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성공적인 연착륙, 강상재의 루키시즌
박지영 아나운서(이하 '지영'): 강상재에게 올해는 어떤 시즌이었나요?
강상재(이하 '상재'): 주목을 받고 프로에 들어왔는데 초반에 기대만큼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그 누구보다 제 자신에게 화도 나고 속상했어요. 다행히 4라운드 이후 생각보다 더 나아져서 '초반에 이런 모습을 일찍 보여드렸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어요.
지영: 프로에 와서 제일 힘들었던 건 뭔가요?
상재: 대학 때는 멤버가 워낙 좋아서 굳이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쉽게 득점과 리바운드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농구를 쉽게 했던 거죠. 전자랜드는 특성상 많은 움직임과 스페이스를 요구하는데 제가 그런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것에 미흡하거든요. 빠른 트랜지션을 요하는 농구에 따라가지 못한 점도 많이 힘들었고요. 그런 팀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어요.
지영: 많이 혼났죠?
상재: 네. 초반엔 정말 많이 혼났죠. 운동할 때 많이 눈치를 봤어요.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없었고 눈치를 보면서 플레이를 했어요. 어떻게 움직여야 될지도 몰랐고요 그러니까 성공률도 떨어지고 많이 힘들었죠.
지영: 그때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이 누구에요?
상재: 감독님도 그렇고 형들도 힘이 되어주셨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김승환 코치님이 제일 많이 도와주셨어요. 훈련할 때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해 주시고요. 초반 새벽이나 야간훈련 때 직접 공을 잡아주시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니까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지영: 학창시절 강상재는 주목을 계속 받아왔던 선수라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은데. 고충이 있었나요?
상재: 제가 처음에 농구 시작할 때 부모님께 얘기를 먼저 꺼내 시작했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중학교 때 진지하게 운동을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거나 그만두고 싶다고 부모님께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그런 저를 부모님도 아시는지 많이 속상해 하셨어요. 혼자 화가 나도 스스로 삭히는 스타일이라 그런 말을 꺼내고 할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제일 힘들었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꾸준한 노력
지영: 농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에요?
상재: 초등학교 농구 창단 멤버였는데 제가 키가 제일 크다보니 제안을 받았고 재미로 시작한 거예요.
지영: 이제는 가족들과 얘기를 많이 하나요?
상재: 대학에 와서는 부모님께서 아픈 곳는 없는지 건강한 지 많은걸 물어보세요. 그래도 많은 내색은 안하는 편이에요. 큰 부상 없이 잘 하고 있으니까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지영: 농구를 하면서 어릴 때 서울에 혼자 왔다고 들었어요.
상재: 네. 특히 홍대부고가 사고날까봐 숙소생활을 못하게 했어요. 때문에 당시 하숙도 하고 자취도 했는데 어린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많이 외롭고 힘들더라고요. 
지영: 방황도 했나요? 흔히 소풍(숙소 이탈)이라고 하는... 
상재: 고등학교 때 1,2,3학년 때 매년 한번 씩 일주일 동안 갔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서울에 혼자 떨어져 있고 훈련도 힘들어서 1학년 동기들끼리 다 같이 도망갔었어요. 원래 더 있다가 들어오려고 했는데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은 그래도 봐야하니까... 진학문제도 있고요. 들어가자 해서 돌아왔어요.(웃음)

