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지금 NBA는 공격농구의 시대를 맞이했다. 빠른 템포, 3점슛을 앞세운 공격적인 농구가 리그를 집어삼키고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공격농구의 시대를 연 지배자다. 골든스테이트는 2014-15 시즌부터 지난 세 시즌 동안 207승 39패를 기록하며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이 기간 동안 골든스테이트가 평균 득점과 공격 효율 지수(Offensive Rating) 부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2014-15 시즌이 유일하다.(평균 득점 1위, 공격 효율 지수 2위) 강력한 창은 곧 승리로 이어졌다. 2015-16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정규시즌 최다승 신기록(73승)을 세웠으며, 3년 모두 파이널에 진출해 두 번 우승을 차지했다. 2017-18 시즌에도 골든스테이트는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공격농구로 승리에 더 가까워진 팀은 골든스테이트만이 아니다. 지금 NBA는 공격이 강한 팀들이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시즌 양대지구에서 4위 이상을 차지한 8개 팀(골든스테이트, 샌안토니오, 휴스턴, 클리퍼스, 보스턴, 클리블랜드, 토론토, 워싱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공격 효율 지수에서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말그대로 공격이 승리를 부른 셈이다.

*2016-17 시즌 공격 효율 지수 상위 10개 팀 성적*
1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113.2) – 서부 1위(리그 전체 1위), 파이널 우승
2위 휴스턴 로케츠(111.8) – 서부 3위, 지구 준결승 진출
3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110.9) – 동부 2위, 파이널 준우승
4위 LA 클리퍼스(110.3) – 서부 4위, 플레이오프 진출
5위 덴버 너게츠(110.0) – 서부 9위
6위 토론토 랩터스(109.8) – 동부 3위, 지구 준결승 진출
7위 샌안토니오 스퍼스(108.8) – 서부 2위(리그 전체 2위), 지구 결승 진출
8위 보스턴 셀틱스(108.6) – 동부 1위, 지구 결승 진출
9위 워싱턴 위저즈(108.5) – 동부 4위, 지구 준결승 진출
10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108.1) – 서부 13위

 

반면 공격이 약한 팀들은 대부분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수비가 좋은 경우에도 공격이 약하면 승리를 놓치기 일쑤였다. 아래는 지난 시즌 공격 효율 지수 하위 10개 팀들의 성적을 정리한 것이다.

*2016-17 시즌 공격 효율 지수 하위 10개 팀 성적*
21위 시카고 불스(104.6) – 동부 8위, 플레이오프 진출
22위 피닉스 선즈(103.9) – 서부 15위(리그 전체 29위)
23위 댈러스 매버릭스(103.7) – 서부 11위
24위 LA 레이커스(103.4) – 서부 14위(리그 전체 28위)
25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103.3) – 동부 10위
26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103.3) – 동부 10위
27위 애틀랜타 호크스(102.3) – 동부 5위, 플레이오프 진출
28위 브루클린 네츠(101.9) – 동부 15위(리그 전체 30위)
29위 올랜도 매직(101.2) – 동부 13위
30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100.7) – 동부 14위

덴버(공격 효율 지수 5위), 애틀랜타(공격 효율 지수 27위), 시카고(공격 효율 지수 21위)는 다소 특수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동부지구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애틀랜타, 시카고는 수비가 무척 강한 팀이었다. 이들은 각각 수비 효율 지수에서 리그 전체 4위, 6위에 랭크되며 약한 공격력을 최상위권의 수비력으로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비력을 앞세운 애틀랜타와 시카고도 플레이오프에서는 공격력의 한계를 절감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애틀랜타와 시카고를 플레이오프에서 무너뜨린 워싱턴, 보스턴이 모두 공격 효율 지수 상위 10위권 안에 오른 팀이었다는 점이다. 흔히들 플레이오프는 경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수비가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애틀랜타와 시카고는 강력한 방패로도 상대의 창을 부러뜨리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공격농구를 표방하는 팀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창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비유적인 표현이 섞인 문장을 직접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공격농구를 추구하는 팀들도 득점을 만들어내는 디테일한 방식은 저마다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필자는 지난 15일자 기사를 통해 픽앤롤이 NBA 공격 전술의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스페인 픽앤롤’과 같은 형태로 픽앤롤이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던 바 있다.

참고 기사: [이동환의 NBA노트] 픽앤롤의 진화 '스페인 픽앤롤' (http://sports.news.naver.com/basketball/news/read.nhn?oid=398&aid=0000010620)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리그 최고의 공격 팀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스테이트가 공격 전술의 대세인 픽앤롤에는 정작 가장 소극적인 팀이었다는 점이다.

