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오클라호마시티가 또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했다. 폴 조지에 이어 이번엔 카멜로 앤써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빅3’가 서부지구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러셀 웨스트브룩, 폴 조지, 카멜로 앤써니의 공존 문제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시티 3인방은 과연 효과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 3명의 1대1 공격수들, 역할 변화 불가피

결론부터 말하겠다. 러셀 웨스트브룩, 폴 조지, 카멜로 앤써니로 구성된 오클라호마시티의 빅3는 1대1 공격을 ‘매우 매우’ 즐기는 트리오다.

당장 지난 시즌만 해도 셋 모두 팀 내에서 가장 볼을 자주 만지는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볼을 가지고 있을 때의 많은 공격들이 1대1 공격, 즉 아이솔레이션 공격으로 이뤄졌다. 다음은 2016-17 시즌에 리그에서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가장 많이 시도했던 상위 10명의 선수 명단이다.

*2016-17 시즌 아이솔레이션 공격 시도 횟수 탑10*
1위 제임스 하든 – 552회
2위 러셀 웨스트브룩 – 518회
3위 카멜로 앤써니 – 391회
4위 르브론 제임스 – 377회
5위 해리슨 반즈 – 369회
6위 카이리 어빙 – 367회
7위 더마 드로잔 – 343회
8위 존 월 – 327회
9위 데미안 릴라드 – 301회
10위 폴 조지 – 300회

당장 2위와 3위에 웨스트브룩과 앤써니의 이름이 보인다. 폴 조지는 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다. 하지만 그래도 리그 전체로 보면 10위에 해당하는 선수. 즉 지금 오클라호마시티는 리그에서 가장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선호하는 선수 3명을 한 팀에 모아뒀다.

물론 감안해야 할 부분이 있다. 러셀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는 지난 시즌 팀 사정상 개인의 공격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러셀 웨스트브룩은 공격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선수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홀로 공격을 이끌었다. 가드다 보니 당연히 많은 공격이 아이솔레이션, 픽앤롤을 통해 이뤄졌다.

폴 조지도 마찬가지였다. 인디애나에는 그를 효과적으로 보조해주는 공격수가 없었다. 제프 티그-몬테 엘리스로 구성된 백코트는 위력이 기대 이하였으며, 빅맨 콤비 테디어스 영과 마일스 터너는 스스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선수들이었다.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는 그래도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카멜로 앤써니다. 뉴욕은 2016년 여름 데릭 로즈, 조아킴 노아, 코트니 리를 영입했고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까지 보유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앤써니의 플레이스타일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NBA.com에 따르면 2015-16 시즌 아이솔레이션 공격 빈도가 23.7%였던 앤써니는 2016-17 시즌에도 23.1%로 수치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스팟업 슈팅 공격(3.7% 증가), 오프스크린 공격(1.6% 증가)의 빈도가 소폭 상승하면서 ‘나름의 변화’는 꾀했다. 하지만 픽앤롤의 드리블러 공격 빈도가 오히려 늘어나면서(3.7% 증가) 공격 시 평균 볼 터치 횟수도 56.6회에서 50.3회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2014년 4월, 필 잭슨 사장이 뉴욕에 부임하면서 앤써니는 커다란 변화에 직면했다. 바로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한 축이 되는 것이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스트롱사이드(코트를 반으로 나눴을 때 볼이 있는 사이드)와 위크사이드(볼이 없는 사이드)의 신속한 볼 이동과 미드레인지 구역을 중심으로 한 효율적인 패스 게임을 중시하는 공격 시스템이다. 그 속에서 앤써니 역시 플레이스타일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됐다.

앤써니 본인도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에서 뛰기 시작한 2014-15 시즌부터 앤써니는 공격 점유율(USG%)이 조금씩 하락한 반면, 어시스트 점유율은 20%대까지 껑충 뛰었다. 개인 득점이 아닌 패싱 게임을 통해 팀 공격에 기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앤써니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 때 4개를 넘어섰던 평균 어시스트 개수는 지난 시즌 3.0개까지 내려갔으며, 평균 40회를 넘어섰던 경기당 패스 횟수는 35.7개로 하락했다. 여전히 앤써니는 전체 공격의 4분의 1을 아이솔레이션 공격에 의존했으며, 볼을 자주 만지고 소유하는 성향의 선수였다.

결국 오클라호마시티는 오는 시즌 두 가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는 지난 시즌 극에 달했던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의 공격 점유율을 낮추는 것. 두 번째는 이미 한 차례 변화에 실패한 앤써니를 ‘진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농구에는 24초 공격 제한 시간 규정이 있다. 그리고 24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볼을 주도적으로 만질 수 있는 선수는 아무리 많아도 2-3명이다. 만약 이 시간동안 오클라호마시티 3인방이 각자가 1대1 공격 혹은 픽앤롤 공격을 시도한다면, 팀 공격은 엉망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역할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볼을 적게 만지며 득점을 생산해야만 한다. 빌리 도너번 감독의 코칭이 다음 시즌 너무나 중요한 이유다.

