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에는 정말 많은 용어들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나 독자들조차 어렴풋이 그 의미를 알고 쓰는 용어들도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일명 ‘NBA 용어 탐방’. 이번 시간에는 NBA 팬들이 가장 많이 들어봤을 계약 용어인 ‘맥시멈 계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7월은 FA 계약의 달이다. 미국 시간으로 7월 1일 0시에 NBA FA 시장이 공식적으로 열리면, 이후 불과 1-2주 안에 수많은 계약들이 성사된다. 물론 이 기간을 넘어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리그 판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계약은 적어도 2주 안에는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FA 시장을 지켜보는 팬들의 심경은 저마다, 때때로 다르다. 어떤 때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계약에 절로 입이 떡 벌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괜찮은 선수가 형편없는 연봉에 계약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기도 한다. 어떤 팬들은 선수의 재계약 소식에 환호하며, 어떤 팬들은 연봉을 둘러싼 선수와 구단의 줄다리기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어쨌거나 NBA 팬들에게 7월은 절로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아주 흥미로운 시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FA 시장이 한창일 때 NBA 팬들이 가장 많이 듣고 쓰게 되는 표현은 바로 ‘맥시멈 계약’일 것이다.

맥시멈 계약(maximum contract)이란, 말 그대로 해당 선수가 그 해 FA 시장에서 맺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계약을 의미한다. 사실 이 정도는 NBA 깨나 본 팬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볼 필요가 있다. 맥시멈 계약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그러나 의외로 적지 않은 팬들이 아예 모르거나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이 두 가지 있다.

바로 맥시멈 계약은 ①절대적인 금액이 아닌 전체 샐러리캡 대비 비율로 정해지며 ②선수의 경력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①번부터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맥시멈 계약의 규모는 3000만 달러 혹은 4000만 달러와 같이 ‘절대적인 금액’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차기 시즌의 팀 샐러리캡 대비 해당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비율의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 맥시멈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바로 이 ‘최대 비율의 금액’을 계약 첫 해 연봉으로 받게 된다. 이것이 맥시멈 계약의 정확한 정의다.

예를 들어 선수 A가 FA 자격을 얻었는데, 차기 시즌의 팀당 샐러리캡이 1억 달러로 결정됐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선수 A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비율의 금액은 전체 샐러리캡의 25%라고 해보자.

이 경우 FA 시장에서 선수 A가 맥시멈 계약을 따냈을 때 받을 수 있는 계약 첫 해 연봉은 얼마일까? 정답은 전체 샐러리캡(1억 달러)의 25%인 2500만 달러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선수가 받을 수 있는 맥시멈 계약의 규모가 차기 시즌 샐러리캡 크기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비율제’이기 때문이다.

멤피스의 콤비인 마크 가솔과 마이크 콘리의 사례를 비교하면 이해가 더 수월해질 것 같다.

- 마크 가솔은 2015년 FA 시장에서 멤피스와 매년 연봉이 7.5%씩 상승하는 5년 맥시멈 계약을 맺었다. 가솔이 받을 수 있는 계약 첫 해 연봉은 전체 샐러리캡의 30%였다.

- 마이크 콘리도 2016년 FA 시장에서 멤피스와 매년 연봉이 7.5%씩 상승하는 5년 맥시멈 계약을 맺었다. 콘리가 받을 수 있는 계약 첫 해 연봉도 전체 샐러리캡의 30%였다.

그런데 실제 가솔과 콘리가 받은 맥시멈 계약의 첫 해 연봉과 총액은 차이가 상당히 컸다. 마크 가솔은 첫 해 연봉이 1968만 달러, 계약 총액이 1억 1321만 달러였다. 그런데 마이크 콘리의 첫 해 연봉은 2654만 달러, 계약 총액은 1억 5260만 달러였다.

 

분명 가솔과 콘리 모두 전체 샐러리캡의 30%를 첫 해 연봉으로 받고, 매년 연봉이 7.5%씩 상승하는 동일한 5년 맥시멈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둘의 계약 규모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버린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솔이 맥시멈 계약을 맺은 시기의 차기 시즌 샐러리캡(2015-16 시즌)보다 콘리가 맥시멈 계약을 맺은 시기의 차기 시즌 샐러리캡(2016-17 시즌)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NBA 사무국은 2016년 FA 시장을 앞두고 팀당 샐러리캡을 9414만 달러로 책정했다. NBA 중계권 계약의 여파로 2015-16 시즌(70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2400만 달러 이상 샐러리캡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NB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샐러리캡 상승이었다.

이 2400만 달러의 변화는 결국 가솔과 콘리의 연봉 격차를 만들어냈다. 단지 1년 늦게 FA가 됐을 뿐인데, 콘리는 가솔보다 약 4000만 달러 높은 총액에 맥시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정말 때를 기가 막히게 잘 만난 셈이다. 맥시멈 계약의 규모가 절대적인 ‘최대 금액’이 아닌 차기 시즌 샐러리캡 대비 ‘최대 비율의 금액’으로 정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이제 ②번으로 넘어가 보자.

