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미네소타 시절보다 한층 더 덥수룩해진 수염과 함께 코트를 누비고 있는 리키 루비오(193cm, 유타)가 달라졌다. 꾸준히 지적받던 공격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며 연일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루비오는 지난 2009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미네소타의 부름을 받았다. 데뷔 전 스페인 무대를 평정하며 ‘스페인 특급’으로 불리던 그는 2011-1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NBA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루비오는 기대치보다는 좋은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특유의 패싱 센스와 수비에서는 위력을 떨쳤지만 불안한 슈팅력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루비오의 야투율은 항상 30%대에 머물렀다. ‘슛없는 가드’ 이미지가 굳혀진 루비오에게 상대 수비수들은 대놓고 새깅 디펜스를 펼쳤지만 루비오는 자신 있게 슛을 쏘지 못했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것도 아쉬웠다. 

결국 루비오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유타로 트레이드되었다. 유타가 루비오를 영입하기 위해 미네소타에 건넨 것은 2018년 오클라호마시시티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한 장. 이 지명권에는 로터리(14순위 이내) 보호 조건까지 걸려있다. 루비오의 낮아진 가치를 현격히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절치부심한 루비오는 이번 시즌 놀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사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어느 정도 달라지기는 했다. 전반기 8.9점 8.4어시스트 야투율 38.6%, 3점슛 성공률 28.1%에 그쳤던 루비오는 후반기 24경기에서 16.0점 10.5어시스트 야투율 42.0%, 3점슛 성공률 35.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유타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7경기를 치른 현재 루비오는 자신을 못미더워 하는 이들이 보란 듯이 평균 15.7점 7.3어시스트 야투율 43%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 후반기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또한 매 경기 1.9개의 3점슛을 35.1% 확률로 성공시키고 있다. 이 모든 기록은 자신의 커리어-하이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루비오의 적극성이다. 이번 시즌 루비오는 경기 당 평균 12.3개의 야투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그는 2014-15시즌(10.0개)을 제외하면 10개 이상의 야투를 시도한 시즌이 없었다. 앤드류 위긴스, 칼-앤써니 타운스 등 득점원이 넘치는 미네소타에서 루비오가 슛을 던질 기회가 많지 않았을뿐더러 루비오 역시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하지 않았다. 

또한 루비오는 공격점유율을 의미하는 USG% 수치에서 2012-13시즌 이후로 처음 20%를 넘기고 있다(25.2%). 평균 4.4개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하고 있다는 점이 흠이지만 이는 그만큼 그가 공격 코트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리키 루비오 2016-17시즌 vs 2017-18시즌 기록 비교
2016-17: 11.1점 9.1어시스트. 야투율: 40.2%, 3점슛: 30.6%(0.8개) USG%: 17.4%
2017-18: 15.7점 7.3어시스트. 야투율: 43.0%, 3점슛: 35.1%(1.9개) USG%: 25.2%

공격 자원이 부족한 유타의 팀 사정도 루비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하던 고든 헤이워드를 보스턴으로 떠나보낸 유타는 마땅한 대체자원의 영입 없이 시즌을 맞았다. 

그나마 1옵션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로드니 후드 역시 시즌 2번째 경기에 부상을 입으며 이후 2경기를 결장해야 했다. ‘에펠탑’ 루디 고베어는 수비코트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과는 별개로 자체적인 공격 생산성은 떨어지는 선수. 루비오가 공격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루비오는 숨어있던 공격 본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또 하나의 긍정적인 사실은 후드가 부상에서 복귀했음에도 루비오의 적극성은 여전하다. 오히려 지난 2경기에서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더욱 매서운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과연 루비오는 이러한 자신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2시즌 연속 70경기 이상에 출전했던 몸 상태를 이번 시즌에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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