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시즌 초반 클리블랜드의 행보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개막 5경기에서 클리블랜드가 거둔 성적은 3승 2패. 언뜻 보기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이는 출발이다. 시즌 개막 일주일이 지난 지금, 리그 30개 팀 중 무패 팀은 단 2개 팀(샌안토니오 4승 0패, LA 클리퍼스 3승 0패)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시즌 개막 후 클리블랜드가 상대한 5개 팀 중 4개 팀은 전력이 정상이 아니거나 약체로 분류되던 팀들이었다.

개막전에서 클리블랜드는 고든 헤이워드를 잃은 보스턴을 상대로 간신히 3점 차 신승을 거뒀다. 4쿼터 한 때 리드를 빼앗길 정도로 보스턴의 반격에 고전한 경기였다. 22일에는 올랜도에게 21점 차의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으며, 25일에는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는 시카고에게 한 때 14점 차까지 뒤지다가 꾸역꾸역 역전승을 챙겼다. 26일에는 디안젤로 러셀과 제레미 린이 모두 없는 브루클린에게 패하며 팬들에게 또 다시 충격을 안겼다.

올시즌 클리블랜드는 아직 루징 레코드(Losing Record, 시즌 성적이 승보다 패가 많은 상황)를 기록한 적은 없다. 단 한 번도 승률이 5할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막 5경기에서 보여준 실질적인 경기 내용은 모두 기대 이하이거나 실망스러웠다. 고든 헤이워드의 부상 이후 동부지구가 자신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어버린 꼴이다.

*클리블랜드의 개막 5경기 결과*
18일 보스턴전(홈) 102-99 승
21일 밀워키전(원정) 116-97 승
22일 올랜도전(홈) 93-114 패
25일 시카고전(홈) 119-112 승
26일 브루클린전(원정) 107-112 패

 

▶ '부상 병동' 백코트진, 붕괴 임박?

클리블랜드가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가장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은 백코트진의 붕괴다.

약 두 달 전, 클리블랜드는 카이리 어빙을 보스턴 셀틱스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난 팀들끼리의 주전 포인트가드 교환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던 트레이드였다.

협상 과정에서 아이재아 토마스의 몸 상태에 대한 이견이 드러나는 바람에 양 팀 모두가 골치를 앓았다. 때문에 최초 협상부터 트레이드가 공식 완료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트레이드 자체가 취소되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보스턴은 카이리 어빙을 얻었고, 클리블랜드는 그 대가로 아이재아 토마스, 제이 크라우더, 안테 지지치, 2018년 1라운드 지명권(최초 브루클린 소유), 2020년 2라운드 지명권(최초 마이애미 소유)을 얻었다. 사실 클리블랜드로서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낸 트레이드였다. 건강한 토마스는 어빙에 절대 밀리지 않는, 오히려 어빙보다 나은 올-NBA 레벨의 가드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클리블랜드는 2명의 베테랑 가드를 추가로 영입한 상황이었다.

카이리 어빙의 트레이드 요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 클리블랜드는 데릭 로즈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어빙 트레이드 이후를 대비한 ‘보험’ 성격의 영입이었다. FA 시장에서 생각보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로즈는, 1년 후 FA 시장 재수를 꿈꾸며 210만 달러라는 헐값에 과감하게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이미 막대한 사치세를 지불하며 추가적인 선수 영입이 어려웠던 클리블랜드로서는 횡재에 가까운 영입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9월 말에는 드웨인 웨이드까지 합류했다. 지미 버틀러 트레이드로 과감하게 리빌딩 버튼을 누른 시카고와 결별한 백전노장 웨이드는 절친 르브론 제임스와의 재회를 선택했다. 웨이드는 “계속 높은 레벨에서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클리블랜드행을 선언했다.

데릭 로즈, 드웨인 웨이드에 12월 말에 복귀하는 아이재아 토마스까지. 사실 이 정도면 적어도 동부지구에서는 어떠한 걱정도 없을 것 같은 백코트진이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클리블랜드의 백코트진은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데릭 로즈는 시즌 2번째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뒤 계속 결장하고 있다. 시즌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드웨인 웨이드는 선발과 벤치를 오가며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재아 토마스는 복귀까지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 결국 25일 시카고전에는 르브론 제임스가 주전 포인트가드로 출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탄탄해 보였던 클리블랜드의 백코트진이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금방 무너지고 만 것이다.

시즌 초반 클리블랜드 백코트진의 경기력은 굉장히 불안하다. NBA.com에 따르면 올시즌 클리블랜드 백코트진이 기록하고 있는 득실 마진은 +0.8점에 불과하다. ‘본전치기’만 해내고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르브론 제임스가 최근 2경기를 포인트가드로 뛰지 않았다면 나오지 못했을 기록이다.

특히 백코트진의 슈팅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클리블랜드의 백코트진 야투율은 39.5%로 리그 25위다. 특히 J.R. 스미스(평균 5.0점 야투율 24.4%)와 이만 셤퍼트(평균 6.2점 야투율 38.5%)는 어디 내놓아도 팔기 힘든 수준이다. 기대를 모았던 드웨인 웨이드(평균 7.0점 야투율 37.5%) 역시 베테랑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데릭 로즈, 아이재아 토마스가 돌아올 때까지 클리블랜드는 백코트진에서 제대로 된 생산력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르브론 제임스의 어깨만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 더 큰 문제는 형편없는 수비력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수비력은 더욱 큰 걱정거리다.

