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우승을 해도 훈련 힘든 건 여전

보통 우승까지 한 팀이라면 여러 혜택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우승 보너스는 기본이고 더 나아가서는 훈련 강도와 훈련량이 일정 부분 줄어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무 것도 모르는 외부 사람의 생각일 뿐이었다.

박혜진은 “처음 위성우 감독님이 오시고 훈련을 하는데 인터뷰 때도 여러 번 말했지만 정말 지나가는 개가 부러울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 걸 이겨내고 첫 해 우승했을 때 ‘아, 이제 우승도 했으니 다음 시즌에는 좀 대우를 받겠지’라고 생각했죠. 근데 우승을 했는데도 운동을 더 많이 하고 분위기도 더 안 좋은 거예요. 우승을 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운동 외적인 것들, 예를 들면 우승 보너스나 숙소와 체육관의 시설 리모델링 같은 것들이었죠. 운동으로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만약 우승을 못했다면?) 지금보다 더 하지 않을까요. 거기까지는 무서워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웃음)”라고 말했다. 

박혜진의 말한 우리은행, 정확히 말해 위성우 감독의 훈련 사이클은 대충 이렇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팀에서 근육을 키우는 등 몸을 만들 때는 비교적 여유 있게 풀어주는 편이다. 그리고 몸을 만든 뒤 체력을 끌어올릴 때부터 진정한 위성우식 훈련 모드에 돌입한다. 필요한 것 외에는 일부러 선수들과 말도 안하고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간다. 여수로 체력 훈련을 갈 때는 이런 것이 절정에 다다른다고. 분위기가 무거워지니 선수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지 못한다. 앞에서 말해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나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놨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저희가 너무 힘들어서 속상할 때가 많은데, 그런 게 정말 극에 달하는 시기가 오면 감독님이 말씀하세요. ‘너희들 힘든 거 다 안다’라고요. 그러면 뭔가 모르게 풀리게 되죠. 감독님이 선수들을 너무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여자선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흔히 하는 말로 밀당을 잘 한다는 얘기인데. 역시 5년 연속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이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오세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위성우 감독님 훈련이 힘들다는 건 남자 선수들도 알고 있어요. 진천선수촌에서 보기도 했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라고 말한 뒤, ‘만약 위 감독이 KGC에 온다면’이라는 질문에는 “그러면 제 은퇴가 아마 1~2년 정도 앞당겨지지 않을까 싶네요”라며 지금 상태에 만족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박혜진은 위 감독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도 감독님은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예요. 체육관에서 마주칠 때는 제일 싫고 무서운 분이지만, 그래도 뒤돌아 생각해보면 지금의 저를 만든 제일 고맙고 감사한 분이죠”라고 말하며 위 감독에 대한 쉴드를 치기도 했다. 어느덧 노련한 사회생활까지 하는 제자의 말에 이 기사를 읽는 위성우 감독이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 같다.

극과 극의 경기력을 보였던 대표팀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데다 양 리그를 대표하기도 하는 두 선수는 모두 올해 대표팀에 차출됐다. 오세근은 레바논에서 남자농구가 모처럼 아시아 3위를 하는 데 기여를 했고 대회 베스트 5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여자대표팀 역시 세계대회 티켓 확보에 성공하는 등 기본 이상의 결과물을 냈지만, 정작 박혜진 본인은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남녀 대표팀 모두 소집에서부터 훈련까지 준비 과정에서 잡음도 많고 순조롭지 않은 일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훈련 장소가 만만치 않아 1주일씩 선수촌 외부에서 돌아가며 훈련을 해야 했고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충분치 않았다. 무엇보다 세대교체 과정에 있다 보니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의문이 컸다.

오세근은 “사실 레바논에 가기 전까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어요. 부상으로 소집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훈련도 안 됐고 프로팀들과의 연습경기도 많이 졌거든요. 제가 주장을 맡았는데 경기 외적으로 힘든 게 많았어요. (이)정현이, (박)찬희와 이야기를 많이 했고 (김)선형이도 많이 도와줬어요. 힘든 가운데서도 서로 잘 맞추려고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죠. 운동하면서 그렇게 많이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팀을 떠나 오세근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어 구단과 협상을 벌이다 보니 운동량이 부족해 제대로 된 몸을 만들지 못한 채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새벽과 야간 개인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 등 내로라하는 외국의 장신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지지 않고 한국의 골밑을 지키며 외곽 선수들에게 패스를 빼주고 자신이 직접 득점을 하는 등 만점 활약을 선보인 원동력이 여기에 있었다.   

“제가 포지션 대비 신장이 작다 보니까 미스매치일 때는 포스트업을 많이 했고 아닐 때는 외곽슛 위주로 하려고 했어요. 이밖에 피딩이나 패스 부분도 신경을 썼는데 결과론적으로 잘 된 것 같아요.”

이런 오세근과 달리 박혜진은 대표팀 하면 아쉬움이 많다. 국내에서는 팀의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고 여러 차례 MVP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아직 그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표팀에서도 훈련 도중 부상을 입어 그는 정작 인도 현지에서는 벤치에만 앉아 있어야 했다. 이런 모습에 ‘국내용 가드’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사실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대표팀하면 아쉬움이 많죠. 나가면 제가 잘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데 다른 플레이를 하려다 보니 제대로 되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표팀에서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의욕만 앞서고 몸이 제대로 만들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야간에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다보니 햄스트링 부상이 왔죠. 정작 경기에서는 제대로 뛰지 못했고요. 많이 속상했어요. 그리고 코트 위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미안했고요.”

이런 까닭인지 WKBL에서 이루지 못한 것이 없는 박혜진이 이루고 싶은 단 하나는 바로 대표팀에서의 활약이다.

“해마다 이야기하는 건데 정말 대표팀에서 잘하고 싶어요. 국내에서 사랑도 많이 받았고 제 위치도 이제 잘해야 하는 연차라고 생각하거든요. 못해서 속상한 적은 많았지만 국내용이라는 평가를 부정하지도 않아요. 다만 실력으로 국제무대에서도 리그에서처럼 잘하고 싶어요. 그게 저의 개인적인 목표이자 소망이에요.”

③편에서 계속...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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