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인천, 이종엽 기자] “저는 대표팀에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올해든 내년이든 언제든 불러주신다면 준비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소속된 선수로써 당연히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이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승현 역시 언제나 그랬듯 팀의 중심이 되어 후배들을 이끌었고 대표팀은 2025 FIBA 아시아컵에서 대만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아시아컵이었다. 죽음의 조로 분류되었지만 선수들이 한 데 똘똘 뭉쳤고 토너먼트까지 진출했다. 중국에게 가로막히긴 했지만 이승현을 중심으로 선수들은 끝까지 열정을 쏟아내며 대한민국 농구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승현은 “12명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대회 준비를 열심히했고 평가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 분위기 좋게 출발을 했는데 마지막 중국전에 져서 이 부분은 많이 아쉽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젊은 선수들과 더불어 더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에 다음에는 이것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중국전 이후 여준석은 자신의 무릎을 주먹으로 치며 부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고 이현중 역시 경기 종료 직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이기도 했다. 고참 이승현은 이러한 후배들의 열정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승현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무엇보다 후배들의 열정을 보며 저도 그 연령 때 나왔던 열정이 나왔다. 후배들이지만 보고 배울 점도 많았고 본받고 싶었다. 팀 케미스트리도 너무 좋았다. 선수들이 모두 착하고 좋은 후배들이었다”라고 칭찬했다.
김종규가 대회 도중 이번이 ‘마지막 아시아컵’임을 시사한 가운데 그와 한 살 터울인 이승현에게도 대표팀 은퇴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여전히 이승현은 전술적 활용도는 물론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베테랑이지만 언제까지나 그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는 없을 터. 또 그의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그는 “저는 대표팀에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올해든 내년이든 언제든 불러주신다면 준비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소속된 선수로써 당연히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언제든 불러주시면 가겠다만 그래도 후배들이 빨리 올라와서 저를 대신해주면 좋겠다. 저도 대표팀에서 10년이 넘었다. 힘이 들기도 하지만 불러만 주신다면 열심히 또 할 것이다”라고 웃어보였다.
이제 대표팀 소집을 마친 후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승현이다. 또 그는 대표팀 소집 기간 중 트레이드 소식을 접하며 새로운 팀에서 또 다시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 현재 그의 소속팀인 현대모비스는 필리핀 전지훈련을 소화 중이다.
이승현은 “아직까지 양동근 감독님을 한 번도 못 뵈었다. 현대모비스 선수들과도 인사를 못 한 상황이다. 현대모비스가 금요일에 국내로 돌아오는데 팀에서 배려해주셔서 일단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새로운 팀에서 기대도 많이 되고 설레기도 한다. 이 팀에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감독님과 미팅도 하고 많이 찾아가면서 시즌을 치르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되었던 ‘귀화 선수’다. 우리 대표팀이 상대한 카타르, 레바논은 물론 대만,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귀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라건아 이후 귀화 선수를 물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는 “저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귀화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것은 좋지만 어쨌든 그 전까지는 저희가 해야 한다. 이번 대회도 저희가 잘 했으면 귀화 선수 이야기도 안 나왔을 것이다. 행정 문제는 협회에서 할 일이고 귀화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말은 저희 잘못이다. 저희가 성적을 잘 냈으면 이런 이야기도 안 나왔을 것이다. 당장 귀화 선수를 데리고 올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선수들과 함께 경기력을 올려 가고 귀화 선수가 온다면 또 시너지가 나는 것을 바란다”라고 전했다.
또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사령탑 임기가 끝이 나는 안준호 감독이다. 아직 안 감독의 거취에 대해서는 결정이 난 것은 없지만 이승현은 안 감독의 재계약을 바랬다.
이승현은 “감독님과 돌아오는 비행길 경유지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 힘들다. 끝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뭐 하시지 않을까 싶다. 기대하고 있다. 확실히 다른 감독님들에 비해 나이스하시고 오랜만에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 (이)정현이 갈 때 감독님이 우셨다. 저는 울지는 않았고 추후에 감독님이 왜 우셨을지 생각해봣는데 ‘그만큼 진심이셨구나’싶었다. (여)준석이와 룸메이트였는데 그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래서 선수들도 감독님을 잘 따르고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 = FIBA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