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가 '올해의 수비수상'을 공식적으로 시상하기 시작한 것은 1983년으로 어느덧 34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한 세대가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올해의 수비수상을 3회 이상 수상한 선수는 3명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3년 연속으로 수상에 성공한 선수는 단 1명뿐이었다. 바로 ‘슈퍼맨’ 드와이트 하워드(32, 샬럿 호네츠)다.

드와이트 하워드는 올해의 수비수상 역대 최다 수상자는 아니다. 나란히 4차례씩 트로피를 거머쥔 디켐베 무톰보(1995, 1997, 1998, 2001)와 벤 월러스(2002, 2003, 2005, 2006)가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고, 하워드는 이들의 뒤를 이어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무톰보도, 월러스도 하워드처럼 3년 연속으로 올해의 수비수상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데니스 로드맨(1990, 1991), 하킴 올라주원(1993, 1994), 알론조 모닝(1999, 2000), 카와이 레너드(2015, 2016) 등 당대 최고의 수비수들도 끝내 3년 연속 수상에는 실패했다. 전성기 드와이트 하워드의 수비력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물론 이제 막 전성기를 시작한 카와이 레너드는 하워드의 기록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 디켐보 무톰보도, 빅 벤도 해내지 못했던 올해의 수비수 부문 3연패를 역사상 처음으로 해낸 선수가 드와이트 하워드였다.]

 

 

그러나 2017-18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지금, 드와이트 하워드의 입지는 초라하기만 하다.

한 때 8년 연속 올스타에 선성되고 5년 연속 올-NBA 퍼스트 팀에 입성하며 자타공인 NBA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던 하워드는, 최근 5년 동안 무려 4번이나 팀을 옮겨 다니는 저니맨 신세로 전락했다.

물론 올랜도에서 LA 레이커스로(2012년), LA 레이커스에서 휴스턴으로(2013년), 휴스턴에서 애틀랜타로 이적한 것(2016년)은 모두 본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휴스턴에서 애틀랜타로 이적한 2016년의 선택은 제임스 하든에 밀려 좁아진 자신의 입지를 다른 팀에서 회복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21일에 있었던 샬럿 호네츠로의 트레이드는 하워드 본인도 전혀 예상치 못한 깜짝 이적이었다.

애틀랜타에서 샬럿으로 트레이드되던 날, 하워드는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Q&A를 하던 중 트레이드 소식을 뒤늦게 알았다. 만약 자신이 트레이드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제아무리 밝고 낙천적인 성격의 하워드라도 트위터에서 팬들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당당하게 올랜도 구단에 먼저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자신이 가고 싶은 팀을 찾았던 2012년, FA 시장에서 많은 팀들의 제안을 놓고 고민했던 2013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러나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애틀랜타와 샬럿이 합의한 트레이드의 내용이었다.

애틀랜타는 하워드를 어떻게든 다른 팀으로 보내길 원하는 듯 한 뉘앙스를 풍기며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그 뉘앙스는 다름 아닌 트레이드 내용에서 드러났다.

애틀랜타가 하워드의 대가로 샬럿에 받아낸 카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마르코 벨리넬리, 마일스 플럼리, 그리고 드래프트 41순위 지명권이었다. 이 카드를 받아오기 위해 애틀랜타는 하워드에 2017년 드래프트 31순위 지명권까지 굳이 얹어줬다.

하워드를 다른 팀으로 보내기 위해 높은 순위의 지명권을 내주고 더 낮은 순위의 지명권을 받아온 것이다. 양 팀이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측정된 하워드의 시장 가치가 처참한 수준이었음을 암시하는 결과다.

 

 

3년 연속 올해의 수비수상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 센터로 군림했던 드와이트 하워드의 위상은 왜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일까?

일단은 부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2012년을 전후해 하워드는 허리 및 무릎 부상에 끊임없이 시달렸는데, 이로 인해 휴스턴에서 뛰었던 2014-15 시즌에는 41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유리몸’의 대표 주자로 변하고 말았다. 데뷔 첫 여섯 시즌 중 다섯 시즌에 82경기 모두 출전했던 ‘금강불괴’ 하워드의 몸에도 기어코 탈이 나버린 것이다.

부상의 대가는 가혹했다. 압도적인 페인트존 수비력을 자랑하던 하워드는 부상 이후 자연스럽게 수비 범위와 활동량이 동반 하락했고, 이로 인해 전성기의 수비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한 때 경기당 3개에 육박했던 하워드의 평균 블록슛 수치는 4년 전부터 2개 미만으로 추락했다. 물론 이는 소속팀에서 하워드의 출전 시간을 관리해주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잦은 부상과 불안한 몸 상태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면, 결국 하워드의 수비력은 부상에 의해 망가졌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 데뷔 후 하워드의 시즌별 블록슛 수치 변화. 한 때 경기당 3.0개에 근접했던 블록슛 수치가 이제는 반토막이 나버렸다.]

