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희정 감독의 탁월한 판단 능력과 선수들의 작전 수행 능력이 어우러진 고려대가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했다.
고려대학교가 9일 일본 도쿄 국립 요요기 경기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World University Basketball Series(이하 WUBS) 필리핀의 University of the Phillipines(이하 UP)와의 경기에서 75-7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이동근의 골밑슛을 시작으로 리드를 잡은 고려대는 이동근, 문유현의 외곽슛과 유민수의 골밑 득점으로 크게 치고 나갔다. 2쿼터 들어 UP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며 점수 차가 좁혀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던 고려대였다.
하지만 6년째 고려대를 이끌며 산전수전을 겪은 주희정 감독은 냉철했다. 적절한 선수기용을 통해 상대 흐름을 끊는가 하면 멋진 수비를 통해 상대 실책을 유발했다. 공격에서 변화무쌍한 라인업까지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주희정 감독이었다.
먼저 주 감독은 공격에서도 적재적소마다 탁월한 전술을 선보였다. 상대 압박이 거세던 2쿼터 중반 주희정 감독은 경기 운영이 장점인 박정환을 투입해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었고 박정환은 3점슛까지 터트리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 들어 UP가 올 스위치로 수비에 변화를 주자 주 감독은 미스매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골밑으로 들어간 이후 외곽으로 나오는 패스는 슈터들에게 너무나 많은 공간을 선사했고 이는 문유현과 양종윤의 3연속 3점슛으로 연결되었다.
또 주희정 감독은 한 쪽 코너에 3명의 선수를 밀집시킨 후 상대 수비를 몰아넣었고 벤치에서 정확한 수신호로 선수들에게 움직임을 지시했다. 잘 훈련된 고려대 선수들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움직였고 윤기찬에게 와이드 오픈 찬스가 만들어졌다. 윤기찬의 깔끔한 3점슛 성공은 덤이었다.
고려대의 강점인 수비는 더할 나위 없었다. 공격 성향이 짙은 UP 가드들이 계속해서 고려대의 골밑을 두드리자 주희정 감독은 올 스위치 이후 기습적인 블리츠 디펜스를 통해 상대 실책을 유발했다.
또 고려대는 기습적으로 전방 압박 수비를 시도했고 석준휘와 양종윤, 이동근이 상대 볼 핸들러를 강하게 압박하며 상대에게 8초 바이얼레이션을 강요했다.

이후 3쿼터 초반 UP가 피지컬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주희정 감독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양종윤이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내자 ‘천천히 하라’는 수신호를 전했고 상대와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또 4쿼터 들어 UP가 끝까지 추격하자 주희정 감독은 벤치에서 또 한 번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작전 지시를 내렸고 다소 흥분한 듯 했던 고려대 선수들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어진 공격 포제션에서 양종윤이 멋진 돌파 득점을 선보이며 사령탑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다양한 라인업도 선보인 주희정 감독이었다. 주 감독은 이동근, 유민수, 윤기찬, 문유현, 양종윤을 투입하며 정석과도 같은 라인업을 기용했고 이는 기분 좋은 리드로 이어졌다.
상대 압박이 거세지자 주 감독은 박정환, 문유현으로 구성된 2가드 시스템을 선보였고 리딩 부담이 줄어든 문유현은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팀의 기세를 이끌었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주 감독은 이건희까지 투입하며 3가드 시스템을 기용했고 롤링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해낸 후 김정현다니엘의 슈팅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또 경기 막판 다소 흥분한 UP 선수들이 이동근과 문유현에게 거친 파울을 쏟아내자 주희정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진정시키기도 했으며 이후 이동근과 문유현은 결정적인 자유투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했던 사령탑의 무게감이 팀에 승리를 안기는 순간이었다.

순간순간마다 정확한 판단과 임기응변으로 UP를 잠재운 주희정 감독의 고려대다. 이제 그들의 상대는 시드니 대학을 꺾은 Nippon Sports Science University(이하 NSSU)다. 그들은 신장이 큰 말리 출신의 빅맨을 보유한 팀.
과연 주희정 감독이 NSSU와의 경기에서도 팀을 잘 이끌어 고려대를 결승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사진 = WU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