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2014년 2월 아담 실버 총재가 부임한 이후로 NBA는 다양한 부분에서 발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며 팬들과 여론의 반응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번 시즌도 예외가 아니었다. NBA 사무국은 구단주 회의를 통해 신인 드래프트의 로터리 지명권 추첨 확률을 재조정한데 이어, 끝없이 불만이 제기되어 오던 올스타전의 팀 구성 방식에도 손을 대는 등 혁신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변화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2017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변화 1. 드래프트 로터리 지명권 추첨 확률

사무국은 가장 먼저 드래프트 로터리 지명권의 추첨 확률을 개정함으로써 이번 시즌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구단주들의 회의를 통해 통과된 이번 개정안은 오는 2019년 드래프트부터 적용된다. 

바뀐 규정을 살펴보면 전년도 리그 최하위 팀에게 주어졌던 25.0%의 압도적인 1순위 당첨 확률은 14.0%로 대폭 축소되었다. 각각 19.9%와 15.6%의 1순위 확률을 부여받던 29위 팀과 28위 팀의 확률 역시 14.0%로 조정되었다. 또 기존의 최하위 팀은 3순위 이내 지명권 당첨 확률이 64%에 달했는데 이 역시 40%로 낮아졌다. 29위 팀과 28위 팀 역시 같은 확률을 부여받는다. 

*달라진 1순위 추첨 확률(플레이오프 진출 실패한 14개 팀 성적 역순, 괄호 안은 이전 확률)* 
팀 ① : 14.0% (25.0%)
팀 ② : 14.0% (19.9%)
팀 ③ : 14.0% (15.6%)
팀 ④ : 12.5% (11.9%)
팀 ⑤ : 10.5% (8.8%)
팀 ⑥ : 9.0% (6.3%)
팀 ⑦ : 7.5% (4.3%)
팀 ⑧ : 6.0% (2.8%)
팀 ⑨ : 4.5% (1.7%)
팀 ⑩ : 3.0% (1.1%)
팀 ⑪ : 2.0% (0.8%)
팀 ⑫ : 1.5% (0.7%)
팀 ⑬ : 1.0% (0.6%)
팀 ⑭ : 0.5% (0.5%)

사실 사무국의 로터리 지명권 추첨 확률 변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사무국은 이와 관련된 개정안을 투표에 부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13개의 반대표가 나오면서 무산되었다. 이에 이번 개정안 역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사무국의 2번째 시도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30개 팀 구단주 중 4분의 3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통과될 수 있었던 개정안에 무려 28개 팀의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유일하게 이번 개정안에 반대한 팀은 오클라호마시티였으며 댈러스는 기권을 선언했다. 

 

변화 2. 올스타전 팀 구성 방식

사무국의 변화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태동 이래 67년 동안 전통을 유지했던 올스타전의 팀 구성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사무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시즌 올스타전은 동부 컨퍼런스와 서부 컨퍼런스의 맞대결로 진행되던 기존 방식 대신 각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팬들의 표를 받은 선수가 주장이 되어 나머지 22명의 선수를 컨퍼런스 구분 없이 무작위로 선택해 팀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올스타전에 한정되어 동부와 서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셈이다.  

각 컨퍼런스 별로 12명의 선수를 뽑는 올스타 선정 과정에는 변동이 없다. 2명의 가드와 3명의 프런트코트로 분류된 주전 선수들은 팬 투표(50%)와 선수들, 미디어 투표(각 25%)를 합산해 선정된다. 나머지 후보 선수들은 감독들의 추천으로 올스타 유니폼을 입는다.  

변경된 부분은 그 이후의 과정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각 컨퍼런스 별로 선정된 12명의 선수가 한 팀을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컨퍼런스에 맞춰 팀을 가르지 않는다. 대신 각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팬 투표를 받은 선수가 주장이 되어 올스타전에서 동료가 될 선수들을 드래프트한다. 

지난 시즌을 예로 들면 서부 팬 투표 1위인 스테판 커리와 동부 팬 투표 1위인 르브론 제임스가 나머지 22명의 선수를 놓고 드래프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무국은 자세한 드래프트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새롭게 변경된 방식은 이번 시즌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처럼 사무국은 역사와 전통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무국이 로터리 지명권 확률과 올스타전 방식 등을 변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로터리 지명권의 경우에는 ‘탱킹 방지’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몇 시즌 NBA는 몇몇 팀들의 노골적인 탱킹 시도로 곤욕을 치렀다. 아무리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는 하지만 이미 승리를 포기한 팀의 경기를 보기를 원하는 팬은 없다. 이는 사무국의 수입과 관련한 부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문제였던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탱킹 논란에 중심에 서 있었던 팀은 바로 필라델피아다. 2012-13시즌을 34승 48패의 성적으로 마감한 필라델피아는 이듬해 화끈하게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화끈해도 너무 화끈했던 것이 문제. 2013-14시즌 필라델피아는 역사적인 26연패를 기록하는 등 19승 63패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놀라운 사실은 기록적인 연패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시 리그 최하위였던 밀워키보다 무려 4승을 더 따냈다. 

