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7월 31일(이하 한국 시간),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NBA는 플로리다 주 올랜도 근처에 위치한 디즈니월드에 ‘버블’을 만들고 시즌을 재개했다.
버블은 NBA 팬들에게 펜데믹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진행된 스포츠 이벤트로 제한된 환경에서 선수들이 플레이오프를 펼친 특별한 시즌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관중 없이 진행된 경기, 철저한 방역 조치, 외부와 차단된 생활은 이례적이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진 경기는 오히려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며 수준 높은 경기를 만들어냈다. 시즌을 중단했던 리그는 결국 시즌을 완주하는데 성공했고 LA 레이커스가 챔피언에 올랐다. 여러모로 실험적이었던 NBA 버블은 스포츠 리그 운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로부터 정확히 5년이 흐른 지난 31일 디 애슬레틱의 조 바든 기자는 특별 칼럼을 게재하며 2020년 버블 당시 NBA 선수, 코치, 임원,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특별했던 시간을 되돌아봤다.
조 바든 기자는 칼럼 서두에 "버블은 단순한 농구 경기를 넘어 스포츠와 사회, 사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공간이었다"고 회고했다.
NBA 커미셔너 아담 실버는 “이전에 시도된 적 없는 것을 해낸 공동체가 자랑스럽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버블’이라는 이름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NBA는 창의성과 협력의 상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덧붙혔다.
ESPN의 간판 캐스터 마이크 브린(Bang! 챈트로 유명) 역시 “우리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었다. 규칙은 같았고 현실은 낯설었지만 함께 헤쳐나갔다”고 말했다.
당시 덴버 너게츠의 수석 코치였던 조르디 페르난데스(現 브루클린 감독)는 “우리가 유일하게 세계에 생중계되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소속으로 ‘버블볼’이라는 책을 집필한 벤 골리버는 “당시 선수협회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버블은 시작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버블’이 아담 실버 커미셔너의 대표적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 강조했다.
NBA 선수단, 코치진, 미디어, 심판까지 모두 올랜도 디즈니월드에 모였던 이 ‘농구 캠프’는 단순한 대회가 아니었다.
AP 통신의 팀 레이놀즈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독점적인 농구 캠프에 있었다”며 “그 안에서 우리는 오직 농구만을 보고, 말하고, 생각하며 살아야 했다. 너무 힘들었고 가끔은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ESPN의 말린다 아담스는 “내 인생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NBA 내부자들이 ‘버블’에서 기억하는 가장 생생한 순간은 선수와 기자의 경계가 사라졌던 일상이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자전거를 타고 언론인들이 모인 파티 현장에 들렀다가 “테킬라 있어요?”라고 묻고 돌아갔다는 일화는 버블의 특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고 여겨진 버블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바깥 사회의 이슈를 전세계로 널리 알린 플랫폼이 되기도 했다. 이는 2020년 여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연결된다.
당시 밀워키 벅스 선수단은 경찰의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 총격 사건에 항의하며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이콧했고, 이는 NBA 버블의 운명을 흔들었던 사건임과 동시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이러한 이슈를 알렸다.
당시 LA 클리퍼스에서 뛰었던 카일 코버는 “라커룸에서 몇몇 선수들이 ‘이 경기를 뛰면 안 된다’고 말했을 때 모두가 그들의 편에 섰다. 그게 형제애의 유산”이라고 회상했다.
여러 이슈가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NBA는 버블의 성공으로 TV 계약을 지켰고 감염자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총 700명의 선수 및 팀 스태프 중 단 한 명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지 않았고, 여러 과학 저널에서 NBA의 방역 방식을 연구 주제로 다뤘다. 실험적이었던 이 운영 방식은 올림픽 조직위, FDA, CDC 등에 모범 사례로 공유되었다.
여담으로 NBA 관계자들이나 일부 팬들 사이에서 버블 우승의 가치는 아직까지도 논쟁거리다. 당시 휴스턴 단장이던 대릴 모리(現 필라델피아 사장)는 “우리가 우승했어도 나는 당연히 정당한 우승이라 여겼겠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우승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반대로 ESPN의 마크 스피어스는 “내가 경험한 최고의 농구였다. 진짜 농구 천국이었다”고 단언했다.
또한 AP의 팀 레이놀즈는 “레거시 측면에서 보면, 가장 힘들었던 동시에 가장 의미 있었던 우승이었다”고 평했다.
결론적으로 NBA 버블은 ‘리그 운영 방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첫 번째 사례였다. 스포츠의 위기 대응력, 선수의 목소리, 팬 없는 경기의 허전함, 동료애와 고립의 공존, 리그가 감당한 과학적 실험까지 지금껏 어떤 프로스포츠에서도 나오지 못한 파격적인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즈니월드라는 신비로운 장소에서 이어진 이 3개월은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독특한 서사로 남아 있다.
버블을 직접 경험했던 조 바든 기자는 칼럼 말미에 “버블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특파원 경험이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나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있었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적었다.
팬데믹이라는 어둠 속에서 빛났던 이 실험은 스포츠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시대와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