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성적이 안 좋은 데는 이유가 있다. 선수들 간의 케미스트리, 감독의 전술 부재, 프런트 오피스의 운영 등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다. 그중 구단 수뇌부의 문제로 매년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시카고 불스다. 마이클 조던 시대 이후 시카고는 항상 오를 듯 오르지 못했다. 오는 2017-18시즌을 생각하면 암울하기만 하다. 

지금만 같아라
시카고 불스는 2016-17시즌 평균 21,680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수용인원보다 더 많은 103.6%의 관중이 유나이티드 센터를 가득 메웠다. 지난 2월,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시카고의 구단 가치를 리그 5위(22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대도시와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시카고답게 가치가 리그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너무 잘나가는 덕분일까. 시카고의 팀 운영은 하나부터 열까지 팬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우승보다는 눈앞에 닥친 문제만 해결하려는 눈치다.

시카고는 지난 2015년 5월 탐 티보도 감독을 경질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새 출발을 하고 싶은 시카고는 티보도 감독과 결별했다. 이후 데려온 인물이 프레드 호이버그. 그는 아이오아 주립대에서 화려한 공격 농구로 눈길을 끌었던 지도자다. 비교적 젊은 지도자인 호이버그가 시카고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보였다.

사실 호이버그는 불스의 가 포먼 단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다. 포먼이 지난 1994~98년 아이오아 주립대에서 어시스턴트 코치와 선수 육성 일을 할 때 호이버그가 선수로 활약했다. 사제지간이라는 의미. 

호이버그는 지난 2003년 시카고에서 선수로 뛰었다. 이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팀을 떠날 때 시카고에 있는 집을 포먼에게 판 적도 있었다. 호이버그가 시카고에 안착하는데 ‘친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건 당연해 보인다.

호이버그는 지난 2년간 보여준 게 하나도 없다. 일단 선수 구성에 문제가 있다. 그는 빠른 흐름과 스페이싱 농구를 추구하는 감독이다. 시카고의 선수 구성을 보면 이를 왜 못했는지 알 수 있다. 라존 론도, 드웨인 웨이드, 마이클 카터-윌리엄스 등은 리그 평균 이하의 외곽슛을 보유한 가드다. 이들을 통해 스페이싱 농구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Bleacher Report』는 시카고 라이벌팀 익명의 감독의 말을 인용해 “현재 NBA는 3점슛 시대다. 시카고의 백코트는 장점이 될 수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카고는 지난여름 데릭 로즈와 조아킴 노아를 트레이드로 떠나보냈다. 프랜차이즈 스타 두 명을 떠나보내며 새판짜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시카고는 론도와 웨이드를 데려왔다. ‘리툴링(retooling)’이란 단어를 써가며 리빌딩 대신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카고는 차근차근 선수 보강에 나섰다. 그 주인공은 카터-윌리엄스. 그나마 외곽슛을 던질 수 있는 토니 스넬까지 떠나보냈다. 수많은 가드진에 외곽슛이 안 되는 가드를 더 추가한 것이다.

시카고는 오프시즌뿐만 아니라 시즌 중에도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단행했다. 지난 2월, 타지 깁슨과 덕 맥더밋을 트레이드했다. 팀 내 최고의 빅맨 수비수 중 한 명인 깁슨과 성장세를 드러낸 맥더밋을 갑자기 떠나보낸 것. 얻은 선수는 카메론 페인과 앤써니 모로우, 조프리 로번. 모두 활용도가 애매한 선수들이었다. 결국 이들은 존재감도 남기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12.9분(페인), 12.1분(로번), 9.7분(모로우)을 각각 뛰면서 벤치를 지켰다.

시카고는 매년 FA 대어를 노렸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2014년에는 카멜로 앤써니를 데려오려고 했다. 그 이전에는 트레이시 맥그레디, 그랜트 힐 등이 영입 명단에 올랐으나 모두 물거품 됐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시카고가 FA로 영입한 선수 중 눈에 띄는 선수는 파우 가솔(2014년), 벤 월라스(2006년)밖에 없을 정도. 두 선수 모두 전성기를 벗어난 30대 선수들이었다.