이후에도 필라델피아의 탱킹 행진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원하는 유망주 수급을 마칠 때까지 ‘무제한 탱킹’을 선언한 그들은 2014-15시즌 18승에 그친데 이어 2015-16시즌에는 고작 10승을 따내며 역대 3번째로 낮은 승률을 기록한 팀이 되었다. 팀이 연패와 관련된 기록이란 기록은 다 부수고 다니는 사이 팬들은 점점 지쳐갔다. 2012-13시즌 리그 17위를 기록했던 필라델피아의 관중 동원력은 2013-14시즌 29위, 2014-15시즌 30위 등 점차 밑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문제는 이러한 필라델피아의 노선을 따르는 팀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여름만 하더라도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새크라멘토 등 다수의 팀이 동시다발적으로 리빌딩에 돌입했다. 이미 필라델피아의 사례를 통해 ‘탱킹=관중동원력 하락’이라는 공식을 깨달은 사무국 입장에서는 이를 더 이상 관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번 개정이 스몰마켓 구단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FA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스몰마켓 팀들은 그간 드래프트 지명을 요긴하게 활용해 리빌딩을 진행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런 운영이 전에 비해 힘들어졌다. 성적이 좋지 않은 스몰마켓 팀들의 반등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리그 내의 ‘부익부빈익빈’ 구조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무국의 탱킹을 근절시키기 위한 의지가 워낙 강했다. 

 

올스타전의 변경 이유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올스타전 자체의 흥미도 향상.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수놓았던 양 팀 올스타 선수들의 불꽃 튀는 자존심 대결은 최근 들어 완전히 남의 집 이야기가 되었다. 최근에 열리고 있는 올스타전들은 리그 최고 선수들끼리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화합의 장’에 가깝다. 선수들은 화려한 드리블과 덩크슛 등을 연이어 선보이지만 그 누구도 수비에 대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역대급 점수가 계속해서 쏟아짐에도 ‘지루하다’는 평이 줄을 잇는 이유다. 

최근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서고동저 현상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치러진 6번의 올스타전 중 무려 5번의 승리를 서부 올스타가 가져갔다. 해당 기간 동안 동부 올스타는 뉴올리언스에서 치러진 2014년 올스타전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최근 3번의 올스타전 역시 모두 서부의 승리였다.  

만약 기존의 올스타 팀 구성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이러한 현상은 올 시즌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 동부 올스타로 뛰었던 선수들 중 무려 4명의 선수가 서부 소속 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미 버틀러(시카고->미네소타), 폴 조지(인디애나->오클라호마), 카멜로 앤써니(뉴욕->오클라호마), 폴 밀샙(애틀랜타->덴버)이 그 주인공들. 반면 서부 소속 올스타 중에서 동부로 넘어온 선수는 고든 헤이워드(유타->보스턴) 1명 뿐이었다.  

올스타전의 변경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바로 동부와 서부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최근 실버 총재가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통합 플레이오프’에 대한 또 다른 힌트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서고동저 현상은 사실 올스타전보다 정규시즌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플레이오프 진출 기회의 불공정성이다. 서부 지구에서 플레이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신 팀들의 성적을 동부 지구에 대입하면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에 해당하는 사례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해당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팀이 2013-14시즌의 피닉스. 당시 피닉스는 무려 48승을 따내고도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서지 못했는데 이런 피닉스의 성적을 동부에 대입하면 3위 토론토와 맞먹는 수준이었다(시카고 역시 48승으로 동률 기록). 

더군다나 이런 서고동저 21세기 내내 이어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더 이상 하지 않는 편이 옳다. 결국 실버 총재는 중국에서의 프리시즌 경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플레이오프 대진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실버 총재가 고려하고 있는 방안은 동,서부 구분 없이 상위 16개의 팀이 섞여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 실버 총재의 이런 방안이 현실화 된다면 더 이상 컨퍼런스의 구분은 무의미해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정규시즌 일정 문제. 현재 NBA의 각 팀들은 같은 컨퍼런스의 팀들과는 한 시즌에 3,4번 맞붙는 반면 다른 컨퍼런스 팀들과는 2번만 맞붙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통합 플레이오프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 역시 큰 틀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실버 총재 역시 “플레이오프에 변화를 준다면 정규시즌 일정을 개편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규시즌 일정은 불균형적이다. 동부 팀들은 동부 팀끼리 더 많이 붙는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16개 팀들에게 공평하게 시드를 주려면 정규시즌 일정을 지금보다 균형 잡힌 방향으로 짜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 문제를 언급했다.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는 이동거리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NBA의 각 구단들은 전용기 등을 통해 선수들의 이동 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동,서부를 반복해서 넘나드는 일정은 결코 쉬운 편이 아니다. 서부 끝자락에 있는 골든스테이트와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보스턴의 맞대결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성사된다면? 이들은 1라운드부터 이동하느라 이미 진을 다 뺀 채 다음 라운드에 향하게 될 수도 있다. 

정서적 측면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 현재의 동,서부 컨퍼런스 구도는 NBA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이를 손본다는 것 자체가 전통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오래된 NBA의 팬들은 리그의 이런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되었든 현재의 NBA가 대변화를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실버 총재는 이러한 변화들로 어떠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또한 서고동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버 총재가 내놓을 ‘신의 한 수’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처럼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NBA의 자세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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