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계속 발전하고 변화한다. 공격, 수비의 방식과 패턴 역시 마찬가지다. 이동환의 앤드원을 통해 농구 전술을 확인해보자.

오늘 확인해볼 전술은 '77 스킵(skip)'이라는 공격 패턴이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2024-2025시즌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 중심엔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있었다.

타이리스 할리버튼의 7차전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인디애나가 거둔 성취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었다고 할 만하다.

릭 칼라일 감독 부임 이래 인디애나는 꾸준히 창의적인 오펜스를 펼치는 팀이었다. 특히 칼라일 체제의 인디애나는 2대2 게임, 3대3 게임에에 다양한 변주와 페이크를 섞곤 했다.

특히 오늘 살펴볼 '77 스킵(skip)'이라는 패턴은 지난 시즌 인디애나의 공격 패턴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돼야 할 흥미로운 공격법이다.

 

일단 '77 스킵'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야 한다.

먼저 77은 더블 드래그 스크린을 뜻한다.

더블 드래그 스크린은 세미 트랜지션 상황에서 2명의 공격수가 볼 핸들러를 위해 나란히 서서 스크린을 세팅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전판에 스크린 동작을 의미하는 그림(ㅓ)의 모양이 숫자 7과 유사하고, 더블 드래그 스크린은 스크린 2개가 잇달아 있는 형태이기에, 보통 '77'이라고 많이 부른다.

위 다이어그램을 보면 더블 드래그 스크린에 의한 3대3 게임의 상황이 전형적으로 나타나 있다. 핸들러(1번)가 볼을 몰고 넘어 오면 두 명의 스크리너(5번, 4번)가 나란히 스크린을 세팅한다.

스킵(skip)은 스킵 패스를 뜻한다.

스킵 패스는 코트를 길게 가로지르는 패스다. 상대 수비수는 물론 동료 공격수까지 지나쳐 가고 때로는 코트의 한쪽 사이드에서 반대 사이드로 향하는 동선이 긴 패스다. 때문에 기습적으로 수비를 흔들거나 찬스를 만들어내기에 용이하다.

77과 스킵의 의미를 합하면 '77스킵'이 어떤 공격을 의미하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결국 '77스킵'은 더블 드래그 스크린 세팅 상황에서(77) 기습적인 스킵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스킵) 3대3 게임 패턴이다.

 

이제부턴 실제 경기 장면을 통해 확인해보자.

인디애나와 뉴욕의 최근 플레이오프 경기 장면이다. 할리버튼이 왼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볼을 운반하며 공격이 시작된다.

 

할리버튼이 하프라인을 넘어가려고 하는 시점에, 인디애나의 '77스킵' 공격이 시작된다.

먼저 77다. 2명의 공격수가 차례로 드래그 스크린을 세팅한다. 더블 드래그 공격 대형이다. 첫 스크리너는 윙 자원 애런 니스미스, 두 번째 스크리너는 빅맨 마일스 터너다.

만약 이 공격이 일반적인 더블 드래그 공격이라면 할리버튼이 2명의 스크린을 받아 핸들링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다르다. 할리버튼을 주목하자. 더블 드래그 스크린을 받아 볼 핸들링을 이어가는 대신, 갑자기 공을 캐치해 2번째 스크리너인 마일스 터너에게 스킵 패스를 한다. 스킵(skip)을 의미하는 동작이다.

 

 

'77스킵' 공격의 핵심은 그 다음이다. 할리버튼은 스킵 패스로 마일스 터너에게 공을 던지는 동시에 가속도를 붙여 마일스 터너에게 달려간다.

이때 할리버튼은 애런 니스미스의 스크린을 오프 볼 스크린으로 활용하게 되고, 볼을 잡은 터너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할리버튼에게 핸드오프 패스를 해준다.

할리버튼을 막던 뉴욕의 미칼 브릿지스(파란색 사각형)는 할리버튼의 갑작스러운 액션에 완전히 할리버튼을 놓쳐버린 것이 보인다.

'77스킵' 공격이 가진 기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만약 인디애나가 일반적인 더블 드래그 스크린 공격을 했다면, 브릿지스는 2개의 볼 스크린을 피해가며 할리버튼을 따라가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할리버튼이 더블 스크린 공격 대형에서 갑자기 스킵 패스로 터너에게 볼을 건네고 순식간에 가속을 붙여 터너에게 달려가면서, 브릿지스는 할리버튼을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뒤쪽 스크리너 수비수들이 이 패턴을 미리 알고 브릿지스에게 알려주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패턴이다.

 

결국 할리버튼이 브릿지스를 제치고 미드레인지로 진입하고, 핸드오프 패스를 건네준 터너는 림으로 대쉬한다.

터너를 마크하던 타운스는 당연히 할리버튼의 돌파를 막아야 하는데, 결국 할리버튼과 터너 2명을 모두 체크해야 하는 1대2 수비 상황에 순간적으로 처하고 만다.

 

이때 할리버튼은 러닝 스텝을 이어가면서 평소 잘 활용하는 높은 플로터를 던져도 되고, 터너에게 패스를 해도 된다.

 

 

결국 할리버튼이 터너에게 절묘한 패스를 건네주고, 터너가 덩크를 터트린다.

 

 

 

 

'77스킵' 패턴은 지난 시즌 NBA와 미국 대학농구에서 이미 조금씩 유행하고 있다.

JJ 레딕 감독의 레이커스는 위 장면처럼 루카 돈치치 영입 이전부터 '77스킵' 패턴을 사용해온 대표적인 팀이었다.

돈치치 영입 이후에는 오스틴 리브스를 핸들러, 르브론 제임스를 두 번째 스크리너(스킵패스 받는 선수)로 설정해 '77스킵' 패턴을 종종 활용했다.

 

때론 위 장면처럼 2번째 스크리너(르브론)가 핸들러(리브스)에게 핸드오프 패스를 하지 않고, 반대 코너맨(돈치치)의 핀다운&컬 동작을 봐주는 추가 변형 패턴을 사용하기도 했다. 영리한 르브론 제임스가 핸드오프 패서이기에 가능한 변형 공격이다.(이 패턴은 비어 액션이 추가됐다고 해서 '77스킵 킵 비어'라고 부르는데, 비어 액션이 무엇인지는 추후에 다뤄보자.)

아이오와 주립대 같은 대학농구 팀들도 인디애나, 레이커스의 '77스킵' 공격을 그대로 베껴 활용해볼 정도였다.

 

다만 '77스킵'이 매번 위력적인 것은 아니다.

많은 공격 패턴이 그렇듯 상대가 미리 알고 대응했을 경우에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턴오버 위험이 높다.

특히 더블 드래그 대형에서 이뤄지는 스킵 패스가 높은 위치로 향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위 장면처럼 핸들러가 스킵 패스를 하는 순간에 패스를 받는 선수의 수비수(타운스)가 이를 예측하고 손을 뻗어 건드린다면 순식간에 디플렉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인디애나는 오클라호마시티와의 파이널에서 '77스킵' 공격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디플렉션을 허용, 턴오버로 실점을 하기도 했다.

모든 공격 패턴은 상대의 예상과 대비를 뛰어넘는 형태로 이뤄져야 위력이 있으며, '77스킵' 역시 마찬가지다. 특유의 기습성이 발휘되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양날의 검 같은 공격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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