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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컷 논란" 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루키=이학철 기자] 페이컷(Pay-cut). 선수 스스로가 자신의 시장 가치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맺는 계약을 통칭하는 말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는 이 페이컷을 둘러싼 논쟁이 최근 다시 불붙었다.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한 케빈 듀란트가 무려 약 천만 달러의 몸값을 스스로 깎아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이번 논쟁을 둘러 싼 양쪽의 팽팽한 견해 차이를 살펴보았다.

♣ 110억 원 포기한 듀란트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파이널에서 3년 연속 조우한 라이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1년 전의 패배를 복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새롭게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한 케빈 듀란트가 있었다.

지난 파이널에서 듀란트는 역대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파이널 5경기 평균 득점만 무려 35.2점. 8.2개의 리바운드와 5.4개의 어시스트, 1.6개의 블록슛은 덤이었다. 거기다 듀란트는 야투율 55.6%, 3점슛 47.4%, 자유투 92.7%를 기록하며 보고도 믿기 힘든 활약을 펼쳤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듀란트의 파이널 MVP 선정은 당연한 수순. 무관의 제왕으로 10년의 세월을 보낸 듀란트에게는 최고의 한 해였다.

그렇게 완벽한 시즌을 보낸 골든스테이트의 오프시즌에는 ‘내부 FA 단속’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듀란트와 스테픈 커리를 비롯해,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자자 파출리아, 자베일 맥기, 이안 클락 등 주축 멤버와 핵심 벤치 선수들이 대거 FA로 풀렸다. 커리와 듀란트의 재계약은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였지만 나머지 선수들까지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실제로 리빙스턴과 이궈달라에게는 복수의 팀이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는 차근차근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우선 그들은 FA 시장이 개장됨과 동시에 커리와 리빙스턴을 붙잡았다. 커리에게는 5년간 무려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안기며 그 동안의 염가봉사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했고 리빙스턴 역시 3년 2,300만 달러라는 적절한 금액으로 붙잡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착실히 협상을 진행한 골든스테이트는 이안 클락(뉴올리언스로 이적)을 제외한 모든 FA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리그 2연패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랄만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이었던 듀란트가 2년간 총액 5,300만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재계약 도장을 찍은 것이다(1+1 계약).

원래대로라면 차기시즌 듀란트가 받을 수 있던 최대금액은 3,450만 달러였다. 그러나 듀란트에게 이 금액을 온전히 안기면 이궈달라, 리빙스턴과의 재계약이 불가능했다. 듀란트를 위한 샐러리캡 여유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궈달라와 리빙스턴이 가지고 있던 버드 권한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듀란트가 논-버드 익셉션을 활용해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인 3,180만 달러에 계약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 경우에는 듀란트를 위한 샐러리캡 여유분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었기에 이궈달라, 리빙스턴과의 재계약 역시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듀란트는 계약 첫 해 약 2,500만 달러만을 받기로 한 계약서에 최종 사인했다. 이는 팀 전력 유지를 위해서였다. 당초 예상 금액보다 680만 달러, 듀란트가 받을 수 있었던 최대 금액보다는 무려 950만 달러가 적은 연봉이다. 이처럼 듀란트의 저렴한(?) 계약 덕분에 골든스테이트는 약 3,000만 달러 수준의 사치세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듀란트의 계약이 발표되자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이 정도 규모의 페이컷은 리그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의견과, 구단과의 계약은 선수의 자유의지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자 계약의 당사자였던 듀란트가 직접 나서 자신의 이번 계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ESPN과의 인터뷰에서 듀란트는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스테픈 커리 등을 보면서 그들이 최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들은 실력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한발 물러섰다. 나는 현재 팀이 지속되길 원했다. (나의 페이컷으로) 구단 경영진이 모든 선수들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돈이었고, 내 결정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이번 계약을 맺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듀란트는 “많은 선수들이 페이컷을 했다. 내가 칭찬받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팀 던컨, 덕 노비츠키 등이 팀을 돕기 위해 연봉을 적게 받았다. 나는 그걸 보면서 배웠다. ‘왜 나는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페이컷으로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처럼 듀란트가 직접 나서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컷을 둘러싼 논쟁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페이컷을 비난하는 쪽과 상관없다는 쪽의 주요 논점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이를 둘러싼 양 측의 입장 차이를 살펴보자.

