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레이커스 시절 미운오리 신세였던 디안젤로 러셀이 달라졌다. 브루클린으로 이적 후 에이스 자리를 완벽히 꿰차며 화려한 백조로 변신했다. 현재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브루클린의 러셀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과연 러셀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난 걸까?

 

 

▲전체 2순위로 화려하게 데뷔. 그러나..
러셀은 2015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레이커스의 부름을 받았다. 195cm의 신장에 1,2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은 러셀은 레이커스의 ‘포스트 코비’ 시대를 이끌 새로운 에이스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단 2년 만에 러셀의 가치는 처참하게 추락했다. NBA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운동능력과 순발력 탓에 대학시절 장점으로 꼽혔던 패스 센스는 전혀 발휘될 수 없었다. 덕분에 사실상 1번 포지션에서는 경쟁력을 잃었다. 

거기다 러셀은 경기 별 기복이 너무 심했다. 터지는 날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을 만큼 활활 타올랐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슛이 던지는 족족 림을 외면했다. 물론 경기 별 기복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현상이지만 러셀은 그 정도가 지나쳤다. 한 팀의 에이스 지위를 맡기 위해서는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에도 어느 정도의 득점 기대치를 만족시켜줘야 하는 역할이 필요하지만 러셀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데뷔 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던 러셀은 코트 밖에서도 논란을 일으키며 구단 관계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신인시절 큰 논란을 일으켰던 ‘닉 영 몰래카메라’ 사건. 러셀은 닉 영과의 사적인 대화가 담긴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 이는 닉 영과 전혀 합의가 되지 않은 영상이었다. 이 일로 큰 논란이 일자 러셀은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이미 레이커스의 라커룸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이외에도 러셀은 레이커스가 론조 볼을 지명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담긴 레이커스 팬의 SNS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이처럼 코트 안팎에서 러셀이 전혀 2순위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결국 레이커스도 그에 대한 기대를 접고 트레이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7 드래프트에서 지명할 것이 유력했던 론조 볼을 위한 자리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러셀의 가치는 완전히 폭락해 있었다. 당초 레이커스는 러셀의 대가로 로터리 지명권을 원했으나 아무도 러셀을 위해 그 정도의 대가를 지불하길 원하지 않았다. 

결국 레이커스는 티모페이 모즈고프의 악성 계약을 떠넘기는 용도로 러셀을 브루클린으로 보냈다. 대신 레이커스가 받아든 카드는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둔 브룩 로페즈와 27순위 지명권이었다(카일 쿠즈마 지명). 이처럼 러셀은 2년 만에 ‘미래의 에이스’에서 ‘미운오리’로 가치가 폭락한 채 등 떠밀리듯 레이커스를 떠나야 했다.

 

 

▲기회의 땅에서 부활한 러셀, 브루클린의 에이스가 되다
이처럼 불명예스럽게 레이커스를 떠났지만 그의 새로운 행선지가 브루클린이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브랜든 잉그램, 조던 클락슨, 줄리어스 랜들 등 유망주가 득실거리던 레이커스의 로스터에서 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힘들었던 것과는 달리 리그를 대표하는 약체인 브루클린에서는 그가 에이스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제한적인 롤 플레이어 수준의 선수들만 득실거리던 브루클린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러셀에게 해결사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러셀은 그 기회를 멋지게 살려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현재까지 팀이 치른 12경기 중 11경기에 나선 러셀은 평균 20.5점 5.9어시스트 4.5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3부문 모두 자신의 커리어-하이. 20%대 중반에 머물던 공격점유율(USG%)을 33.7%까지 끌어올리며 확실한 에이스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낮은 야투율은 45.2% 수준까지 개선되었다. 레이커스에서 보낸 2시즌 동안 그의 야투율은 40.8%에 불과했다. 불안하기 짝이 없던 미들레인지 구역에서의 야투 성공률도 38.9%에서 48.9%로 증가했다. 3점슛 성공률(35.2%->28.1%)과 자유투 성공률(78.2%->68.4%)이 떨어진 부분은 아쉬운 대목. 대신 러셀은 경기 당 5.2개의 자유투를 획득하며 지난 시즌의 3.0개보다 2개 이상 증가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디안젤로 러셀 2016-17 vs 2017-18 기록 비교 
2016-17: 15.6점 4.8어시스트 3.5리바운드. 야투율: 40.5%, 3점슛: 35.2%, 자유투: 78.2%
2017-18: 20.5점 5.9어시스트 4.5리바운드. 야투율: 45.2%, 3점슛: 28.1%, 자유투: 68.4%

이외에도 러셀은 4쿼터 경쟁력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지난 시즌 4쿼터 평균 4.0점을 뽑아내는데 그쳤던 러셀은 이번 시즌 4쿼터에만 7.2점을 뽑아내고 있다. 38.5%에 그쳤던 4쿼터 야투율도 44.2%로 발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시즌 러셀은 상대와 1~5점차 사이의 접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당 상황에서 러셀은 평균 11.7점 야투율 54.5% 3점슛 성공률 37.0%를 기록 중인데 이는 다른 점수 차 구간과 비교해 월등하다. 지난 시즌의 경우 해당 상황에서 평균 5.7점 야투율 36.5% 3점슛 성공률 29.9%에 그쳤었다. 종합해보면 러셀은 4쿼터와 접전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진정한 에이스로 발돋움한 셈이다. 

<표> 브루클린의 에이스로 진화한 러셀

 

이처럼 러셀은 기회의 땅 브루클린에서 에이스 지위를 꿰차며 미운오리가 아닌 백조로 진화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그의 이런 활약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장담은 없지만 현재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그는 분명 달라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시즌 초반의 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내는 것. 앞으로 브루클린에서 보여줄 러셀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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