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2016-17 시즌은 실망 그 자체였다.

2016년, 무려 7년 만에 밟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디트로이트는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매경기 10점 차 이내의 접전 승부를 펼치며 동부지구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어서 맞이한 2016-17 시즌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37승 45패라는 형편없는 성적으로 동부지구 10위에 그쳤고 플레이오프 무대는 아예 밟지도 못했다.

그랬던 디트로이트가 다시 칼을 갈고 있다. 2017-18 시즌에는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심산이다. 새로운 홈 구장 ‘리틀 시저스 아레나’에서 맞이할 새 시즌, 디트로이트는 부활할 수 있을까?

 

대참사의 원인은 슈팅력

정말 진부한 표현 하나를 빌려 쓰고 싶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다.

디트로이트는 2016-17 시즌을 정말 끔찍한 상태로 보냈다. 3연승을 기록한 횟수가 단 두 차례에 불과했으며(2016년 10월 29일-11월 2일 / 2017년 1월 16일-22일) 시즌 개막 후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한 달이 10월(2승 1패)과 2월(8승 4패)뿐이었다.

*2016-17 시즌 디트로이트의 월별 성적*
10월: 2승 1패, 득실마진 +7.7점
11월: 8승 9패, 득실마진 +0.9점
12월: 5승 10패, 득실마진 -3.0점 (12월 5일 레지 잭슨 복귀)
1월: 6승 7패, 득실마진 -2.6점
2월: 8승 4패, 득실마진 +2.8점
3월: 6승 11패, 득실마진 -4.8점 (3월 26일 레지 잭슨 시즌-아웃)
4월: 2승 3패, 득실마진 +1.4점

아이러니하게도 디트로이트의 본격적인 부진은 레지 잭슨이 부상에서 돌아온 12월부터 시작됐다.(5승 10패) 그리고 플레이오프 티켓 레이스의 분기점이었던 3월에는 6승 11패에 그치며 플레이오프권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디트로이트는 정규시즌 마지막 2주 동안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 경쟁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스탠 밴 건디 감독은 2016-17 시즌 막판 인터뷰를 통해 "최악의 경기력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라며 선수단을 계속 질타했다. 밴 건디 감독 본인도 실망이 어지간히 큰 게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때의 악몽을 모두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도리어 다가올 시즌을 위해서라도 이 시즌에 나타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복기할 필요가 있다. 2016-17 시즌의 실패를 그저 ‘불운’에 따른 '침체' 정도로 치부하고 외면한다면, 새 시즌에도 디트로이트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의 문제점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단어 하나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슈팅’이었다.

사실 디트로이트는 늘 슈팅이 고민거리인 팀이었다.  2015-16 시즌 디트로이트는 경기당 3점슛 성공이 9.0개로 리그 10위에 올랐는데, 정작 3점슛 성공률은 22위에 그칠 정도로 3점슛 효율이 좋지 못한 팀이었다. 이밖에도 2점슛 성공률(23위), 자유투 성공률(30위), 캐치앤드슛^ 성공률(24위) 등 대부분의 슈팅 효율 기록이 리그 하위권을 전전했다.

^캐치앤드슛은 볼을 받은 후 곧바로 던지는 슈팅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캐치(catch)-앤드(and)-슛(shoot)이다.

기본적으로 좋은 슈터가 부족한 것이 컸다. 팀 내에서 가장 좋은 슈팅력을 지닌 레지 잭슨,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마커스 모리스도 리그 전체로 보면 평균 수준의 슈터에 불과했다. 게다가 잭슨과 칼드웰-포프는 슈팅 기복이 매우 심한 편이었다. 결국 디트로이트 팀 전체가 슈팅력에서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올랜도의 양궁 농구를 이끌었던 스탠 밴 건디 감독 밑에서조차 디트로이트는 평균 이하의 슈팅 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16-17 시즌이 되자 디트로이트의 슈팅 부진은 더 심각해졌다. 그나마 높았던 경기당 3점슛 성공 개수도 리그 10위에서 27위로 곤두박질쳤다. 2점슛 성공률(23위), 3점슛 성공률(28위), 자유투 성공률(29위), 캐치앤드슛 성공률(24위), 스팟업 슈팅 성공률(리그 27위) 등 대부분의 슈팅 기록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상황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점프슛이 림을 외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는 거의 모든 슈팅 기록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이쯤되면 골든스테이트와는 다른 의미로 ‘지옥의 슈팅 팀’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저주라도 걸린 듯 코트에서 온갖 악재와 부진이 디트로이트를 덮친 탓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레지 잭슨은 12월 복귀 후에도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잭슨의 경기력이 저조해지자 디트로이트 공격 시스템 전체가 흔들렸다. 당연히 질 좋은 슈팅 기회도 많이 생기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서 MIP(기량발전상) 후보로 꼽혔던 칼드웰-포프는 도리어 슈팅 기복이 더 심해졌다. 그리고 이로 인해 디트로이트의 경기력이 칼드웰-포프의 슈팅 감각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마커스 모리스와 토바이어스 해리스가 그나마 분전해주며 최악의 상황은 막아줬다. 그러나 모리스와 해리스가 잭슨과 칼드웰-포프를 대신해 팀 공격 전체를 이끌고 가는 것도 무리였다.