현대 농구에서는 많은 팀들이 픽앤롤을 통해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휴스턴, 워싱턴, 토론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픽앤롤 공격에서 드리블러의 공격 시도 빈도(10.9%)와 롤맨(림으로 돌진하는 스크리너를 의미)의 공격 시도 빈도(4.0%)가 모두 리그에서 가장 낮은 팀이었다. 골든스테이트의 이런 모습은 생소함을 넘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골든스테이트의 ‘차원이 다른’ 공격력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정답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오프스크린 공격(볼 없는 선수가 동료의 스크린을 받아 시도하는 공격)과 컷인 공격(볼 없는 선수가 림으로 돌진하는 공격)이었다.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13.0%의 오프스크린 공격 빈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컷인 공격 빈도 역시 12.3%로 압도적인 리그 1위였다.

그리고 골든스테이트는 PPP 기록(Points Per Possesion, 한 번의 공격 기회 당 생산할 수 있는 기대 득점)에서도 두 부문 모두 리그 3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볼 없는 선수가 동료의 스크린을 받거나 림으로 돌진하는 공격을 리그에서 가장 많이 시도하는 동시에, 그 공격을 통해 만들어내는 득점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팀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특유의 엄청난 속도전이 가미되면서,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최고의 공격 팀으로 우뚝 섰다.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속공 공격 빈도에서 리그 전체 1위(18.5%)를 차지했으며, 속공 공격 PPP 역시 리그 전체 1위였다. 결국 상대를 정신없게 만드는 빠른 템포와 볼 없는 선수들의 다양하고 활발한 움직임이 골든스테이트의 막강한 공격력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특정 선수가 비교적 오래 볼을 소유하며 전개하는 방식의 공격은 가장 적게 시도하는 팀이었다. 앞서 언급한 픽앤롤 공격이 대표적이다. 또한 골든스테이트는 아이솔레이션 공격(5.7%, 리그 27위), 포스트업 공격(5.1%, 리그 24위)의 빈도도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골든스테이트는 볼 소유 관련 기록에서 리그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경기당 볼 소유 시간(볼이 패스나 슈팅을 통해 공중에서 이동 중인 시간을 제외한, 실제로 공이 선수의 손에 들려 있거나 드리블되는 시간)이 평균 17.9분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으며, 한 번 볼을 받았을 때의 평균 소유 시간은 2.43초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었다. 평균 드리블 횟수는 1.78회로 리그 어떤 팀보다도 적었다.

평균적으로 어떤 선수가 한 번 볼을 받으면 2.5초 이내로 패스 혹은 슈팅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드리블은 2번도 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타적인 농구다.

 

볼을 오래 만지는 것을 지양하는 골든스테이트의 농구 색깔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지난 2016년 12월 6일에 있었던 골든스테이트와 인디애나의 경기다.

이날 골든스테이트의 클레이 탐슨은 3점슛 8개 포함 60점을 쏟아 붓는 ‘인생 경기’를 펼쳤다. 탐슨의 퍼포먼스에 팀도 142-106 대승을 챙겼다. 이날 탐슨은 전반에만 무려 40득점을 터트리는 등 소위 '그분이 오신'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탐슨의 기록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60점’이라는 단순 득점 기록이 아니었다.

ESPN에 따르면 이날 탐슨은 단 29분동안 출전해 60점을 기록했는데, 놀랍게도 경기 중 탐슨이 실제로 볼을 손에 갖고 있던 시간은 총 90초에 불과했다. 또한 이날 탐슨은 총 46번 볼을 만졌는데, 정작 드리블 횟수는 11회에 불과했다.

29초 동안 볼을 소유하면서 60점을 만들어냈으니, 단순히 계산하면 1초당 2점 이상을 만들어낸 꼴이 된다. 11회 드리블을 기준으로 삼으면 드리블 1회당 약 5.45점을 만들어낸 셈이다. 어마어마한 효율이다.

▲ 클레이 탐슨 60득점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출처: NBA.com). 탐슨이 볼 없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움직임들을 감상해보자. 마치 "이게 바로 골든스테이트의 농구야!"라고 말하는 듯한 간결하고 완성도 높은 플레이들이다. 탐슨이 단순한 슈터 이상의 선수인 이유가 이 영상에서 잘 드러난다.

 

골든스테이트가 이처럼 볼을 적게 소유하고 드리블 횟수를 최소화하는 이타적인 농구를 완벽에 가깝게 펼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동력은 바로 스티브 커 감독이 구축한 환상적인 공격 시스템에 있다.

사실 단순히 볼을 적게 소유하고 열심히 움직인다고 해서, 모두가 골든스테이트 같은 농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스템 안에서 선수들끼리 약속된 움직임의 호흡이 완벽해져야 하며, 서로를 철저하게 신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골든스테이트 같은 모습이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스티브 커 감독은 은퇴 후 10여년 동안 해설자, 단장 생활을 하며 쌓은 노하우와 전술 지도력으로 ‘꿈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스티브 커 감독은 전술이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 감독이다.

