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카와이 레너드는 침묵의 아이콘이다. 말도 많지 않고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다.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이에 국내 팬들은 레너드를 보고 ‘로봇’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가 인간미를 듬뿍 보여줬다. 바로 드래프트 되기 전, 대학생 때였다.

2011 신인 드래프트 당시 피닉스는 1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다. 피닉스는 해당 순번에 뽑을 만한 선수를 모두 조사했다. 레너드를 포함해 마키프 모리스, 이만 셤퍼트 등을 조사했다.

피닉스는 레너드에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다. 그의 대학 코치와 이야기까지 나누며 특성을 파악했다. 점프슛은 약했으나 운동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윙스팬도 마음에 들었다. 손 크기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를 뽑을 수 없었다. 당시 피닉스 스몰포워드진에 그랜트 힐, 자레드 더들리, 조쉬 칠드레스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포워드진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중거리슛이 불안한 레너드를 뽑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대신 피닉스는 마키프 모리스를 뽑았다.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오갈 수 있는 모리스로 전술 운용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실 피닉스가 레너드를 뽑지 않은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5년, 『The Arizona Republic』은 피닉스가 레너드를 뽑지 않은 뒷이야기에 대해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레너드의 중거리슛이었다. 운동 능력은 좋지만 불안정한 슛폼과 정확도가 아쉬웠다. 피닉스는 워크아웃 당시 레너드에게 슛폼을 바꿔서 던져보라고 주문까지 했으나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땀을 많이 흘렸다는 것이다. 드래프트 컴바인 당시 레너드는 잘 차려입고 인터뷰에 나섰다. 그러나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고. 피닉스 구단은 땀을 흘리는 레너드를 보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가뜩이나 중거리슛이 아쉬웠던 레너드인데 땀까지 흘리자 그를 지명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이긴 하다. 이에 대해 『USA TODAY』는 “피닉스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레너드를 지나쳤다”면서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피닉스는 올해의 수비수 2회, 올-NBA 퍼스트팀 2회 선정의 레너드를 지나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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