지영: 농구를 잘하는 건 피지컬이 타고났기 때문인가요? 
상재: 아뇨. 피지컬은 꽝이죠. 노력이라고 하고 싶어요. 특히 슛에 대한 부분은 초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한 이래 아버지가 항상 새벽 6시 반에 깨워서 체육관에 저를 데려갔어요. 항상 슈팅연습을 시키셨거든요. 공도 직접 잡아주시고. 슛에 대한 건 100퍼센트 노력인 것 같아요. 아버지가 노트에 몇 개를 쏴서 몇 개가 들어갔는지 기록도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셨어요.
지영: 아버지가 대단하시네요.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없었나요?
상재: 네. 제가 공부머리가 아니라... 하하. 어렸을 때 공부하면서 오래 앉아있지를 못했어요. 산만해서요. 부모님께서 공부로 성공하기는 글렀다고 판단 하셨나 봐요. 농구한다고 했을 때 아마 좋아하셨을 거예요. 이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죠.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어머님이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시고, 항상 고기반찬을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제가 고기를 좋아하거든요. 
지영: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더 깊숙이 느낀 적이 있나요?
상재: 중학교 때 서울에 올라와야 했는데 그때 한창 경기가 안 좋았어요. 아버님이 많이 힘들어 하셨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들었죠. 집에 있는데 아버지께서 우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그렇게 힘든데도 불구하고 저를 서울로 보내주셨기 때문에 난 무조건 농구하면서 성공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지영: 착한 아들이네요. 고려대 생활은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 같아요. 선배들이나 친구들... 멤버가 예사롭지 않아요. 
상재: 네. 입학 했을 때 (박)재현이형, (이)승현이 형, (이)종현이 이렇게 방을 함께 썼어요. 특히 종현이와는 4년 내내 함께 방을 썼고요. 보고 배운 건... 음... 먹는 거? 많이 배웠죠. 승현이 형이 맛있는 것도 정말 많이 사주고, 종현이도 워낙 잘 먹어서 살이 팍팍 쪘어요. 농구 적으로도 승현이 형에게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아요.
지영: '두목호랑이' 이승현은 어떤 형이었나요?
상재: 멋있는 형? 리더십이 굉장히 좋아요. 저는 남들 앞에 나서지 않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하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낯도 많이 가리고요. 승현이 형이 남들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답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는데 덕분에 이제 낯도 덜 가리고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지영: 낯을 많이 가린다고요? 의외네요. 인터뷰도 당차게 잘하던데..
상재: 네. 살면서 마음에 드는 여자 연락처를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 정도로 낯을 많이 가려요. 남자면 남자답게 먼저 말도 걸고 해야 되는데 숫기가 없어서 그런가? 종현이도 저랑 비슷해요. 밖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달라요. (웃음)
지영: 그렇구나. 어떤 스타일이에요?
상재: 아빠 닮아서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해요. 요즘말로 ‘츤데레’라고 하죠? 세심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무심한 듯 챙겨주는 스타일? 제가 기억력은 또 좋거든요. 지나가는 말을 잘 기억해서 챙겨주는 건 잘할 자신 있어요. 화도 잘 못 내서 싸우지도 않을 것 같고...(웃음)
지영: 하하. 어필할 부분이 많네요. 대학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언제가 가장 그리워요?
상재: 재밌고 편했던 점을 떠올리면 돌아가고 싶어요. 종현이도 저도 모비스나 전자랜드라는 팀이 훈련양도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 때 대학시절이 그립기도 해요.
지영: 대학교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건 뭐에요?
상재: 학창시절 추억이 별로 없어요. 수학여행을 간적도 없고, 고등학교 이후에 농구밖에 안했어요.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대학 때 MT도 못갔고요.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요. 다른 학과 친구들도 만나고요.
지영: 어떤 과요?
상재: 음... 다방면으로? 여학생들이 많은 과? 하하하.

신인왕 넘어 KBL 최고선수 도전
지영: 프로입단 당시도 화제가 되었어요. 전자랜드 뽑히고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나요?
상재: 전자랜드는 제 포지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요. 프로에서는 많이 뛰고 제가 플레이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충분한 가치를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에 출전시간을 부여받을 수 있는 팀을 선호하게 되니까요. 
지영: 프로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어요. 본인은 어떻게 느끼나요?
상재: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목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고, 앞으로는 더 많이 주목 받기위해 잘하고 싶어요. 주변의 기대만큼 항상 활약 했으면 해요. 실망시키지 않는 플레이도 하고 싶어요. 돈도 많이 벌고요. 

지영: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상재: 중학교 때는 코치님이 제가 당시 포지션이 2번이라 추승균 감독님을 많이 보고 배우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현재 포지션이 바뀌고 롤 모델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얼마 전 서장훈 선배님의 인터뷰를 봤는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농구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저 역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KBL최고 선수가 되고 싶어요. 
지영: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상재: 노력이요. 저는 운동신경이 타고나지도 않았고 좋은 편도 아니니까요. 단지 하드웨어가 좋을 뿐이지 스피드나 점프력은 많이 부족하거든요. 노력으로 단점을 메우고 장점은 부각시킬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하려고요.
지영: 아직 이르지만 강상재에게 농구란 뭔가요?
상재: 음... 제가 24살인데 농구를 12년 했거든요. 살아온 만큼의 절반을 함께 해 온 거죠. 동반자가 아닐까요? 
지영: 올 시즌 최종적 그리고 개인적 목표는 신인상일 텐데 만약 수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공약이 있을까요?
상재: 저를 믿고 기용해주신 유도훈 감독님께 바로 달려가서 뽀뽀를 하겠습니다!
지영: 그럼 제가 뽀뽀까지는 얘기 안할게요. 감독님께서 도망가실 수도 있으니. 할 게 있다고 하고 자리로 보내드릴게요. 이후는 알아서 하는 걸로?
상재: 네 좋습니다! 코치님이 삐치시는 거 아니에요? 
지영: 그럼 코치님께도 뽀뽀하세요. 
상재: 제 입이 그렇게 가볍진 않아서. 하하. 포옹할게요! 코치님께는!

강상재는 결국 신인상을 수상했고, 공약대로 단상 위에 오른 유도훈 감독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두 남자는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단상을 내려왔다...

지영: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실래요?
상재: 초반에 적응을 못했을 때도 제가 벤치로 들어가면 관중석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목소리 들을 많이 들었어요. 힘이 나고 감사했죠. 그렇게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아시다시피 인천이 농구팬이 정말 많아요. 지금처럼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시면 힘이 나서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찾아와 주셨음 합니다. 감사해요.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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