농구는 결국 더 많은 슛을 넣는 팀이 승리를 가져가는 스포츠다. 아무리 공격 전술을 세련되게 만들어도, 마무리 작업인 슈팅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 팀은 공격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가 그런 팀이었다.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는 수비 효율 지수(Defensive Rating) 부문에서 리그 8위에 오른 좋은 수비 팀이었다. 그러나 공격 효율 지수(Offensive Rating)는 리그 24위에 머물렀고, 그 결과 실질적인 공수 효율 마진(Net Ratings)은 리그 22위에 그쳤다.^ 이로 인해 디트로이트는 시즌 내내 저득점전 끝에 패배를 거듭하는 양상을 반복했다. 답답하게 지는 경기가 매일 계속되다 보니 팬들은 자연스럽게 디트로이트를 외면했다. 선수들도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40승도 채 거두지 못한 채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공수 효율 마진인 Net Rating은 공격 효율 지수에서 수비 효율 지수를 뺀 값이다.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는 공격 효율 지수가 103.3, 수비 효율 지수가 105.3인 팀이었다. 이로 인해 공수 효율 마진은 –2.0에 머물렀다.(1위는 골든스테이트의 +12.1) 한편 공격 효율 지수와 수비 효율 지수는 100번의 공격 및 수비 기회에서 예측되는 해당 팀의 득점 기댓값과 실점 기댓값을 각각 나타낸 것이다.

 

원인이 분명한 만큼, 해결책도 분명하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가 경험한 부진의 원인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리그 평균 수준의 슈팅력만 발휘했더라면,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는 당당하게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으며 동부지구 다크호스의 지위를 유지했을 것이다.

때문에 2017-18 시즌 디트로이트가 노리는 그림은 단순하다. 리그 상위권에 올랐던 수비 효율은 최대한 유지하는 동시에, 최대 약점이었던 슈팅력을 개선해 공격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여름 디트로이트가 보인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움직임은 역시 에이브리 브래들리 영입이었다. 브래들리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디트로이트는 마커스 모리스를 보스턴으로 보내야 했다.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좋은 득점력을 보여줬던 모리스의 이적은 디트로이트 입장에서 분명 아쉽다. 그러나 새롭게 합류한 브래들리의 슈팅력은 모리스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다.

사실 에이브리 브래들리는 리그 최고의 가드 수비수로 꼽히는 선수다. 매년 올해의 수비수상 후보로 빠짐없이 거론되곤 한다. 그러나 데뷔와 동시에 매시즌 주목받았던 수비력에 비해, 꾸준히 성장해온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시즌 브래들리는 경기당 2.0개의 3점슛을 39.0%의 성공률로 터트린 선수였다. 보스턴에서 아이재아 토마스, 제이 크라우더와 더불어 코트에서 가장 뛰어난 슈팅력을 발휘한 선수였다. 지난 시즌 브래들리보다 더 많은 경기당 3점슛을, 브래들리보다 높은 확률로 성공한 선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18명밖에 없었다. 그런 브래들리의 합류는 디트로이트의 슈팅력 개선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에이브리 브래들리의 각종 슈팅 효율 기록을 다른 디트로이트 선수들과 비교한 사각형 그래프. 4개 기록 모두에서 브래들리(파란색 선)가 대등 혹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FA 시장에서 랭스턴 갤러웨이를 영입하고 드래프트에서 슈터 유망주 루크 케너드를 지명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랭스턴 갤러웨이(186cm, 가드)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다소 과소평가 받은 3점 슈터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공격 기술에서 한계가 있는 선수이긴 하다. 커리어 야투 성공률이 40%가 채 되지 않으니(39.1%), 사실 디트로이트 팬들에게는 레지 잭슨과 켄티바우스 칼드웰-포프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시즌 갤러웨이는 꽤나 인상적인 3점슛 생산력을 보여줬던 선수다. 갤러웨이는 시즌 중 트레이드로 뉴올리언스에서 새크라멘토로 이적하는 등 거취에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경기당 1.6개의 3점슛을 39.0%의 성공률로 터트리며 3점슛 능력에서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에서 갤러웨이보다 많은 3점슛을 성공한 선수는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가 유일했다. 디트로이트 핵심 선수들 중 갤러웨이보다 높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갤러웨이 영입이 디트로이트에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인 슈터 루크 케너드(198cm, 슈팅가드)는 2017 드래프트에서 로터리 지명된 선수들 중 정통 슈터에 가장 가까운 선수다. 198cm로 NBA에서 슈터로 뛰기에 무난한 사이즈를 가진 케너드는 지난 시즌 듀크 대학에서 3점슛 성공률(43.8%), 자유투 성공률(85.6%) 모두 팀 내 1위를 기록했던 바 있다. 슈터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컨퍼런스 퍼스트-팀에도 선정됐다.

물론 케너드도 불안요소는 있다. NBA에서 실패 사례가 유독 잦은 백인 슈터라는 점, NBA와 미국 대학 농구의 3점슛 거리가 다르다는 점은 분명 지켜볼 부분이다. 하지만 슈팅만 한정해서 보면, 대학 시절 케너드는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의 어떤 선수보다도 나은 슈터였다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케너드가 안정적으로 NBA 무대에 적응하고 성장을 이어갈 경우, 디트로이트는 분명 슈팅력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부활하려면 공격의 중심 레지 잭슨의 반등도 필요하다. 잭슨이 부상을 제대로 털어내지 못한다면, 디트로이트는 새 시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17-18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지금, 동부지구의 전망은 사실 그리 밝지 않다. 애틀랜타, 인디애나, 시카고 등 기존의 강호들이 모두 오프시즌에 리빌딩에 돌입한 가운데, 어느 팀이든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해볼 수 있을 정도로 중위권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동부지구의 위기는 오히려 디트로이트에게 좋은 기회다. 기본적인 로스터 구성이 다른 동부 약팀들에 비해 탄탄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디트로이트는 2016-17 시즌의 악몽을 지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오는 시즌 디트로이트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디트로이트 부활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슈팅'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NBA미디어센트럴

이미지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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