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강하니 기자] FA 계약이 휩쓸고 지나간 오프시즌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거물급의 이적 소식보다는 휴가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는 시기. 이럴 때야말로 신선한 뉴페이스(New Face)들을 알아볼 때가 아닐까. 그래서 준비했다. 2017-18 시즌에 등장할 새 얼굴들을 살펴보는 [루키 현미경]. 이번 시간의 주인공은 LA 레이커스의 론조 볼이다.

▲ 론조 볼 프로필
- 소속팀: LA 레이커스
- 지명 순위: 1라운드 전체 2순위
- 출신: UCLA
- 포지션: 포인트가드
- 생년월일: 1997년 10월 27일
- 신장: 198cm (6피트 6인치)
- 체중: 86kg (190파운드)
- 윙스팬: 206cm (6피트 8.5인치)
- 유사한 NBA 선수: 제이슨 키드, 리키 루비오

 

▲ 장점 – 특출한 패스 능력을 갖춘 정통 포인트가드

현대 농구를 흔히들 ‘포인트가드의 시대’라고 부른다. 하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공격형 포인트가드의 시대’일지도 모른다.

2017년의 NBA는 매직 존슨, 제이슨 키드, 스티브 내쉬처럼 코트 여기저기에 화려한 패스를 뿌리는 포인트가드가 코트를 지배하는 리그는 아니다. 지금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인트가드들은 대부분 화려한 패스보다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주무기로 삼는다. 제임스 하든, 러셀 웨스트브룩, 스테픈 커리 등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론조 볼의 등장은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 그는 스테픈 커리처럼 3점슛을 펑펑 꽂아대거나, 러셀 웨스트브룩처럼 무지막지한 운동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찢어놓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매우 넓은 시야와 패스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가졌고, 자신의 앞에서 달리는 동료들에게 아주 쉬운 득점 기회를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좋은 패서(passer)란 단순히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들에게 공을 건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패스를 받을 선수가 이후에 취할 공격 동작을 미리 계산할 줄 아는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적합한 높낮이와 세기로 패스를 뿌린다. 심지어 그런 패스를 시도할 수 있는 ‘패스 길’이 존재하는 타이밍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 점에서 론조 볼의 패스에 대한 감각은 매우 탁월하다.

7월에 열린 서머리그에서 론조 볼은 자신의 최대 장점을 증명했다. 론조 볼의 패스 하나 하나에 라스베가스를 찾은 NBA 팬들은 뜨겁게 열광했다. 그는 서머리그 역사상 최초로 트리플-더블만 두 차례 달생했으며, MVP까지 수상했다. 물론 서머리그는 루키들과 트레이닝 캠프 초청자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무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레이커스 팬들의 론조 볼에 대한 기대를 한낱 설레발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 단점 – NBA는 득점을 원한다

론조 볼은 분명 시대를 거스르는 포인트가드다. ‘정통 포인트가드’ 혹은 ‘퓨어 포인트가드’로 불리는 론조 볼의 플레이스타일은 그 자체로 분명 특별한 면이 있다. 

하지만 론조 볼과 같은 유형의 포인트가드가 왜 NBA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현재 NBA에 퓨어 포인트가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존 론도, 리키 루비오처럼 패스 능력을 최고의 무기로 삼는 포인트가드들이 ‘잔존’해 있다. 하지만 이들을 최고급 포인트가드로 분류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득점력에서 경쟁자들에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현대 농구에서 포인트가드의 역할은 코트 위의 ‘사령관’보다는 드리블을 통해 상대 수비를 헤집는 ‘볼 핸들러’에 더 가깝고, 이를 통해 직접 득점을 올릴 줄 알아야 한다. 론도, 루비오 같은 포인트가드들은 이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이들은 점프슛 능력이 커리어 내내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론조 볼 역시 NBA에서 론도, 루비오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론조 볼은 자신의 돌파력이 서머리그 레벨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은 증명해냈다. 하지만 NBA 코트를 누비는 가드들은 또 다른 차원의 대인 수비 능력을 갖췄다.

