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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슬이 걸었던 ‘그 길’, 김지영이 걷게 될 ‘그 길’

[루키=탁현아 기자] 강이슬은 지난 시즌 ‘가장 어린 에이스’란 칭호를 달고 코트를 누볐다. 정규리그 35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한 강이슬의 평균 출전 시간은 36분. 총 출전 시간은 1260분으로 백여 명의 선수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 위에서 보냈다. 

단순히 출전 시간만 많았던 것은 아니다. 강이슬은 3점슛 성공(64개)과 성공률(35.8%) 부문 3위에 오르며 유망주 딱지를 떼고 어엿한 에이스로 성장했다.

프로 2년차였던 김지영은 강이슬이 밟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가드진의 연이은 부상으로 기회를 얻은 김지영은 탄탄한 기본기와 화려한 기술로 농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블 클러치, 3점슛 등 공격적인 플레이로 인기를 얻은 김지영은 앳된 외모 덕분에 ‘지염둥이’란 별명도 갖게 됐다. 

시즌 막판, 슬럼프로 성장통을 겪었지만 김지영은 ‘하나은행의 미래’란 기대 속에 여전히 진화 중이다.

루키 더 바스켓(이하 'RB') : 시즌 초반에 김지영 선수 활약이 정말 대단했어요.

김지영(이하 '지영') : 처음엔 관심을 받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칭찬만큼 욕도 엄청나게 먹더라고요. 그 때 적당한 선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언니가 해주신 말도 그때서야 와 닿았어요. 처음 언니 조언을 들었을 땐 ‘난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데 왜 저런 이야기를 하시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강이슬(이하 이슬) : 저도 지영이 나이 때 그랬어요. 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들 눈에는 아니었나 봐요. 기분이 좋거나 들떠도 제 나름대로 숨긴다고 숨겼는데 그게 다 티가 났나 봐요. 언니들은 애정이 있으면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해주시거든요. 지영이는 웃는 상이라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RB :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슬 :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인기를 갑자기 얻게 된 거잖아요. 그러면서 지영이가 들뜬 게 보이더라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게임을 아예 못 뛰다가 갑자기 기회를 얻었는데 3점슛 좀 들어간다고 ‘슬테판 커리(스테판 커리+강이슬)’라는 말도 안 되는 별명이 생겼잖아요.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그럴 때마다 (김)정은 언니가 겸손해야 한다고 말해주셨어요. 그게 생각이 나서 지영이한테 얘기를 많이 해줬죠.

하나은행은 2016~2017시즌을 6위로 마쳤다. 순위는 최하위지만 5위 KDB생명과는 13승 22패로 동률이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지만 2승만 더 올렸다면 14승 21패인 KB스타즈를 제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것이다.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1라운드 전패로 시즌을 시작한 하나은행은 이후 11경기에서 9승 2패를 기록, 4연승을 달리며 선전했다. 그 과정에서 김지영이란 신예 발굴에도 성공했다.

깜짝 활약으로 돌풍을 일으킨 만큼 성적에 아쉬움이 남은 하나은행은 6개 구단 중 가장 짧은 휴가를 가졌다. 5주 동안 자유를 만끽한 선수들은 지난 4월 9일, 숙소에 복귀했고 치열하게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RB : 6개 구단 중 가장 빨리 새 시즌을 준비했어요. 다음 시즌도 함께 팀을 이끌어갈 텐데 서로에게 한 마디씩 해주자면요?

이슬 : 지영이가 이제 3년차인데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풀리그를 경험했잖아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돌아오는 시즌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부담은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몸 만들고 있고, 경험도 있으니까 잘할 거라 믿어요.

지영 : 올 해 또 대표팀 소집이 있잖아요. 힘들게 비시즌 훈련하고 대표팀 가서 또 고생하실 텐데 그래도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니까 잘 버텨서 부상 없이 대회 잘 마치고 오시면 좋겠어요.

김지영의 바람 때문이었을까? 뜻밖의 부상 악재가 이어졌던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에 출전한 강이슬은 비교적 건강히 대회를 마쳤고, 내용면에서도 이전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시즌 훈련 시작 후 기복이 있었던 김지영은 차츰 안정을 찾았고 지난 8월,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2017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나은행도 4승 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고 이제 시즌을 앞둔 마지막 담금질을 위해 일본 전지 훈련을 앞두고 있다.

WKBL 6개 구단 중 가장 젊은 팀 하나은행. '가장 어린 에이스' 강이슬과 '유망주의 보고' 하나은행에서 지난 시즌 가장 돋보인 영건 김지영이 그려갈 올 시즌의 성공스토리도 기대가 된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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