 

♣ 페이컷에 대한 시선 1. 리그 불균형 우려

사실 듀란트 이전에도 페이컷을 감행한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2000년대 이후만 살펴보자면 팀 던컨, 덕 노비츠키, 카멜로 앤써니 등이 있다. 그리고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가 마이애미에서 뭉칠 당시, 역시 페이컷을 감행하며 로스터를 구성한 바 있다. 이번 듀란트의 사례가 페이컷의 첫 사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란트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듀란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리그의 불균형을 우려한다. 근본적으로 농구는 약팀이 강팀을 잡아내기가 가장 힘든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리그는 팀들 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바로 샐러리캡 제도이다.

이 샐러리캡이라는 장치 하에서 리그는 최소한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지내왔다. 그러나 이번 듀란트의 사례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자진해서 자신의 연봉을 깎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면 샐러리캡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실제로 듀란트의 계약으로 돈을 아낀 골든스테이트는 닉 영과 옴리 카스피를 로스터에 새롭게 추가하며 지난 시즌보다 더욱 강한 로스터를 만들어냈다. 사실상 현재의 골든스테이트를 다전제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에서 잡을 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예측불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다. 결과가 뻔히 나와 있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혹자는 듀란트의 이번 결정이 향후 FA로 풀리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골든스테이트의 사례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한 팀에서 뭉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는 연봉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대로 금액을 챙긴다면 절대 우승은 하지 못한다는 풍조가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노비츠키, 던컨의 사례와 듀란트의 사례는 근본적으로 그 성질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둘 모두 팀의 전력 유지 및 강화라는 목적은 같으나, 이들이 페이컷을 하게 된 배경과 페이컷으로 인해 나타날 결과는 천지차이라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다. 실제로 노비츠키와 던컨의 페이컷은 리그의 밸런스를 파괴시킬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 페이컷에 대한 시선 2. 페이컷은 선수의 자유의지

페이컷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쪽은 어떨까. 이들은 팀을 위해 선수 본인이 먼저 적은 연봉을 감수하는 행위에 대해 리그가 간섭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주요 논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근본적으로 선수 개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FA 제도이기 때문에 페이컷 여부 역시 선수들의 자유의지로 발생한 결과이며,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선택의 영역으로 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스티브 커 감독 역시 이러한 논조의 인터뷰를 남기며 듀란트를 두둔하고 나섰다. 커는 “현재 리그가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페이컷을 통해 좋은 동료들을 옆에 두는 선택은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달린 일인 것 같다”며 페이컷 여부는 선수의 자유의지라는 쪽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어 커는 “페이컷이 공평한 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 던컨도 페이컷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듀란트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듀란트의 페이컷 사례가 리그 내의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 의견을 제시했다. 역사적으로 따져 봐도 선수 본인의 의지로 페이컷을 감행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대부분의 선수는 자신의 제대로 된 시장가치만큼의 대우를 원하기 때문에 이번 듀란트의 계약이 시장 경제에 혼란을 주는 문제는 야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그 근거다. 그리고 이들은 노비츠키, 던컨의 사례와 듀란트의 사례를 다른 성격의 페이컷이라고 정의하는 쪽에 대해서도, 어찌되었던 그 의도 자체는 동일한 것이기에 다르게 볼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사실 페이컷을 둘러싼 논쟁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양측이 내세우고 있는 주장의 근거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들이며, 따라서 이는 평소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문제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성질의 논쟁은 아니라는 의미다.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듀란트가 무려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포기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골든스테이트는 최강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과연 골든스테이트 왕조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학철 기자  moonwalker90@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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