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은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나가기를 꿈꾸지만 누구나 쉽게 설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그런 챔프전에 나가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 바로 챔프전 MVP다. <루키 더 바스켓>이 지난 시즌부터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남녀 프로농구 챔프전 MVP를 표지 모델로 내세우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올해의 주인공은 지난 시즌 KBL 챔프전 MVP인 안양 KGC인삼공사의 오세근과 지난해 이미 표지모델로 데뷔(?)한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박혜진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을 자신들의 시즌으로 만들었다. 약속이나 한 듯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거두는 통합 우승을 팀에 선사했고 본인들 역시 MVP라는 타이틀로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할 점은 이들의 이런 활약이 아직 끝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오세근과 박혜진, 두 선수가 만난 날은 추석 연휴가 막 끝난 10월 10일이었다. 사실 추석 연휴는 일반인들에게는 긴 휴가일지 몰라도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있는 농구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실제로 남녀 대부분의 팀들이 추석 당일에만 쉬고 자체 훈련을 하거나 다른 팀과의 연습 경기를 통해 시즌을 준비했다. 이는 오세근과 박혜진이 속한 KGC인삼공사와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가 이뤄진 10일도 오전 훈련을 모두 마친 뒤 점심시간을 이용해 두 선수가 잠깐 짬을 내 만날 수 있었다. 장위동에 있던 박혜진이 오전 훈련을 마치자마자 빛의 속도로 안양체육관으로 달려와 두 선수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었다.

프로에서의 오랜 시간, 그리고 대표팀 경력 때문에 당연히 서로를 알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로 어색해하는 게 마치 소개팅 장소에서 처음 만난 남녀의 모습과도 같았다. “지난해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남자 선수들과 잘 안 친해요. 진천선수촌에서 멀리서 뵌 적은 있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박혜진의 말이다. 낯설어하는 것은 오세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가 (김)단비는 좀 아는데 박혜진 선수는 처음이에요”라며 쭈뼛거렸다. 지난해 이 인터뷰 꼭지를 진행했던 박진호 편집장에게 물어보니 이승현과 박혜진과의 첫 만남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뭐 사람 알아가는 게 다 비슷하니까. 이러면서 친해지는 거지.

MVP, 받으면 부담 된다 vs 나는 많이 받고 싶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MVP에 선정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세근은 서울 삼성과의 챔프전 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4분 12초를 뛰면서 17.8점 9.7리바운드 3.2어시스트 1.3블록슛을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KBL 10개 구단 중 최고의 골밑을 자랑하는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 마이클 크레익, 김준일 등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을 선보이며 우승까지 이끌었다.

“사실 시즌 전에 연습 경기를 하면 잘 안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키퍼 사익스와 데이비드 사이먼이 새로 와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별로 없었죠. 저 역시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초반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호흡은 자연스레 맞춰졌다. 리그에 적응 못하던 사익스가 점차 적응해갔고 무엇보다 오세근 본인 역시 100%는 아니었지만 예전의 몸 상태를 되찾은 것이다.

“시즌 전에 무리하지 않고 준비를 차근차근 잘했기 때문에 다시 재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오히려 저한테는 그런 이야기들이 약이 됐던 것 같아요.”

이런 노력들이 맞물려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오세근은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리그 중간에 열린 올스타전에서 받은 MVP까지 하면 무려 2관왕을 차지한 셈.

챔프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삼성의 라틀리프와 크레익 등 거구의 외국선수들과 맞붙으며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토종 빅맨의 근성과 자존심을 보여줬다. 외곽 슈팅력이 좋은 골밑 파트너 사이먼이 득점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자신이 리바운드를 최대한 많이 잡으려는 열의를 다졌고 그것이 챔프전에서 기록으로 나타났다. 챔프전 기간 중에 평균 9.7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챔프전 MVP에 선정됐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정말 눈물이 안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얘기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부상으로 수술하고 재활할 때의 힘든 기억들,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좋은 기억까지 여러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이제 MVP로 보상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혜진 역시 활약상은 오세근 못지않았다. 지난 시즌의 챔프전 파트너는 임근배 감독이 지휘하는 삼성생명. 여기서 박혜진은 챔프전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9분 48초를 뛰면서 15.7점 6.3리바운드 8.3어시스트의 만점활약을 보였다. 자유투에서는 17개를 시도해 단 한 개만을 실패하며 16개를 성공하는 집중력을 보이기도 했다.(자유투 성공률 84.1%) 이런 그가 챔프전 MVP를 받는 것은 아주 당연했고 그는 3년 연속 챔프전 MVP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런 MVP 수상에 대해 그렇게 기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MVP를 받는 게 정말 좋고 기쁜 일인데, 심적으로는 사실 부담이 되요. 지금도 그래요. 상을 받은 만큼 더 잘해야 하니까요. 자꾸 부담된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겨내 보려고 노력중이에요.”

이런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오세근의 반응이 재밌다. 

“이건 MVP를 많이 받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죠. 정말 부럽네요. 저는 아니에요. 박혜진 선수처럼 많이 받고 싶어요.”(웃음) 

이런 말을 하자 박혜진이 말을 돌리려는 듯 오세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박혜진 - “지난 시즌 챔프전 1차전을 봤어요. 저희 위성우 감독님이 농구를 워낙 좋아하셔서 남자농구 경기도 항상 틀어놓고 보셔서 보게 됐는데, 우리 팀도 그렇고 대부분의 여자농구 선수들이 오세근 선수를 좋아해요.”

(응? 이건 갑자기 무슨 말?)

오세근 -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왜요?” (뭔가 기대하는 눈치다)

박혜진 - “농구를 잘 하시니까요. 우리끼리 하는 말로 믿고 보는 선수거든요.

뭔가 오세근이 원한 답은 아닌 것 같아 여기서 패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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