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르브론 제임스는 올해 프리시즌에 단 1경기만 출전했다. 나머지 4경기는 모두 결장한 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르브론이 이번 프리시즌에 코트를 밟은 시간은 29.7분.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프리시즌을 소화한 총 19명의 선수 중 2번째로 적은 출전 시간이었다.

르브론보다 프리시즌 출전 시간이 유일하게 적었던 선수는 에디 타바레즈였다. 로스터의 거의 모든 선수가 기회를 받는 프리시즌에도 타바레즈는 단 10분만 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2일 클리블랜드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올시즌도 NBA 정규 로스터 합류한 실패한 타바레즈의 모습을 NBA에서 언제 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날은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르브론 제임스는 타바레즈와 입장이 다르다. 그는 클리블랜드를 이끄는 스타다. 프리시즌에 스타급 선수가 출전 시간을 극도로 관리받으며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는 일은 30개 모든 팀에서 일어난다. NBA 전체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르브론에게는 특히나 더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프리시즌에도 르브론은 3경기 출전해 56분만 코트를 누볐다.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2016-17 정규시즌에 르브론은 무려 2,794분 동안 경기에 나섰다. 2014년 클리블랜드 컴백 이후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한 시즌이었다. 경기당 평균으로 따지면 37.8분. NBA 전체 1위였으며 데뷔 이래 처음으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등극(?)했다. 어느덧 만 32살인 나이까지 감안하면 어쩌면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혹사당한 시즌이었다고 불러도 될 것이다.

지난 6월 파이널이 끝난 후 르브론 제임스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던 적이 있다. 현지 언론에서 슈퍼 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르브론은 자신은 슈퍼 팀에서 뛴 적이 없다고 답해 화제를 모았다.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온갖 비난이 르브론에게 쏟아졌다. 르브론은 NBA에서 가장 많은 팬과 안티 팬을 동시에 거느린 선수다. 가뜩이나 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데, 그를 딱히 싫어하지 않는 팬들도 납득하기 힘든 발언을 했으니 많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 역시 르브론의 이 발언에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르브론 본인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동료들을 옆에 둔 마이애미에서의 말년에도, 지난 시즌에도 르브론은 매우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과부하로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어쩌면 르브론은 커리어 내내 이어지고 있는 혹사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만을 “슈퍼 팀에서 뛴 적이 없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드러냈을 지도 모른다.(물론 그 발언은 정말 르브론의 진심일 수도 있고, 혹은 전혀 다른 의도로 한 발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의도도 없는 순수한 진심이 담긴 것이다면,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인 것이 사실이다.)

*르브론 제임스의 데뷔 이후 시즌별 평균 출전 시간*
2003-04 시즌: 39.6분 (리그 10위)
2004-05 시즌: 42.3분 (리그 2위)
2005-06 시즌: 42.5분 (리그 2위)
2006-07 시즌: 40.9분 (리그 3위)
2007-08 시즌: 40.4분 (리그 3위)
2008-09 시즌: 37.7분 (리그 14위)
2009-10 시즌: 39.0분 (리그 6위)
2010-11 시즌: 38.8분 (리그 6위)
2011-12 시즌: 37.5분 (리그 6위)
2012-13 시즌: 37.9분 (리그 8위)
2013-14 시즌: 37.7분 (리그 6위)
2014-15 시즌: 36.1분 (리그 6위)
2015-16 시즌: 35.6분 (리그 14위)
2016-17 시즌: 37.8분 (리그 1위)

최근 트레이닝 캠프에서 터런 루 감독은 현재 클리블랜드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인지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 르브론 제임스가 벤치에서 쉴 때면 경기가 정말 안 풀렸다”고 했다. 사실 감독으로서는 굳이 안 해도 될 말이었다. 어떤 선수가 코트에 있든 없든, 최선의 경기 내용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루 감독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난 시즌 르브론이 결장한 8경기에서 클리블랜드는 전패를 기록했다. 이 8경기에서 클리블랜드가 기록한 평균 득실마진은 무려 -16.0점이었다. 또한 지난 시즌 르브론이 코트에 있을 때 118.4에 달했던 클리블랜드의 공격 효율 지수(100번의 공격 기회에서 얻을 수 있는 득점의 예상값)는 르브론이 쉴 때 103.7까지 폭락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공수 지표가 르브론이 코트에 있을 때 훨씬 좋았다.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르브론이 없으면 안 되는 팀이었다.(이는 카이리 어빙이 트레이드를 요청했을 때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의 출전 시간을 소화하면서, 커리어가 말년으로 향하고 있는 르브론의 피로 누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NBA 전문 사이트 「Hoopshype」의 정리에 따르면 미국 농구 역사상 NBA와 미국 대표팀을 오가며 소화한 총 출전 시간이 가장 긴 선수가 르브론 제임스였다. 르브론은 무려 51,329분을 소화하며 마이클 조던(48,842분), 래리 버드(41,473분), 매직 존슨(4,0891분)을 제치고 압도적 1위에 올라 있다. 르브론이 은퇴하는 날까지 이 기록은 계속 경신될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르브론은 NBA 드래프트에 참가 나이 제한이 생기기 전에 데뷔했다. 고졸 루키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NBA에 입성했고, 만 19살에 맞이한 루키 시즌에 무려 3,122분을 뛰었다. 소포모어였던 2004-05 시즌에는 3,388분을 뛰었는데, 이는 NBA 전체 1위 기록이었다. 이 시즌에 총 80경기를 뛴 르브론의 평균 출전 시간은 42.3분에 육박했다. 웬만한 20살의 유망주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후에도 르브론은 모든 시즌을 별다른 부상 없이 소화해왔다.

