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코트에서도 워낙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다 보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상상 그 이상이었다. 원주 동부 프로미의 ‘에너자이저’ 두경민의 이야기다.

시즌과 비시즌에 걸쳐 경기와 훈련이 이어지 때문에 농구 외에 무언가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그 틈에서도 부지런히 여행과 운동 등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워낙 이곳저곳 잘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는 ‘집에 있는 걸 보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그는 확고했다. 농구 외에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이 적은 터라, 휴가나 외박 때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단다. 코트 밖의 그는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현재에 충실하며, 청춘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이쯤 되면 여행 박사 아닙니까?
Ⅰ 두경민이 간다! 해외 편
이 코너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바로 ‘여행’인데, 주인공을 제대로 만난 느낌이었다. 국내면 국내, 해외면 해외. 안 가본 데가 없다. 거의 뭐 ‘여행 박사’ 수준이다. 심지어 인터뷰가 잡히지 않았다면, 부산에 다녀올 계획이었단다. 여행 좀, 아니 제대로 즐기는 남자다.

“매년 그랬는데, 비시즌 때 거의 한국에 없어요. 워낙 움직이고 구경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나이에 어떻게 쓸지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걸 많이 생각하니까 더 여행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게 많은 젊은 나이인데, 운동선수라서 비시즌밖에 여행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곳저곳 다녀요. 어떻게 보면 제 일상생활이랑 농구하는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자유분방하고 여기저기 움직이는 게요.”

이번에도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빠르게 움직여서 미국과 일본, 제주도까지 다양하게 다녀왔다. 워낙 시즌과 비시즌에 걸쳐 운동만 하다 보니 말 그대로 ‘힐링’에 초점을 맞춰 여행을 떠났던 선수들과 달리, 그는 여행 가서도 부지런히 다니고 먹고 움직이는 스타일이라고.

“이번에 휴가 기간이 좀 길어서 미국이랑 일본,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대표팀 합류 때문에  못 간 데도 많은데, 대부분 다녀온 것 같아요. 미국은 LA랑 뉴욕에 다녀왔는데, 한 15일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저는 LA나 뉴욕에 가기로 하면, 숙소만 예약해놓고 세부 일정은 도착해서 즉흥적으로 정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워낙 발달돼 있어서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요. 길을 몰라도 구글이 다 가르쳐주고요. 개인적으로는 LA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뉴욕은 맨해튼에만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LA가 좀 더 편한 느낌이더라고요. 할리우드도 예쁘게 잘 돼 있고요. 음식은 햄버거만 엄청 먹었던 것 같아요. 막상 외국 가서 생활하는 패턴은 국내랑 똑같은데, 문화 자체가 다르니까 그런 게 재밌어서 이곳저곳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가 LA에 가게 된 데는 2015-2016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같이 뛰었던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의 영향이 컸다. 벤슨과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절친한 사이’라고 표현했다.

“원래 LA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로드) 벤슨이 추천해서 간 거거든요. 벤슨이 LA에 살아서 놀러 오면 본인이 다 해주겠다고 큰소리쳤는데, 막상 가서는 일정이 안 맞아서 못 만났어요. 캐나다에 갔더라고요. 두 시즌 동안 워낙 친하게 지내서 지금도 연락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인드를 잘 알고 이해하니까 통하는 부분도 많고요. 벤슨을 만나서 제 경기력도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에 제가 수술해서 입원했을 때 병문안도 왔었어요. 서울에서 경기 있을 때는 (벤슨이) 배고프다고 치킨 사 오라고 해서 제가 사다 주기도 했고요. 원래 우리 팀이랑 재계약 안 되면 은퇴한다더니, 이번에 트라이아웃 나왔더라고요. 하하.”

당시 벤슨은 두경민에게 ‘동부와 재계약되지 않으면 은퇴하겠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비록 재계약되진 않았지만, 돌고 돌아 교체선수로 합류한 벤슨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여행 좀 다니는' 그에게 ‘꼭 가봐야 할 여행지’를 추천받았다.

“저는 유럽을 추천하고 싶어요.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스위스 이 네 곳은 꼭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럽 여행은 두 번 정도 갔는데, 이 네 곳은 경희대 시절에 우승 휴가로 한 달 정도 시간이 생겨서 친형이랑 배낭여행으로 갔거든요. 6~7년 정도 됐는데도 계속 기억날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신기한 건 네 곳의 느낌이 다 달랐어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도 그렇고, 런던은 정말 왕국 같더라고요. 이탈리아는 음식 맛도 좋았고 건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스위스는 ‘하늘이 어쩜 이렇게 깨끗하고, 공기는 또 이렇게 맑을까’ 싶을 정도로 자연 광경이 좋았고요. 안 그래도 시즌 끝나고 (김)영훈(동부)이가 ‘스위스’ 노래를 불러서 꼭 가라고 했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결국 안 갔더라고요. 유럽은 유로스타로 움직이면 되니까 그 재미도 있어요. 한국 분들도 되게 많아서 여행하면서 만난 분들이랑 이야기하면서 공유하기도 했는데, 그런 즐거움도 있더라고요.”

Ⅱ 두경민이 간다! 국내 편
여행담이 워낙 많아서 챕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는 ‘두갱 투어 - 국내 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번 휴가 때 해외뿐만 아니라, 제주도에도 다녀왔다고. 보통 제주도 하면 먹고 즐기는 개념이 강한데, 그는 활동적인 성향답게 새로운 체험도 하고 왔다.

“이번에 제주도 가서 패러글라이딩을 해봤거든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못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엄청 좋더라고요. 처음에 뜰 때만 잠깐 무서운 느낌이 들지, 그 후에는 아무 느낌이 없더라고요. 비행기 타는데 다 보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제주도는 경치도 좋으니까 더 좋더라고요. 말도 타보려고 했는데, 어릴 때 타다가 떨어진 적이 있어서 그건 못했어요. 활동적인 건 대부분 좋아해요. 기구도 잘 못 타는데,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고요.”

이번에 다녀온 제주도는 물론이고, 국내도 안 가본 곳이 없다고. 그래서 또 ‘두갱 투어’ 추천을 받아봤다. 여행담을 듣고 있자니, ‘정말 웬만한 곳은 다 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직접 운전해서 간 거라 힘들긴 했는데, 여수랑 거제도도 좋더라고요. 거제도는 (속력을) 밟았는데도 네 시간 반 정도 걸리더라고요. 근데 되게 좋았어요. 펜션 같은 게 잘 돼 있더라고요. 펜션 앞에 바다가 바로 펼쳐져서 예쁘기도 했고, 조용해서 쉬러 가기도 좋더라고요. 맛있는 것도 많고요. 게장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부산은 웬만한 길은 내비게이션에 검색하지 않고 다니는 편이에요. 옛날에 4박 5일 동안 부산에 있었던 적도 있고요. 광안리, 해운대 등 웬만한 명소는 물론이고, 송정이나 기장 쪽도 가봤어요. 태종대, 청사포도 다 가봤고요. 부산은 너무 자주 가다 보니까 할 게 없어서 막상 가서 영화 본 적도 있어요. 주변에서 ‘그만 돌아다니라’고 말할 정도예요.”

“옛날에는 팀 후배 (김)동희(모비스)나 (서)민수, 영훈이가 집이 지방이다 보니까 서울에서 잘 데 없으면 우리 집에서 잤거든요. 그때 애들이 ‘잘 때 빼고 집에서 볼 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쉰다고 해서 방에만 누워 있으면 시간이 아깝잖아요.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고 하면 기분도 전환되고요.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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