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안되는 집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 3경기 만에 감독을 경질한 피닉스 이야기다. 

피닉스의 시즌 초반이 심상치 않다. 개막전이던 포틀랜드와의 경기부터 48점차 대패(76-124)로 역대 개막전 최다 득실점 마진 패배 신기록을 세우더니 레이커스(130-132), 클리퍼스(88-130)를 상대로도 연거푸 패했다. 3경기 평균 실점이 무려 128.7점. 득실점 마진의 경우 -30.7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두 기록 모두 리그 최하위에 해당한다. 결국 참지 못한 프런트는 단 3경기 만에 얼 왓슨 감독을 경질했다. 도대체 피닉스의 농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14-15시즌의 ‘3가드’ 결성, 꼬이기 시작한 실타래 
시계를 지난 2013-14시즌으로 잠깐 돌려보자. 당시 기량발전상을 수상한 고란 드라기치를 중심으로 한 피닉스는 직전 시즌 대비 무려 23승이 추가된 48승 34패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그들은 승률 58.5%를 기록하고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서부의 플레이오프 벽은 여간 높은 것이 아니었다. 당시 피닉스가 거뒀던 성적을 동부에 대입할 시 3위 토론토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안타깝게도 서부에 소속된 죄(?)로 그들은 결국 봄 농구 티켓을 거머쥐는데 실패했다.

억울함에 이성을 잃었던 것일까? 라이언 맥도너 단장은 이후 연거푸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모두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운 3가드 시스템. 제한적 FA였던 에릭 블레소와의 재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맥도너 단장은 덜컥 아이재아 토마스를 로스터에 추가해버렸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지만 이미 브레이크 버튼을 잃어버린 맥도너 단장은 폭주를 이어간다. 결국 블레소 역시 5년 7,0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손에 거머쥐었다. 드라기치, 블레소, 토마스로 이어지는 해괴망측한 라인업이 탄생한 순간이다.

모두의 우려 속에 시작된 2014-15시즌, 예상대로 피닉스가 내놓은 3가드 라인업은 아무런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역할 분담과 관련해 잡음만 쌓여갔다. 4쿼터 승부처에서는 드라기치가 3번 포지션에서 뛰는 촌극까지 발생. 결국 피닉스는 트레이드 마감기간에 토마스를 보스턴, 드라기치를 마이애미로 떠나보내면서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해당시즌 성적은 39승 43패. 직전 시즌 대비 무려 9승이 줄었다. 

그러나 피닉스는 포인트가드 사랑을 멈추지 못했다. 2015년 여름, 그들은 3가드 시스템을 해체하면서 데리고 온 브랜든 나이트에게 5년 7,000만 달러를 안겼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거대계약을 따낸 이후 나이트는 각각 52경기(2015-16시즌), 54경기(2016-17시즌) 출전에 그친다. 이번 시즌에도 일찌감치 시즌 아웃 신세. 결국 피닉스는 2015-16시즌 중반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블레소의 항명과 왓슨 감독의 경질, 그들의 슬픈 현주소
이후 2시즌 피닉스는 각각 23승, 24승에 그치며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시즌에는 중반 이후 블레소, 챈들러, 나이트 등 베테랑 선수들을 강제로 시즌 아웃시키는 화끈함(?)도 선보였다. 그렇게 승리와 거리를 두는 사이 조쉬 잭슨, 마퀴스 크리스, 드라간 벤더 등의 유망주들이 차례로 팀에 합류했다. 팀의 미래 코어로 낙점한 데빈 부커를 필두로 한 피닉스의 유망주 군단은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

그렇게 맞이한 이번 시즌, 애초에 피닉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전력이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각 포지션별로 젊은 유망주들을 끌어 모은 만큼 이들의 옥석 가리기가 그들의 중요한 미션이었다. 

그러나 왓슨 감독은 90년생 언드래프트 출신으로 더 이상 성장 잠재력이 보이지 않는 가드 마이크 제임스에게 경기 당 19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부여하는 이상한 운영을 선보였다. 가드 중심의 운영을 한 덕분에 벤더(19.7분)와 크리스(15.2분) 등의 성장은 뒷전. 심지어 제임스-블레소-부커를 동시에 투입해 부커가 상대 3번 포지션을 상대하게 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3년 전 드라기치가 3번 포지션으로 나섰던 악몽이 재현된 셈이다. 

그렇다고 경기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앞서 설명했듯 3경기 평균 30.7점차 패배. 유망주들에게 성장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동시에 경기력까지 엉망이었다. 이쯤 되면 경질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수준이었다. 

또한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터졌던 블레소의 트위터 항명 사건(?)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블레소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이 팀에 있고 싶지 않아(I don't wanna be here)' 라는 글을 올렸다. 현재 피닉스의 팀 분위기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대목. 결국 블레소의 글이 공개된 후 1시간 만에 왓슨은 경질 통보를 받았다. 

 

왓슨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의 자리에 앉게 된 이는 제이 트리아노다. 그는 2008년부터 3년간 토론토 감독으로 87승 142패의 성적을 기록했던 인물이다. 트리아노는 당장 24일 펼쳐질 새크라멘토와의 경기부터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피닉스에게 이번 시즌은 유망주들의 성장과 더불어 옥석을 가려내야 할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단 3경기 만에 그들은 너무나 큰 혼란을 맞았다. 젊은 선수 위주의 팀이기에 분위기에 휩쓸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과연 피닉스의 리빌딩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들이 맞이하게 될 결말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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