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에릭 블레소를 영입한 밀워키는 과연 반등할 수 있을까.

밀워키 벅스의 시즌 출발이 좋지 못하다. 9일 기준(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벅스는 4승 6패를 기록하며 동부지구 공동 10위에 머물고 있다. 현재 4연패로 리그에서 가장 긴 연패에 빠져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밀워키는 클리블랜드, 보스턴, 토론토와 함께 동부지구를 호령할 4강으로 꼽혔다. 지난 시즌 MIP(기량발전상)를 수상한 ‘그리스 괴물’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중심으로 크리스 미들턴, 토니 스넬, 말콤 브로그던, 자바리 파커, 그렉 먼로, 존 헨슨 등 탄탄한 선수 구성을 갖춘 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보다는 훨씬 별로다. 일단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평균 31.9점 9.8리바운드 4.8어시스트 1.5스틸 1.7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야투율은 60.1%로 평균 득점 상위 80위권 선수 중 유일하게 60%대 야투율을 기록 중이다. 득점 1위, 리바운드 17위에 올라 있다. 아데토쿤보만 보면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 사격이다. 주포 크리스 미들턴은 부상으로 2월 복귀를 노리고 있는 자바리 파커를 대신해 아데토쿤보와 원투 펀치를 이뤄야 할 선수. 그러나 슈팅 기복이 너무 심하다. 특히 3점슛 부문에서 데뷔 이래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이 27.5%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팀의 대표 슈터로서는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말콤 브로그던(평균 16.2점), 토니 스넬(평균 10.0점)도 아데토쿤보에 대한 집중 견제를 줄일 만큼 위협적인 공격수는 아니다. 벤치에서 나오는 매튜 델라베도바, 존 헨슨, 미르자 텔로토비치의 득점 지원은 한심한 수준이다. 때문에 경기가 안 풀리는 날은 아데토쿤보의 페인트존 득점으로 꾸역꾸역 상대를 따라가는 그림만 나온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붕괴 상태에 이른 수비다. 올시즌 밀워키는 수비 효율 지수 부문에서 리그 29위에 머물고 있다. 야투 허용률(25위), 3점슛 허용률(29위)이 모두 형편없다. 길쭉길쭉한 선수들이 많지만 실제 수비에서 공격수를 위협하지는 못한다. 실책 유도는 경기당 14.9개로 리그 25위에 머물고 있다. 압박을 통한 실책 유발이 안 되다 보니 아데토쿤보의 시원한 역습 득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수비 문제가 공격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결국 밀워키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8일 밀워키는 피닉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공격형 포인트가드 에릭 블레소를 영입했다. 부상 중이던 벤치 에이스 그렉 먼로와 2018년 1라운드 지명권(보호픽), 2018년 2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줬다. 지명권에 보호 조건이 걸려 있는 데다 먼로가 내년 여름 FA가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트레이드 자체는 매우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다. 이제 주목할 것은 블레소 영입을 통해 밀워키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느냐다.

일단 백코트진 공격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블레소는 서부지구에서 꽤 과소평가 받아온 공격형 포인트가드다. 건강 이슈가 늘 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소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평균 20.8점 4.6리바운드 6.3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돌파 횟수 9위(10.3회), 돌파 득점 생산 11위(7.0점)에 오른 뛰어난 돌파력을 지닌 선수였다. 올시즌 밀워키는 경기당 돌파 횟수가 39.3위로 리그 전체 23위에 머물고 있다. 블레소의 합류가 밀워키의 공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

수비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될 전망. 185cm의 공식 신장을 가진 블레소는 윙스팬이 202cm에 달한다. 블레소가 신장 대비 좋은 수비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바로 말도 안 되게 긴 윙스팬 덕분이다. 워낙 탄탄한 몸과 긴 팔을 가졌기에 상대 수비를 압박하고 볼을 가로채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블레소는 경기당 디플렉션(수비 시 상대 볼을 건드리는 횟수)이 2.8회로 피닉스에서 가장 많은 선수였다. 올시즌 압박과 실책 유발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밀워키에겐 블레소의 합류가 상당한 이득일 수밖에 없다.

블레소가 합류할 경우 밀워키의 라인업 운용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예측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말콤 브로그던이 슈팅가드로 포지션을 옮기는 것. 브로그던은 원래 196cm의 신장에 210cm의 윙스팬을 가진 사이즈 좋은 콤보 가드다. 팀 상황에 맞춰 포인트가드로 뛰어왔을 뿐 슈팅가드로 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선수다. 이 경우 토니 스넬이 벤치로 보직을 바꾼다. 블레소-브로그던-미들턴-아데토쿤보-존 헨슨으로 스타팅 라인업이 구성될 것이다.

두 번째는 브로그던이 벤치 에이스 역할을 맡는 것이다. 블레소-미들턴-스넬-아데토쿤보-존 헨슨이 선발 출전하고 브로그던은 매튜 델라베도바, 미르자 텔레토비치와 함께 벤치 핵심 자원으로 뛴다. 벤치에서 나오는 브로그던은 때로는 슈팅가드로 블레소 혹은 델라베도바와, 때로는 포인트가드로 미들턴과 백코트를 이끌 것이다.

일단 둘 중 어떤 그림도 가능하다. 제이슨 키드 감독이 상대에 맞춰서 유연하게 라인업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밀워키는 오는 11일 샌안토니오 원정 경기 일정을 앞두고 있다. 블레소의 밀워키 데뷔가 유력한 날이다. 블레소 영입으로 승부수를 던진 밀워키. 과연 블레소와 밀워키의 만남은 ‘윈-윈’이 될 수 있을까? 에릭 블레소가 위기에 빠진 밀워키를 구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NBA 미디어센트럴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