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대표팀이 일본, 카타르를 차례로 격파했다. 이번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많은 것을 확인했다.
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20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2025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카타르 대표팀과의 2차전에서 95-78로 승리했다.
이로써 일본, 카타르와의 4차례 평가전을 모두 승리한 한국이다. 그들은 이현중의 공수 가리지 않는 활약과 여준석, 하윤기의 화려한 덩크 슛, 이정현과 유기상의 소나기 3점슛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최고조의 분위기로 평가전을 마쳤다.
이제 그들은 약 2주간의 최종 담금질을 거친 후 격전지인 제다로 떠난다. 그렇다면 우리 대표팀이 이번 4차례 평가전을 통해 확인한 명과 암을 함께 살펴보자.
- ‘가자미’가 된 에이스. 팀 레벨은 전체적으로 향상
“이현중과 여준석이 있어 든든하다. 적응도도 좋아졌고 경기력으로도 보여줬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코트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카타르와의 2차전을 마친 후 안준호 감독의 말이다.
안 감독의 말처럼 이번 대표팀에서 이현중과 여준석의 활약은 대단했다.
특히 이현중은 4차례 평가전에서 평균 20득점이 넘는 득점력을 선보였으며 카타르와의 1차전에서는 전반에만 20득점을 기록하며 게임을 완전히 끝냈다.
하지만 이현중에게 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리바운드 참여와 허슬 플레이.

평가전을 앞둔 7월 초 연습 경기 당시 이현중에게 어떤 포지션으로 뛰는 지에 대해 묻자 그는 “4번으로 뛸 것 같다. 감독님이 저에게 원하시는 부분이 그런 것이다. 소속팀(일라와라 호크스)에서는 2~3번을 뛰고 있긴 하다. 하지만 현대 농구에서 4번 포지션이 빅맨은 아니다. 어떤 포지션이 마음에 든다는 것은 없다. 모든 자리를 다 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대표팀의 이번 평가전 중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높이’였다. 그렇기에 안준호 감독은 구호를 ‘One Team Korea’에서 ‘All In Rebound’로 바꾸며 선수들에게 리바운드를 더욱 강조했다.
이번에 한국 대표팀이 상대한 일본의 조쉬 호킨슨(208cm), 제이콥스 아키라(203cm), 카와마타 코야(204cm)와 카타르의 은도예 세이두(203cm), 알렌 하지베고비치(211cm), 모하메드 후세인(205cm) 등 빅맨들의 명단이다.

기본적으로 신장이 1~3차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이승현(197cm)보다 월등히 크다. 하지만 파워에는 이승현도 밀리지 않는다. 이승현은 헌신적인 박스 아웃을 통해 빅맨들을 골대에서 멀리 밀어냈고 그 리바운드를 이현중이 사수해냈다.
3차전을 마친 후 유기상은 “(이)승현이 형을 비롯한 빅맨들이 상대 센터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이)현중이 형이나 준석이가 리바운드를 잡기로 했었는데 잘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안준호 감독 역시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리바운드를 앞선 경기다. 리바운드는 우리의 필연이자 숙명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현중은 이번 평가전에서 2차례나 더블-더블을 달성했는데 2,3차전에 각각 19득점 12리바운드와 20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현중의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이 아시아컵에서도 이어져야만 한국 대표팀의 승리 확률도 높아진다.