답답한 팀 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트에서도 답답함이 이어졌다. 의사소통 문제였다. 지난 2년간 호이버그와 선수단의 의사소통 문제는 계속됐다. 

지난 2015-16시즌, 호이버그는 노아가 벤치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호이버그는 “노아가 나에게 직접 찾아와서 벤치로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노아는 자신이 먼저 벤치로 나서겠다는 말을 안 했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호이버그는 “누구도 벤치에서 나서길 원치 않는다. 노아와 함께 결정한 부분이다”라며 정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2016-17시즌에도 계속 됐다. 특히 론도를 두고 불협화음이 커졌다. 론도는 시즌 초부터 꾸준히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다. 그러던 중 1월부터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5경기 결장 이후 벤치로 나서기 시작했다. 변화를 원하는 호이버그 감독의 결단이었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호이버그가 론도를 벤치로 내리는 과정에서 충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론도는 ‘호이버그의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정도. 론도는 “구단 스태프에게 (벤치로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호이버그는 론도와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는 입장이다. “론도와 이야기를 눴다. 그는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얼마나 대화가 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호이버그는 냉철한 편이 아니다. 걱정이 그리 많지 않은 성격이다. 익명의 동부팀 스카우터는 “호이버그는 느긋한 편이다.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버틀러 역시 『Chicago Tribune』을 통해 “호이버그는 낙천적이다. 걱정이 많지 않다. 그러나 선수들은 조금 더 강하고 냉정한 가르침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팀을 하나로 묶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론도뿐만 아니라 버틀러도 호이버그와 갈등을 빚었다. 현지 소식통은 “버틀러가 시즌 도중 호이버그 감독의 팀 관리에 불만이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실제로 버틀러는 지난 2년간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이번 여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떠났다.

이러자 현지에서는 선수들이 호이버그를 신뢰하지 않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Bleacher Report』는 “버틀러와 론도, 웨이드가 호이버그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호이버그가 사이드라인에서 플레이콜링을 하면 론도가 이를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내용은 추측성 보도다. 하지만 지난 1월, 이를 입증할 만한 장면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호이버그가 버틀러에게 어떠한 사항에 대해 지시를 내렸는데, 버틀러가 “말도 안 돼”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카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스를 전담 취재하고 있는 닉 프리델 기자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봤다. “호이버그가 경질되진 않을 것이다. 제리 레인스도프 구단주는 자기 사람들을 매우 신뢰한다. 호이버그의 계약이 남아있기 때문에 섣불리 해고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포먼과 존 팩슨 부사장 역시 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레인스도프 구단주는 팩슨 부사장을 거의 아들처럼 여긴다.”

시카고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루올 뎅, 커크 하인리히, 데릭 로즈, 조아킴 노아, 타지 깁슨까지 시카고 프랜차이즈에 힘을 썼던 이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팀을 위한 선택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후 돌아온 성과는 전혀 없었다.

이번 여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론도는 방출시켰고, 버틀러는 트레이드했다. 그동안 꾸준히 시카고에 헌신했던 에이스 버틀러를 결국 떠나보내고 말았다.

많은 팬들은 트레이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구단을 비판했다. 하지만 팬들이 아무리 욕해봤자 포먼 단장과 팩슨 부사장이 있는 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팩슨 부사장은 지난 3월 초 『Bill Simmons』 팟캐스트에서 “구단 운영에 큰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다”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흑자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현지 매체는 “시카고가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 꼴찌에 머물 것”이라며 내다봤다. 그만큼 전력이 약하다. 너무 급작스럽게 리빌딩을 이어간 탓에 키울 유망주가 많지 않다. 과연 시카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구단 수뇌부가 정신을 차리고 팀 운영에 힘을 쏟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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