NBA.com에 따르면 올시즌 클리블랜드의 경기당 평균 실점은 106.8점으로 리그 15위다. 사실 이 기록만 보면 리그 평균 수준의 수비 팀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 페이스에 보정을 가해 ‘진짜 수비력’을 알 수 있도록 한 수비 효율 지수(100번의 수비 시도에서 예상되는 실점 값)를 보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클리블랜드는 107.2의 수비 효율 지수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23위에 머물고 있다. 경기 속도가 느린 팀들(밀워키, 시카고, 보스턴)을 만나 단순 실점 기록에서 혜택을 봤을 뿐, 실질적인 수비력은 리그 하위권에 속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3점슛 수비는 리그 최악 수준이다. 현재 클리블랜드는 경기당 14.0개의 3점슛을 상대 팀에 내주고 있는데, 이는 리그 어떤 팀보다도 많은 숫자다. 상대 팀의 경기당 3점슛 시도도 36.2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3점슛 허용률은 39.7%에 달한다.(리그 25위) 클리블랜드는 양궁 농구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하지만 올시즌은 거꾸로 상대 팀에게 많은 3점슛을 내주고 있다. 이러니 전체적인 경기력도 좋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클리블랜드의 수비력이 엉망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핵심 로테이션에 수비가 약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초반 센터 변신을 시도한 케빈 러브를 비롯해 J.R. 스미스, 카일 코버, 데릭 로즈, 호세 칼데론은 모두 대인 수비 혹은 팀 수비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특히 러브, 스미스, 코버 3인방은 수비에서 ‘민폐’ 수준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수비 효율 지수를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올시즌 클리블랜드는 케빈 러브가 코트에 없을 때보다 코트에 있을 때 수비 효율 지수가 16.1이나 높았다. 러브가 벤치에 쉬고 있을 때 수비 효율 지수는 97.7에 불과했지만, 그가 뛰고 있을 때는 수치가 113.8까지 폭등했다. 앞서 설명했듯 수비 효율 지수는 100번의 수비 시도에서 예상되는 실점 값을 나타낸 것이다. 때문에 이 수치가 높을수록 그 팀은 수비가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러브는 클리블랜드의 수비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는 중이다.

이 팀의 중심인 르브론 제임스조차도 자신이 코트에 있을 때 수비 효율 지수가 12.1이나 더 높았다. 카일 코버(8.6), J.R. 스미스(8.0)도 마찬가지였다. 셋 모두 30대 중반에 들어선 선수들이다. 공격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수비 시에서는 활동량 자체가 떨어지거나 집중력 저하로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저지른다. 클리블랜드 수비가 자꾸 흔들리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올시즌 100분 이상 출전한 클리블랜드 선수 중 자신이 코트에 있을 때 수비 효율 지수가 개선된 선수는 단 2명. 제이 크라우더(-2.9)와 트리스탄 탐슨(-2.2)이었다. 보스턴 시절부터 좋은 3&D 자원으로 평가받았던 크라우더는 클리블랜드에서도 수비에서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높이 자체는 부족하지만 힘을 이용한 수비가 좋은 트리스탄 탐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 문제가 워낙 심각해 만회가 쉽지 않다. 이들의 선전도 팀 수비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 해결 쉽지 않은 걱정거리들

물론 여전히 클리블랜드를 저평가하기는 힘들다. 클리블랜드 정도의 로스터를 구축한 팀이 동부지구에서 3위 이하의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로스터가 워낙 두텁기도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라는 리그 최고급 선수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시즌 초반의 부침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극복해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막 5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장기화되면 곤란하다. 경기 내용이 골든스테이트는커녕 서부지구 강호들과도 경쟁하기 힘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목표인 파이널 우승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경기력이 나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여름 르브론 제임스가 다시 팀을 떠나는 끔찍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사실 백코트진 문제는 당분간은 해결이 힘들어 보인다. 데릭 로즈의 발목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웨이드도 최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재아 토마스도 복귀를 서두를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로즈와 웨이드는 11월 초 복귀가 유력하다.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의 포인트가드 출전이 이번 달까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백코트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수비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백코트진 가용 자원이 적은 상황에서 수비가 약한 호세 칼데론, J.R. 스미스, 카일 코버의 출전 시간을 줄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세디 오스만, 안테 지지치 같은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갑자기 크게 늘릴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이들은 백코트 자원이 아닐뿐더러, 터런 루 감독 입장에서는 고액 연봉을 받는 베테랑들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클리블랜드가 생각 이상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유다.

이때 클리블랜드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하나다. 공격력을 극대화해 불안한 수비력을 만회하는 것이다. 다행히 르브론 제임스는 발목 부상에도 공격에서 여전히 뛰어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카일 코버, 제이 크라우더의 3점슛 감각이 좋은 점도 고무적이다. 클리블랜드의 양궁농구가 다시 힘을 발휘할 여지는 사실 언제든지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걸림돌은 있다. 양궁 농구의 핵심인 케빈 러브(야투율 41.8%, 3점슛 성공률 24.0%)와 J.R. 스미스(야투율 24.4%, 3점슛 성공률 12.0%)의 시즌 초반 야투 감각이 엉망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벤치에서 출전하는 제프 그린(평균 11.4점)과 카일 코버(평균 10.4점)의 분전만으로 110점 이상의 득점을 생산하기는 힘들다. 결국 클리블랜드로서는 부상자들이 하루 빨리 복귀하고 핵심 공격수들의 야투 감각이 살아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때가 될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시즌 초반 불안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클리블랜드. 과연 클리블랜드는 개막 일주일 만에 찾아온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29일 뉴올리언스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클리블랜드는 다시 시즌 일정을 시작한다. 이틀의 휴식일이 클리블랜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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