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잠시 지난 6월에 열린 2017 파이널을 떠올려보자. 르브론 제임스가 또 다시 파이널 무대의 패자가 됐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기적적인 우승을 이끌었던 르브론은, 이번엔 케빈 듀란트를 대동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반격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데뷔 14번째 시즌을 소화하며 각종 누적 기록을 새로 써나가던 르브론의 커리어는 5번째 파이널 패배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과연 르브론 제임스의 커리어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 본 기사는 월간 루키더바스켓 7월호에 실린 기사를 편집한 것입니다.)

 

▶ 압도적인 누적 기록, 역대 최고를 바라보다

르브론 제임스는 2003년 드래프트 1순위로 NBA에 데뷔했고 이후 14번의 시즌을 소화했다. 루키 시즌을 빼면 빠짐없이 올스타에 선정됐다. 플레이오프는 2006년부터 한 해도 쉬지 않고 출전하고 있다. 정규시즌 10경기 이상 결장한 시즌은 2014-15시즌(69경기)뿐. NBA 역사에 흔치 않은 금강불괴다.

압도적 기량으로 매년 꾸준히 시즌을 소화해 왔으니 데뷔 14년이 지는 지금 그의 누적 기록이 NBA 역대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 시즌에 통산 야투 성공 1만개를 돌파해 역대 15위권에 진입했고, 현재 페이스로 3년만 더 소화해도 1위 카림 압둘-자바(15,837개)의 위업에 다가설 수 있다. 만약 르브론이 40살까지 커리어를 채우고 은퇴한다면 야투 성공 부문에서는 압둘-자바를 넘어서고 역대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통산 득점 부문에서는 압둘-자바(38,387점)에 정확히 9,600점 뒤진 28,787점을 기록 중이다. 르브론은 최근 2년 동안 꾸준히 한 시즌에 1,900점 이상을 넣어 왔다. 매우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40세 은퇴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통산 득점 부문에서마저 르브론은 역대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어시스트(7,461개, 12위), 스틸(1,749개, 22위) 역시 역대 상위권에서 커리어를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오프 누적 기록으로 한정하면 르브론의 업적은 더 대단해진다. 올해 역대 최초로 플레이오프 통산 6,000점을 돌파하며 이 부문 1위로 올라선 르브론은(현재 6,163점), 은퇴 전에 출전 시간(9,127분, 2위), 야투 성공(3위, 2,182개), 3점슛 성공(331개, 2위), 스틸(389개, 2위)에서도 모두 PO 통산 1위로 등극할 전망이다. 물론 3점슛 성공 부문은 후에 스테픈 커리(314개, 5위)에게 추월당하겠지만 말이다.

역대 최초로 파이널 평균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르브론(2017 파이널 5경기 평균 33.6점 12.0리바운드 10.0어시스트 야투율 56.4% 3점슛 성공률 38.75)은 이미 파이널 통산 트리플-더블 9회로 매직 존슨을 제치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누적 기록은 이미 NBA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 8년 연속 파이널 진출, 그리고 5번의 준우승

하지만 르브론의 뛰어난 커리어에도 굉장히 큰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준우승을 5번 기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파이널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파이널 우승 3회, 준우승 4회를 기록한 르브론은 이번 파이널 패배로 다시 우승 횟수와 준우승 횟수의 격차가 벌어졌다. 르브론은 올 시즌 전 인터뷰에서 “마이클 조던이라는 유령을 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던 바 있다. 시즌 종료 직전 인터뷰에서 “나는 더 증명할 게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8번 진출한 파이널에서 기록한 우승 확률이 37.5%에 불과하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르브론이 조던과 가장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던의 통산 파이널 진출 횟수는 6번으로 르브론보다 적다. 하지만 한 번도 빠짐없이 상대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파이널 진출 횟수는 적은데 우승 횟수는 2배나 많다. 르브론이 자신의 커리어를 조던과 동등하다고 주장하기 힘든 근거다.

물론 파이널 무대를 8번이나 밟은 것도 놀라운 업적이다. 특히 뒤의 7번은 한 해도 빠짐없이 연속으로 일궈낸 기록이다. 누군가는 한 번도 밟기 어려운 무대이며, 역대 슈퍼스타들 중에서도 이렇게 파이널에 밥 먹듯이 진출했던 선수들은 없었다. 파이널 진출 횟수가 많은 만큼 준우승 횟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파이널 진출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동부지구에서 이뤄냈고, 절반 이상이 결국엔 준우승에 머물렀다는 점은 큰 맹점이다. 결국 르브론이 자신이 동부지구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파이널 진출을 달성해왔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승 횟수와 준우승 횟수를 동등하게 맞춰갈 필요는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너무 많은 준우승 횟수는 오히려 자신의 커리어에 손해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르브론의 커리어는 역대 최상위권에 진입했으며, 마이클 조던을 비롯한 사상 최고의 선수들과 비교되고 있다. 평범한 스타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면 준우승조차도 업적이지만 역대 최고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많은 준우승은 썩 유쾌하지 않은 꼬리표다.