 

공격에서는 과한 자존심이 문제를 일으켰다. 하워드는 2013년 휴스턴에 입단한 이후 동료였던 제임스 하든과의 볼 분배 문제로 자주 속앓이를 했는데, 하든이 MVP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2014-15 시즌부터는 둘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워드는 공격 전술에서 갈수록 줄어드는 자신의 역할에 끊임없이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미 하든의 기량이 리그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상황에서 휴스턴이 하워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하워드는 정작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는 어떠한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워드는 여전히 페인트존 밖에서 슈팅을 성공하기 힘든 선수였으며, 페인트존 안에서 안전하게 볼을 잡은 이후의 골밑슛 마무리 외에는 위력적인 득점 루트가 없었다.

그럼에도 하워드는 자신이 더 자주, 더 오래 볼을 가지고 팀 공격을 주도하길 바랐다. 팀 전체의 공격 작업을 살려주는 스크리너(screener)가 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공격을 이끄는 주득점원이 되길 원했다. 하워드의 욕심은 결국 2016년 여름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하워드는 제임스 하든의 팀이 되어 버린 휴스턴을 떠나 고향 애틀랜타와 계약했다. 데뷔 세 번째 이적이었다.

하지만 애틀랜타에서도 하워드의 공격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프시즌에 ‘필살기’처럼 연습했던 중거리 점프슛은 정규시즌에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거리슛이 림을 빗나가면서 하워드의 슈팅 반경은 결국 또 다시 페인트존 안쪽으로 좁혀졌다. 실질적인 슈팅 거리가 늘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득점력이 성장할 리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포스트업, 페이스업 공격에서도 플레이는 그대로였다. 결국 하워드는 공격에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수비력이 하락한 상태에서 공격력은 정체된 31살의 센터. 이것이 바로 2017년 드와이트 하워드의 민낯이었다.

 

[▲ 중거리슛 맹훈련에도 불구하고 하워드의 슈팅 거리는 늘어나지 못했다. RA 구역(림 밑의 반원 구역) 밖에서는 슈팅 성공률이 여전히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5번째 팀 샬럿에서 하워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마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힘들다. 하워드의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으며, 한 번 망가진 그의 허리와 무릎은 언제 다시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희망도 충분히 가져볼 수 있다. 2016-17 시즌 중 하워드가 만들어낸 의미 있는 변화 때문이다.

2016-17 시즌은 하워드가 데뷔 이래 가장 훌륭한 공격 리바운드 능력을 뽐낸 시즌이었다.

경기당 공격 리바운드 개수가 4.0개로 안드레 드러먼드(4.3개)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에 올랐으며, 공격 리바운드 이후의 득점을 의미하는 ‘세컨드 찬스 포인트(2nd Chance Point)’에서도 경기당 4.3점으로 하산 화이트사이드, 칼 앤써니 타운스, 안드레 드러먼드에 이어 리그 4위에 랭크됐다. 실질적인 공격 리바운드 빈도를 의미하는 OREB%도 15.0%로 경기당 25분 이상 소화한 선수 중 리그 전체 1위였다. 

2016-17 시즌부터 NBA.com이 제공하기 시작한 스크린 어시스트 기록(스크린을 통해 동료들의 득점을 도운 것을 수치화한 기록)에서도 하워드의 달라진 모습이 엿보인다. 하워드는 경기당 3.8개의 스크린 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다시 말해 리그 30개 팀 주전 빅맨 중 스크린을 통해 동료들의 득점 생산을 도운 횟수가 9번째로 많았다는 의미다.

 

 

하워드는 애틀랜타에서 자신이 '도미'가 아닌 '가자미'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자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 슈로더, 팀 하더웨이 주니어 등 까마득한 후배 가드들에게 공격의 주도권을 넘기는 대신, 하워드는 볼 없는 움직임에 보다 집중했다. 그 결과는 공격 리바운드와 스크린 관련 수치에서 나타났다. 특히 2016-17 시즌의 공격 리바운드 관련 기록들은 모두 데뷔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리그 최고 센터로 군림했던 올랜도 시절에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한 기록이었다.

한 마디로 '우리 하워드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다. 그리고 오는 시즌 샬럿이 하워드에게 바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샬럿은 지난 시즌 중 연장계약을 맺은 준수한 주전 센터 코디 젤러가 이미 있다. 그럼에도 샬럿이 올여름 굳이 하워드를 영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난 시즌 유독 부상이 잦았던 코디 젤러의 자리를 하워드가 대체할 수 있는 데다,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경우 하워드가 공격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샬럿은 켐바 워커, 니콜라스 바툼이 공격을 이끄는 팀이다. 켐바 워커는 2년 연속 평균 득점 리그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훌륭한 공격형 가드이며, 니콜라스 바툼은 게임 조립 능력과 득점력을 겸비한 다재다능한 스몰포워드다.

워커와 바툼이 있는 상황에서 하워드가 굳이 직접 득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헌신적인 스크린과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 참여로 이들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행히 하워드는 2016-17 시즌에 애틀랜타에서 이런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던 바 있다. 하워드의 부활을 어느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드와이트 하워드의 지난 5년은 혹독했다. 끊임없이 부상에 시달렸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위상이 크게 추락하면서 적지 않은 굴욕을 감내해야 했다. 하워드 본인에게는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지금, 샬럿으로 이적은 하워드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팀이 그에게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하워드는 새로운 모습으로 코트에서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드와이트 하워드는 과연 2017-18 시즌에 ‘슈퍼맨 리턴즈’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하워드 본인에게 달렸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루키 DB

이미지 = 이동환 기자, nbasava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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