점프슛은 특히 걱정스럽다. 론조 볼은 대학 시절 3점슛 성공률이 40%를 상회했을 정도로 좋은 3점 슈터였다. 하지만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슈팅 폼이 결국 NBA라는 무대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리고 서머리그부터 그 예측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론조 볼은 매 경기 들쑥날쑥한 점프슛 감각을 보였다. 미국 최고의 NBA 유망주 전문 사이트인「드래프트 익스프레스」의 분석대로 마크맨이 강하게 압박하면 드리블 이후 점프슛 동작을 가져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이없게 슛이 림을 빗나가거나 에어볼이 나오는 장면도 잦은 편이었다.

NBA에서 올스타 레벨 이상의 선수로 성공하고 싶다면, 론조 볼은 단순히 좋은 패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 NBA는 포인트가드에게 패스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고, 론조 볼도 그런 흐름에 어느 정도는 발맞춰 갈 필요가 있다. 때문에 론조 볼의 향후 목표는 ‘제2의 제이슨 키드’보다는 현대농구에 맞게 변화된 ‘진화형 제이슨 키드’가 돼야 할 것이다.

 

▲ 소속팀과의 궁합은?

론조 볼이 LA 레이커스에 지명된 것은 최고의 행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론조 볼이 캘리포니아에서 자라 UCLA 대학을 진학한 지역 스타여서만은 아니다. 지금 레이커스는 론조 볼이 자신의 플레이를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농구를 지향하고 있다.

레이커스는 2016-17 시즌을 앞두고 루크 월튼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코치로 활약했던 월튼 감독은 스피드, 3점슛으로 대표되는 공격 농구를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감독이다.

실제로 레이커스는 지난 시즌 경기 속도가 리그에서 6번째로 빠른 팀이었고, 경기당 3점슛 시도와 성공은 각각 4.7%와 14.2%씩 눈에 띄게 늘어났다. 월튼이 어떤 농구를 레이커스에서 펼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월튼 감독의 농구는 템포를 죽이는 세트 오펜스보다는 과감하게 공을 프런트코트로 옮겨서 빠른 슈팅을 던지는 얼리 오펜스를 추구한다. 그리고 론조 볼의 플레이스타일은 이런 농구에 상당히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론조 볼은 서머리그에서 터치다운 패스(수비 성공 이후 상대 팀 골밑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동료에게 넘겨주는 매우 긴 아울렛 패스를 일컫는 표현. 미식축구에서 비롯된 은유적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에서 매우 인상적인 재능을 보였다. 또한 수비 성공 이후 한 타이밍 빠른 패스로 공이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도록 하면서 레이커스 팀 전체의 공격 스피드가 극대화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론조 볼의 공격 조율을 통해 레이커스의 양궁 농구는 살아날 수 있었고, 그 결과 서머리그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론조 볼은 지난 시즌 레이커스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디안제로 러셀과는 확실히 다르다. 러셀은 패스보다는 득점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공격형 포인트가드였다. 분명 슈팅 재능은 론조 볼보다 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에게는 팀 전체의 공격 템포를 끌어올릴 수 있는 패스 능력과 조율 능력은 없었다.

론조 볼은 슈팅이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팀 전체의 공격 템포를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은 더 좋다. 성공적으로 NBA에 적응하기만 한다면, 론조 볼은 분명 레이커스와 좋은 궁합을 보여줄 것이다. 

▲ 재밌는 사실들

1) 론조 볼은 LA 레이커스에 지명된 역대 10번째 UCLA 출신 선수다. 2006년 조던 파머(1라운드 전체 26순위) 이후 11년 만이며, 드래프트 3순위 이내 선수로는 1975년 데이브 메이어스(1라운드 전체 2순위) 이후로 41년 만이다.

2) 론조 볼의 아버지 라바 볼은 대학 시절 농구와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에도 라바 볼은 프로 미식축구 선수로 커리어를 보냈던 바 있다.

3) 론조 볼은 삼형제 중 첫째다. 그는 동생 리안젤로 볼, 라멜로 볼과 함께 농구를 했으며 어린 시절 한 팀에서 뛰기도 했다. 특히 셋째인 라멜로 볼(2001년생)의 경우 고교 무대 최고의 포인트가드 유망주로 꼽히고 있으며, 2019년 UCLA 입학이 이미 확정돼 있다. 최근 ESPN에서 발표한 고교 유망주 랭킹에서 라멜로 볼은 전미 7위에 올랐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