 

▲ 캐치앤슛에서 찾은 공존 가능성

사실 지난 시즌의 모습만 보면 웨스트브룩, 폴 조지, 앤써니 3인방의 공존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 공격에 대한 욕심 혹은 의지가 워낙 강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폴 조지, 카멜로 앤써니가 볼 소유 시간을 줄이며 공격에서 좋은 효율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NBA.com은 ‘캐치앤슛(catch and shoot)’이라는 부문의 기록을 제공하고 있다. 캐치앤슛은 말 그대로 볼을 받은 후 드리블 없이 곧바로 점프슛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시즌 캐치앤슛을 통해 경기당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누구였을까. 바로 골든스테이트의 클레이 탐슨(11.5점)이었다. 특히 캐치앤슛으로 던진 3점슛의 성공률이 43.8%로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폴 조지가 캐치앤슛 득점 3위에 랭크돼 있다는 점이다. 캐치앤슛으로 경기당 7.4점을 기록하며 클레이 탐슨과 덕 노비츠키(8.0점)의 뒤를 이었다. 3점슛 성공률에 보정을 가한 실질 야투 성공률(Effective Field Goal Percentage)은 60.1%로 클레이 탐슨(62.1%)에 딱히 밀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 폴 조지가 드리블 없이 던진 슈팅으로 최상위권의 득점력과 효율을 발휘한 선수였다는 얘기다.

카멜로 앤써니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그 역시 캐치앤슛 능력이 매우 탁월한 선수였다.

앤써니는 지난 시즌 경기당 캐치앤슛 득점이 6.3점으로 팀 내에서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6.6점)에 약간 뒤진 2위였다. 게다가 캐치앤슛으로 던진 3점슛 성공률이 무려 42.6%로 클레이 탐슨과 거의 흡사했다. 캐치앤슛의 실질 야투 성공률은 58.6%로 포르징기스(52.6%)보다 높았다.

사실 앤써니는 오래 전부터 볼을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득점을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 선수였다. 다만 본인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앤써니의 캐치앤슛에 대한 재능은 지난 런던 올림픽을 통해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 당시 앤써니는 르브론 제임스, 크리스 폴, 제임스 하든과 공존하기 위해 드리블 없이 던지는 슈팅에 많은 힘을 쏟았는데, 그럼에도 엄청난 득점력을 선보이며 미국 대표팀의 올림픽 2연패를 이끌었다. 결국은 재능은 이미 충분한데 본인의 의지가 적었을 뿐이다.

 

다음 시즌도 오클라호마시티는 기본적으로 러셀 웨스트브룩의 볼 소유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팀이다. 웨스트브룩이 폴 조지, 카멜로 앤써니보다 돌파 속도가 빠르고 직선적인 움직임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폴 조지와 앤써니가 캐치앤슛에서 이미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선수라는 점은 오클라호마시티 입장에서 굉장히 희망적인 부분이다. 폴 조지와 앤써니가 팀 오펜스를 위해 볼 소유 시간을 양보할 ‘의지’만 가진다면, 의외로 셋은 큰 어려움 없이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도 있다. 결국은 역할 변화에 대한 서로의 소통과 합의에 달린 일이다.

한편 오클라호마시티의 빌리 도너번 감독은 2015-16 시즌에 러셀 웨스트브룩과 포워드 자원 2명을 공격에서 효율적으로 공존시켰던 경험이 있다. 그 2명은 바로 케빈 듀란트와 서지 이바카였다.

당시 도너번 감독은 케빈 듀란트가 스티븐 애덤스의 다운 스크린을 활용해 미드레인지 점프슛 기회를 보는 ‘53’ 전술, 케빈 듀란트와 스티븐 애덤스가 웨스트브룩을 위해 이중 스크린을 선 뒤 이동 방향을 다르게 가져가는 ‘더블 드래그’ 전술, 러셀 웨스트브룩과 서지 이바카가 2대2 게임을 시도하면서 스티븐 애덤스가 골밑으로 돌진해 이바카에게 오픈 미드레인지 점프슛 기회를 만들어주는 ‘혼즈 다이브 팝’ 전술 등 굉장히 다양한 전술들을 활용해 팀 공격력을 리그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던 바 있다.

실제로 2015-16 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평균 득점(110.2점)과 공격 효율 지수(113.1)에서 나란히 리그 2위에 올랐으며, 두 부문에서 오클라호마시티를 제친 팀은 골든스테이트가 유일했다. 사실상 골든스테이트 다음 가는 공격력을 가진 팀이었던 것이다.

도너번 감독은 오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2년 전 사용했던 전술들의 비중을 다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술적으로는 이미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관건은 3인방이 도너번 감독이 요구하는 역할 변화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전술에 효과적으로 녹아드느냐다.

새로운 빅3를 구축한 오클라호마시티. 과연 오클라호마시티는 골든스테이트 독주 체제였던 서부지구의 판도를 휴스턴과 함께 뒤흔들 수 있을까? 다음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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