포스트 구역 혹은 림 정면 구역의 선수가 볼을 받은 후 한쪽 사이드에서 2-3명의 선수가 스크린과 교차 움직임을 통해 득점 기회를 노리는 스플릿 전술(이 전술도 선수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따라 포스트 스플릿, 지퍼 스플릿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된다), 엘보우 지역에서 볼을 받은 빅맨이 반대편 사이드의 코너에 있다가 45도 미드레인지 구역으로 올라오는 슈터에게 어시스트를 해주는 엘보우 핀다운 전술, 빅맨이 엘보우 지역에서 볼을 받은 뒤 정면과 베이스라인에서 2명의 선수가 동시에 컷인을 시도해 득점을 노리는 램 백도어 전술 등 스티브 커 감독을 통해 NBA에서 제대로 빛을 보거나 재발견되고 있는 전술도 많다.(골든스테이트의 전술은 추후 기사를 통해 하나씩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빠른 템포와 볼 없는 움직임을 중요시하는 스티브 커 감독의 철학은 2016년 여름에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가 합류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듀란트는 골든스테이트 이적 후 아이솔레이션 공격(14.9%→11.5%), 픽앤롤에서 드리블러로서의 공격(19.0%→12.6%)의 빈도가 모두 감소해버렸다. 사실 웬만한 팀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듀란트의 공격 비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에서 듀란트는 볼 없이 시도하는 스팟업 슈팅 공격(11.0%→14.2%)과 컷인 공격(4.0%→6.5%) 빈도를 늘렸다. 그리고 속공 공격의 괴물이 됨으로써(15.1%→22.5%) 개인 공격 효율 지수를 오클라호마시티에 있었던 2015-16 시즌보다 오히려 더 끌어올렸리는 데 성공했다.(122→125)

빠른 적응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듀란트는 생애 첫 우승을 경험한 것은 물론 파이널 MVP까지 차지했다. 125의 공격 효율 지수는 듀란트의 커리어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스티브 커 감독의 시스템 안에서 듀란트의 공격력이 마침내 데뷔 이래 최고 수준으로 극대화된 것이다.

 

▲ 2015-16 시즌(초록색)과 2016-17 시즌(파란색)에 듀란트가 기록한 공격 유형의 빈도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아이솔레이션 공격과 픽앤롤 드리블러 공격은 빈도가 크게 줄었지만, 속공 공격과 컷인 공격 빈도가 늘어난 것이 확인된다.

 

스포츠에는 오랜 격언이 하나 있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골든스테이트는 이 격언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골든스테이트의 공격농구는 관중을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승리까지 함께 부르는 중이다.(물론 함정이 하나 있긴 하다. 골든스테이트는 수비력도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골든스테이트는 선수들이 볼을 적게 소유하며 볼 없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농구계의 오랜 ‘이상론’을 코트에서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는 팀이기도 하다. 골든스테이트의 농구가 기본에 매우 충실한 농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그런 의미에서 ‘점프슛 팀은 절대 우승할 수 없다’라던 골든스테이트에 대한 찰스 바클리의 과거 발언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골든스테이트는 단순한 점프슛 팀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골든스테이트는 결과를 통해 바클리의 이 주장을 반박해냈다.)

 

2017-18 시즌에도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최강 팀으로 꼽히고 있다. 오프시즌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데이비드 웨스트, 자자 파출리아까지 공수의 핵심 선수들을 대부분 잔류시켰다.

여기에 지난 시즌 레이커스의 루크 월튼 감독 밑에서 이미 골든스테이트의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경험한 닉 영, 탁월한 3점슛 능력을 갖춘 장신 포워드 옴리 카스피까지 영입했다. 전력상 약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경쟁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휴스턴은 크리스 폴을 영입하며 한 시즌 만에 다시 변화를 꾀했으며, 샌안토니오는 베테랑 포워드 루디 게이를 영입했다. 클리블랜드는 카이리 어빙의 트레이드 요청 파동 속에서도 아이재아 토마스(시즌 중반 복귀 예정), 데릭 로즈, 제이 크라우더를 영입했다.

그러나 많은 팀들의 변화에도 골든스테이트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해 보인다. 그리고 오는 시즌 골든스테이트에게 주어진 새로운 미션은 바로 리그 2연패다.

2017년 파이널 우승으로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한 골든스테이트는 정작 리그 2연패에는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2018년 파이널까지 우승한다면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2연패에 성공한 역대 7번째 팀이 된다. 동시에 시카고 불스(통산 우승 6회)와 함께 NBA 역대 우승 횟수 공동 3위로 올라설 수 있다. 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는 것이다.

과연 골든스테이트는 2017-18 시즌에도 강력한 공격농구로 리그를 제패할 수 있을까. 다시 정상을 향해 질주하는 골든스테이트의 농구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 = 이동환 기자, NBAmath.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