼 등 기존의 우승 멤버들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안정적인 득점력과 리바운드 장악력을 갖춘 토종 센터 오세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오세근에게 필요한 것은 기량 발전이 아닌 컨디션 조절이다. 리그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려면 건강한 몸과 체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일본 전지훈련 때부터 컨디션을 조절했고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조금씩 연습경기에 나서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연습경기에서는 25~30분 정도를 뛰었고 경기 체력은 리그를 치르면서 조금씩 올릴 예정이다.
그는 올 시즌 팀의 우승과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로 트리플더블을 꼽았다. 지금까지 두 번 정도 할 기회가 있었으나 어시스트와 리바운드가 모자라 아쉽게 놓친 경험이 있다. 그리고 팀의 기둥답게 리바운드를 더 많이 걷어내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리바운드 숫자를 더 늘리려고 해요. 목표를 경기당 10개로 잡고 있죠.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리바운드는 제가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리는 부분이라 더 잘하고 싶어요. 공격은 물론이고 궂은일 같은 것에서도 한 발 더 뛰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승이요? 당연히 하고 싶죠. 전력에 상관없이 우승에 도전하는 건 변함이 없어요. 아까 박혜진 선수 유니폼에 새겨진 별들을 보니까 너무 부럽더라고요.(우리은행 유니폼에는 무려 9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선수로서 한 5번은 우승을 하고 싶어요.”

박혜진이 속한 우리은행 역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전력 변화가 눈에 띈다. 센터 양지희가 은퇴를 선언했고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 여겼던 이선화 역시 팀을 떠났다. 외국인선수 역시 시즌 직전 두 명 모두를 교체하는 등 이래저래 우여곡절이 많았다. FA 자격을 얻은 슈터 김정은이 가세한 게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 하지만 정작 외부의 시선은 ‘그래도 올 시즌 여자농구 우승은 우리은행’이라는 반응이다.

“매 시즌을 준비할 때 우승을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언제나 플레이오프에 가고 그 이후에 다음을 생각하자였죠. 하지만 올 시즌은 유독 더 치열할 것 같긴 해요. 우리가 스스로 우승후보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어쨌든 이겨야 하는 상황이니까. 많이 힘들게 경기를 할 것 같아요. 흔히들 ‘우리은행이 너무 혼자 다 하는 것 아니냐’라는 얘기가 있는데, 저희가 5차례 우승하는 동안 운동을 많이 안하고 놀았으면 이해를 할 텐데 그게 아니거든요. 저희 내부적으로는 다른 팀보다 항상 (운동을) 많이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 결과를 올해도 우승이라는 선물로 보답 받고 싶어요.”

Behind Story

오세근와 박혜진의 공통분모, 처제이자 동기 강민지

첫 만남에서 어색함의 극치를 달리던 오세근과 박혜진이 웃으며 말을 트게 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박혜진의 우리은행 입단 동기이자 오세근의 처제인 강민지다. 강민지는 우리은행 소속으로 2008~2009시즌에 단 3경기만을 뛰고 은퇴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박혜진과 더불어 우리은행에서 막내 생활을 했다는 것.
박혜진은 “아무래도 신입생 때는 청소나 빨래 같은 일을 도맡아 하다보니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죠. 어려움을 같이 나누던 사이니까요. 민지하고 다른 친구에 저까지 동기가 3명이었는데 1년이 지나고 둘은 은퇴하고 저만 남게 됐어요”라고 했다.
오세근은 이 말에 맞장구를 치며 “처제가 농구선수였다고 하는데 하는 얘기가 모두 빨래나 청소한 얘기였어요.(웃음) 그런데 처제랑 동기였다니 신기하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예민한 성격에 잠 못 이루는 것도 같아

서울 장위동에서 경기도 안양까지 장거리 이동을 해서인지 왠지 피곤해 보이는 박혜진에게 ‘힘들어 보인다’고 말하자 ‘예민해서 평소 잠을 잘 못 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서 그는 “경기가 있는 날에는 설쳐서 잠을 잘 못자는 편이에요. 대신 경기 다음날은 오전 훈련이 없기 때문에 그때 잠을 좀 자요”라고 했다. 그러자 오세근 역시 “저도 예민한 성격이라 잠을 잘 못자요. 평소에도 못 자는데 경기 뛴 날은 더 못 자죠. 대신 다음날 오전에 푹 자면서 체력을 보충해요”라고 했다. 농구를 잘하려면 잠을 잘 못 자야 하나 보다. 

힘들어도 쉴 수 없는 고달픈 숙명

오세근과 박혜진 모두 팀의 주축 멤버다 보니 코트 위에서 뛰는 시간이 많다. 물론 선수라면 벤치보다 코트 위에서 뛰는 걸 원하지만 그게 긴 장기 레이스에 매 경기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이라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이들도 사람인만큼 간간이 벤치에 앉아 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언급한 대로 둘 모두 주축 멤버다 보니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는 게 숙명 아닌 숙명. 특히 그 시점이 팀의 승패가 왔다갔다하는 승부처라면 더더욱 그렇다.
박혜진은 “저희 감독 스타일 아시잖아요? 바꿔달라고 하면 더 뛰게 하시는 분인데. 가끔씩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데 그게 진심이 아닌 거예요. ‘괜찮아야 돼’라는 뒤편에 숨겨진 속뜻이 느껴지죠”라고 말했다.
참 신기한 게 이런 것은 남녀 차이가 없나 보다. 오세근은 “저는 가끔씩 교체 사인을 보낼 때가 있어요. 그러다 중요한 때가 되면 ‘괜찮지? 바꿔줘?’라고 물어보시면서 더 뛰라고 해요”라고 말했다. 좋은 선수가 되는 길은 참 힘들고 험난한 것 같다.

다음에는 장위동에서 하면 안 될까요?

박혜진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 역시 <루키 더 바스켓> 11월호의 표지 모델로 나섰다. 지난해는 고양체육관에 갔고 올해는 안양체육관까지. 두 차례 모두 직접 남자구단의 체육관으로 이동해 인터뷰에 임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자신이 인터뷰이가 될 것을 직감(?)해서인지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저희 체육관이 리모델링해서 사진 찍기도 좋고 위치도 서울인데 다음에는 장위동에서 인터뷰하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왔다. 간접적으로 ‘올 시즌 MVP 역시 자신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가능성도 높아보였다. 네, 박혜진 선수. MVP가 되시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대신 시간 할애를 많이 해주세요.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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