 

▶ 르브론은 조던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르브론 제임스는 마이클 조던의 업적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콧방귀를 뀌었을 이 주제는, 이제 진지하게 가능성을 검토해볼 만한 주제로 바뀌었다.

분명히 가능성은 존재한다. 르브론은 이미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누적 기록에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고, 앞으로도 위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던에 비해 올-어라운드형 플레이어에 가까운 르브론의 플레이스타일상, 보다 다양한 부문에서 누적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냉정하게 누적 기록만 놓고 보면 르브론은 이미 조던이 쌓은 것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던이 두 차례의 은퇴 번복과 (고졸로 데뷔한 르브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은 데뷔로 인해 손해를 보긴 했다. 그러나 어쨌든 누적 기록만큼은 르브론이 조던을 추월한 것이 사실이다.

관건은 개인 수상 기록과 파이널 우승이다. 정규시즌 MVP 횟수는 르브론이 4번, 조던이 5번으로 격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NBA 퍼스트 팀 선정 횟수는 올 시즌 르브론이 11번째에 성공하면서 조던(10회)을 넘어섰다.

하지만 조던은 현역 시절 리그 득점왕에 10번이나 올랐을 뿐만 아니라(1987-1993, 1996-1998) 스틸왕 3번, 올-NBA 디펜시브 팀 선정 9회를 달성했다. 르브론은 득점왕에 오른 것인 2008년 한 차례뿐이고,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선정은 5번이다. 게다가 마이애미 시절 이후 갈수록 떨어지는 그의 수비 집중력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르브론이 올-NBA 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추가 선정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 개인 수상 기록을 봤을 때 조던이 르브론보다 공수에서 더 완전무결한 선수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여기에 위에서도 언급한 5번의 준우승이 너무나 뼈아프다. 이번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4회, 준우승 4회로 숫자를 맞췄다면 르브론의 커리어는 더욱 진지하게 조던과 비교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이널 전적이 우승 3회, 준우승 5회가 되면서 르브론은 이 부분에서 조던의 커리어를 따라잡기는 당분간 힘들어졌다.

너무 많은 준우승 횟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르브론은 조던처럼 리그 3연패를 한 번 달성하거나 커리어 우승 횟수를 6회로 조던과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르브론은 정말 뛰어난 선수이지만 남은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다. 그도 세월은 비켜갈 수 없는 노릇이다. 커리어가 갑자기 어떻게 하향곡선을 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5번의 준우승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과 추가적인 결과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지금 르브론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그렇다면 지금 르브론의 커리어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NBA 현지 관계자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찰스 바클리는 2017 파이널이 시작되기 전 방송에서 “현재 르브론의 위치는 역대 7위쯤이라고 본다. 6위는 코비다. 이번 파이널에서 우승한다면 코비를 제친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바클리와 의견이 다른 이들도 많다. 르브론이 래리 버드를 밀어내고 역대 스몰포워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여기에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코비 브라이언트를 이미 제치고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역대 TOP 5에 진입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르브론이 은퇴하는 시점에는 추가 우승 횟수에 따라 마이클 조던, 카림 압둘-자바, 매직 존슨과 경쟁하는 역대 TOP 3 수준의 커리어를 쌓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많다.

ESPN은 지난 3월 발표한 역대 선수 랭킹에서 마이클 조던, 카림 압둘-자바에 이어 르브론을 3순위에 놓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랭킹에서 ESPN은 르브론을 매직 존슨, 윌트 체임벌린보다 위에 있는 선수로 평하기도 했다. 2016-17시즌 개막 직전 FOX스포츠는 아예 르브론을 마이클 조던에 이어 역대 2위에 놓았고, CBS스포츠 역시 지난 2월에 발표된 역대 선수 랭킹 발표에서 르브론을 2위로 평가하며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르브론이 조던을 따라잡았거나 넘어섰다고 평가한 매체는 전혀 없었다.

누적 기록, 수상 실적, 우승 횟수 등을 종합해 봤을 때 현재 르브론의 커리어는 역대 TOP 3에 진입했거나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르브론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르브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NBA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적 상징성도 다른 전설들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다.

관건은 역시 수상 경력과 우상 횟수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파이널 패배로 기록한 5번의 준우승은, 르브론이 커리어를 마치는 순간까지 그의 역대 순위가 올라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르브론이 몇 년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르브론 본인도 가능한 한 최대한 오래 뛰고 싶다는 막연한 뜻을 드러냈을 뿐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간 동안 르브론이 어떤 업적을 추가적으로 쌓아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NBA 역사에 남을 한 선수의 커리어를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르브론이 보여줄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