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유상열 기자] 4연승은 인상적이었지만, 9연패는 더더욱 놀라운 결과다.

크리스 폴이 떠난 뒤 ‘그리핀 시대’를 맞이한 LA 클리퍼스가 9연패 수렁에 빠졌다. 9경기 중 6경기가 원정 경기였고, 강팀과의 경기가 많았다. 게다가 다닐로 갈리나리, 패트릭 베벌리, 그리고 밀로스 테오도시치가 쭉 결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연패라는 숫자는 용납하기 힘든 명백한 부진이다. 어떤 문제점들이 존재하는 걸까.

먼저 9연패 기간 동안 클리퍼스의 수비력을 보자. 경기당 평균 111.6점을 헌납했고, 이는 같은 기간 리그 2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베벌리가 결장하는 기간이 길었는데, 닥 리버스 감독이 꺼내든 앞선 라인은 루 윌리엄스와 오스틴 리버스였다. 윌리엄스와 리버스 조합의 공격력은 볼만 했지만, 앞선에서 1차 저지가 거의 되지 않는 조합이기 때문에 인사이드에서 부담이 상당했다. 상대 가드들의 돌파 이후 미드레인지 점퍼 지역에서 클리퍼스는 야투 허용률 46.7%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상대팀에 많은 실점을 허용하면서도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주 힘들다. 항상 상대보다 높은 효율성으로 득점에 성공해내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예외로 하자. 다득점 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3점슛이다. 클리퍼스도 이를 인지한 듯 평균 30.1개의 3점슛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성공률은 31.7%로 리그 28위에 불과하다.

디안드레 조던은 훌륭한 스크리너가 분명하지만, 3점슛 성공 여부에 있어 누가 쏘느냐보다 얼마나 좋은 위치에서 편안하게 공을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재 클리퍼스에는 3점슛을 편안하게 쏠 수 있게 정확한 패스를 뿌려주는 선수가 전무하다. 자연스럽게, 포인트 포워드이자 클리퍼스의 에이스 블레이크 그리핀이 떠오른다.

NBA.com에서는 ‘포텐셜 어시스트', 즉 어시스트로 기록될 수도 있는 패스의 수치를 개인별로, 그리고 팀별로 제공한다. 패스를 받은 선수가 슛을 성공시켰다면 어시스트로 기록될 수 있는 패스의 평균 개수를 나타내는, 말 그대로 잠재적 어시스트다. 그리핀은 평균 어시스트가 4.7개, 잠재적 어시스트가 9.7개로 후자가 2배 이상 많다. 이 수치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잠재적 어시스트가 실제 어시스트보다 훨씬 많은 원인은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첫째는 패스를 받은 선수의 메이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둘째는 편안하게 슛을 성공시킬만한 양질의 패스가 공급되지 않은 것이다. 클리퍼스 선수들의 야투 성공률이 리그 9위로 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핀은 양질의 패스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같은 팀의 세르비아 포인트가드 테오도시치는 비록 표본이 적긴 하지만 평균 4.0개의 어시스트와 6.5개의 포텐셜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으며, 휴스턴 로케츠로 떠난 크리스 폴은 평균 10.0개의 어시스트와 13.5개의 포텐셜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테오도시치와 폴이 공급하는 패스를 받은 선수는 실제 득점으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파워포워드인 그리핀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댄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에이스의 숙명은 팀의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고, 분명 그리핀은 팀을 연패에서 탈출시킬만한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폴 중심의 팀에서 벗어나 그가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41.3%의 야투 성공률과 2.9개의 턴오버로는 폴의 진한 향수를 잊게 하기 힘들다.

부진했던 기간 동안의 기록은 나쁠 수밖에 없고, 클리퍼스 선수들은 주전 선수 2명이 빠진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다만 결과가 계속해서 좋지 않았을 뿐이다. 부상자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현재의 부진이 11월 말까지 이어지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핵심 멤버를 보낸 첫 시즌의 기록은 향후 3시즌 동안의 팀의 위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시즌이기에 좀 더 분발할 필요는 있다. 클리퍼스가 부진을 탈출하고 다시 한 번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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