맥시멈 계약의 규모가 비율제로 정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FA 시장에 나온 선수는 경력에 따라 맥시멈 계약의 ‘최대 금액 비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위의 [표2]를 참고하길 바란다. [표2]는 실제 NBA에서 FA 선수가 맥시멈 계약을 맺을 때 연차에 따라 달라지는 첫 해 연봉의 최대 비율을 정리한 것이다.

0년 차(루키)부터 6년 차 선수까지는 전체 샐러리캡의 25% 금액이 맥시멈 계약의 첫 해 연봉이 된다. 그러나 7년 차부터 9년차 선수까지는 5% 늘어난 30% 금액이 맥시멈 계약의 첫 해 연봉이 된다. 그리고 10년 차 이상 선수는 5%가 더 늘어난 무려 35% 금액이 맥시멈 계약의 첫 해 연봉이 된다.

예를 들어 5년 차 선수인 A, 8년 차 선수인 B, 11년 차 선수인 C가 같은 해 FA 시장에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차기 시즌의 샐러리캡은 1억 달러로 책정됐으며 A, B, C 모두 맥시멈 계약을 맺었다. 그렇다면 세 선수의 계약 첫 해 연봉은 얼마가 될까?

정답은 다음과 같다.

- 5년 차 선수인 A는 1억 달러의 25%인 2500만 달러가 맥시멈 계약 첫 해 연봉이 된다.
- 8년 차 선수인 B는 1억 달러의 30%인 3000만 달러가 맥시멈 계약 첫 해 연봉이 된다.
- 11년 차 선수인 C는 1억 달러의 35%인 3500만 달러가 맥시멈 계약 첫 해 연봉이 된다.

한 마디로, 경력이 긴 선수일수록 맥시멈 계약을 맺을 때 받을 수 있는 첫 해 연봉과 연봉 총액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하나의 예를 더 살펴보겠다.

크리스 폴(휴스턴)과 드마커스 커즌스(뉴올리언스)는 오는 2018년 여름에 동시에 FA가 될 예정이다. 둘 모두 맥시멈 계약이 유력한 최고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같은 해 FA 시장에서 나란히 맥시멈 계약을 맺더라도, 폴과 커즌스가 받을 수 있는 계약 첫 해 연봉과 계약 총액은 같지 않다. 폴과 커즌스의 연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5년 드래프트를 통해 NBA에 데뷔한 크리스 폴은 2018년 기준으로 데뷔 13년 차의 베테랑이다. [표2]에서 ‘10년 차 이상 선수’군에 속하게 된다.

한편 2010년 드래프트를 통해 NBA에 데뷔한 드마커스 커즌스는 2018년 기준으로 데뷔 8년 차의 선수다. [표2]에서 ‘7-9년 차 선수’군에 속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폴은 전체 샐러리캡의 35%를, 커즌스는 전체 샐러리캡의 30%를 맥시멈 계약 첫 해 연봉으로 받게 된다. 당연히 그만큼 연봉 총액도 차이가 생긴다.

2018-19 시즌의 샐러리캡을 2017-18 시즌과 동일한 9900만 달러로 가정한다면(물론 실제는 인상될 것이다.) 폴이 받을 수 있는 맥시멈 계약 첫 해 연봉은 9900만 달러의 35%인 3465만 달러다. 반면 커즌스가 받을 수 있는 맥시멈 계약 첫 해 연봉은 9900만 달러의 30%인 2970만 달러다.

커즌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다. 현재 자신의 기량이 폴에 결코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NBA의 FA 계약 시장은 연차에 따른 맥시멈 계약 규모의 차이를 철저하게 적용한다. 이는 선수 노조와 사무국이 모두 동의한 노사 협상 내용이다. 불만이 있어도 따라야 한다.

결국 리그에서 더 오래 살아남은 선수일수록 같은 맥시멈 계약을 맺어도 더 좋은 대접을 받는 셈이다. 일종의 ‘호봉제’다. 선수 입장에서는 경력이 길어질수록 맥시멈 계약의 규모가 커지니, 맥시멈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수준의 기량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게 되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NBA 맥시멈 계약의 규모가 비율제로 정해진다는 점, 그리고 그 비율이 마치 호봉제처럼 경력이 오래될수록 높아진다는 점만 알아도 NBA 맥시멈 계약 제도의 70%는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굳이 70%라고 언급한 이유는, NBA 맥시멈 계약 제도에도 적지 않은 예외 조항과 세부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NBA 팬들이 맥시멈 계약 제도의 모든 조항까지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예외 조항 중 2011년 노사 협상에서 통과된 ‘로즈-룰’과 2017년 노사 협상에서 추가된 ‘슈퍼 맥스 룰’ 정도만 추가적으로 알아도 FA 시장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두 예외 조항에 대해서는 추후에 알아가 보도록 하자. ‘로즈-룰’과 ‘슈퍼 맥스 룰’까지 섭렵한다면, 당신은 적어도 NBA의 맥시멈 계약 제도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이해를 마친 셈이 된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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