어디 이뿐인가. 르브론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올림픽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덕분에 그는 미국 대표팀 역대 누적 기록의 많은 부문에서 1위 혹은 최상위권에 이름에 올리고 있다. 19살이던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이어진 강행군의 피로가 강철 같았던 르브론의 몸에도 이제는 쌓일 대로 쌓였다. 그리고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누적된 피로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 NBA와 미국 대표팀에서 소화한 출전 시간의 합을 나타난 그래프.

르브론은 51,329분으로 이미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르브론이 올해 프리시즌 출전 시간이 적었던 이유는 예년과 달리 의도적인 ‘관리’ 때문이 아니었다. 9월 말에 시작한 트레이닝 캠프에서 르브론은 왼쪽 발목을 삐었다. 그리고 이후 회복이 늦어져 프리시즌 경기를 결장한 것은 물론 일주일 넘게 훈련 자체를 소화하지 못했다.

클리블랜드의 프리시즌 4번째 경기였던 지난 11일 시카고전에 르브론은 마침내 출전했다. 그러나 통증이 재발해 다음날 있었던 팀 훈련을 비롯한 주간 훈련 스케쥴을 모두 취소하고 14일에 있었던 팀의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도 결장했다. 현재 르브론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보스턴 셀틱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아예 르브론의 개막전 결장을 예상하고 있는 보스턴 지역 언론도 있다. NBC스포츠는 터런 루 감독의 인터뷰를 인용해 르브론이 결국은 개막전에 출전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 출전하더라도 그의 몸 상태가 100%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어쩌면 시즌 내내 발목에 가볍든 무겁든 통증을 안고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과거 르브론이 부상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 중에 발목 혹은 무릎이 다칠 뻔한, 혹은 크게 다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르브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코트로 돌아오곤 했다. 르브론은 데뷔 후 14시즌 동안 1060경기를 출전했다. 2011-12 시즌이 직장폐쇄로 단축 시즌(총 62경기)으로 치러졌음에도 그의 평균 출전 경기 수는 여전히 75.7경기에 육박한다. 한 마디로 ‘금강불괴’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하지만 이제는 르브론도 몸이 예전 같을 수가 없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너무 많은 경기를 뛰었다. 평생동안 코트에서 쌓은 ‘피로 마일리지’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게다가 오는 12월이면 그도 만 33살이 된다. 오프시즌마다 혹독한 훈련과 체중 조절로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해온 르브론이라도, 누적된 피로와 흘러가는 세월마저 비켜나가긴 힘들다.

코비 브라이언트를 기억하는가. 2015-16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그는 30대 중반이 된 뒤에도 가능한 한 많은 경기를 출전했다. 기록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전성기에도 웬만한 부상은 참으면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농구에 대한 코비의 태도였다. 손가락이 탈골되든, 발목 인대가 늘어나든 그는 가능만 하다면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그 여파는 커리어 마지막 3년 동안 나타났다. 2012-13 시즌 종료 직전에 단테이 존스의 파울에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고 시즌-아웃된 코비는, 이후 3년 동안 107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 번의 큰 부상에 그동안 참고 견뎠던 다른 부상들까지 한꺼번에 심각해지며 몸이 완전히 망가졌다. 당연히 경기력도 눈에 띄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코비는 은퇴 경기에서 전무후무한 60득점 퍼포먼스를 펼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은퇴하면서 전혀 그답지 않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몸 상태가 더 이상 농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련은 없다. 이제 지쳤다" 승부욕의 화신이었던 코비마저 지치게 만든 것이 나이, 피로, 부상이었다.

 

당장 르브론 제임스의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이번 발목 부상이 커리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드래프트 동기, 혹은 동년배 중 거의 유일하게 전성기 기량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에는 32살의 나이에도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르브론은 리바운드, 어시스트, 경기당 3점슛 성공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평균 득점도 26.4점으로 클리블랜드 이적 후 가장 높았다. 올시즌 역시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힌다. 최근 있었던 설문 조사에서 NBA 30개 구단 단장들 중 절반이 르브론을 MVP로 예측했다. 그는 ‘한창 때’인 후배들과 여전히 동등한 레벨에서 경쟁하고 있는 최고의 선수다.

그러나 동시에 걱정도 생긴다. 지친 르브론의 몸이 언제 갑자기 문제를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이번 트레이닝 캠프에 당한 발목 부상은 굉장히 중요한 ‘액땜’일 수도 있다. 웬만해서는 부상이 장기화되지 않는 르브론이 발목 부상에서 회복하는 시간이 2주 넘게 걸렸다.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의미 있는 경고일 수 있다.

르브론도 사람이다. 그도 지치고 다칠 수 있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르브론이다. 앞으로는 더 많이 그럴 것이다. 오는 시즌 클리블랜드가 르브론의 출전 시간을 보다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제이 크라우더, 제프 그린, 카일 코버, J.R. 스미스 등 지난 시즌에 비해 확연히 풍부해진 벤치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르브론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르브론과 클리블랜드 모두를 위한 일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미지 = Hoopsh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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