- 이정현의 적절한 롤 분배, 역시 필요할 땐 ‘하입 보이’
이현중과 여준석의 합류로 많은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부분은 바로 이정현의 ‘롤 축소’였다. 이정현은 KBL을 대표하는 ‘공격형 가드’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그는 가장 많이 볼을 만졌고 직접 공격도 전개했고 마무리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더욱이 지난 시즌 소노는 이정현과 함께 케빈 켐바오, 이재도 등을 영입하며 강력한 트리오를 구축했지만 이정현과 켐바오가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합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다. 그렇기에 이번 대표팀에서 이정현의 ‘오프 더 볼 무브’에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이정현은 금세 적응을 마쳤다. 이현중과 여준석에게 볼 핸들러 역할을 맡기기도 했으며 부지런히 코트를 왕복하며 빈틈을 찾아냈다. 또 정성우, 양준석과 합을 맞출 때는 슬래셔 역할을 수행했고 속공 때는 가장 먼저 달려 나가 ‘돌격 대장’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국내 무대에서 비슷한 속공 상황이었더라면 이정현은 직접 수비수를 가까이 붙인 후 마무리를 하거나 자유투 유도를 했을 장면에서도 자신의 공격보다 팀원들의 빈자리를 찾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카타르와의 1차전에 나온 유기상의 연속 속공 3점슛이 그랬고 2차전에 나온 여준석의 화끈한 투핸드 덩크슛이 그랬다.
카타르와의 2차전을 마친 후 이정현은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기에 2~30점씩 넣으면서 경기를 하고 싶진 않다. 지금처럼 핸들러를 하며 간결하게 하고 상대 에이스를 끝없이 압박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다. (정)성우 형이나 (양)준석이랑 뛸 때는 내가 스코어러 역할을 하면서 볼 없이도 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 더 맞춰볼 것”이라 말했다.
이정현은 카타르와의 2차전 4쿼터 시작 전까지 3득점에 그치며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주춤하자 팀의 외곽도 덩달아 잠잠했다. 이날 한국은 1쿼터 3점슛을 기록하지 못하는 등 다소 답답한 흐름이었고 카타르의 피지컬에 밀리며 파울을 연거푸 쏟아내며 상대와 계속해서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필요할 때는 이정현이 나섰다. 카타르의 추격 흐름이 거세던 4쿼터 중반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포를 가동했고 그 결과 4쿼터에만 11득점을 몰아치며 팀에 완벽한 승리를 선사했다.
필요할 때 해주는 선수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득점의 무게감이 얼마나 강력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베테랑의 응집력, 팀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이현중이든 여준석이든 본인이 돋보이려고 하면 안 된다. 틀에 맞게 하나로 뭉쳐야 한다. 원 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하자면 팀보다 더 훌륭하고 빛나는 선수는 없다” 안준호 감독의 말이다.
지난 7월 초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를 마친 후 안준호 감독에게 ‘선수 선발’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가 내놓은 답이었다.

실제로 이번 평가전 내내 선수들은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령탑의 주문 그대로였다. 이현중의 눈빛은 달라져있었고 여준석은 거침없이 리바운드에 참여했다. 두 선수는 코트에 넘어지기 일쑤였다.
정성우의 허슬 또한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여전했다. 문정현 역시 신장에서는 밀리지만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리바운드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후배들을 묵묵히 지원한 팀 내 최고참 김종규와 이승현이 있었다.
“정말 든든합니다. 두 형들이 후배들의 말도 잘 들어주고 소통하며 팀이 응집력이 생겼다.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인데 그만큼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두 선수다.” 전화 통화에서 ‘베테랑’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던 안준호 감독의 말이다.
이승현은 이번 평가전에서 3차례나 선발로 나섰고 언제나 그랬듯 든든한 스크린과 묵묵한 리바운드로 후배들의 찬스를 열어줬다.

2차전부터 코트를 밟은 김종규는 몸 상태가 100%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가 이전만큼 공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지는 못하지만 김종규의 경험과 물리적인 높이는 큰 힘이 되었다.
“아시안 게임 때도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었고 ‘참사’라고 불리는 대회들에서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부분도 많다. 후배들이 중심이 되어 팀을 이끌면 저는 과거 배웠던 것들을 잘 알려주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연습 경기 당시 만났던 김종규의 말이다. 이번 평가전은 그가 말했던 그대로였다. 후배들이 화려한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이끌어나갔고 팀이 흔들릴 때면 김종규는 후배들을 불러 모아 분위기를 추슬렀다. 특히 김종규는 3쿼터 중반 교체되어 나가면서도 끝까지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노인은 타들어가는 도서관이다’라는 말이 있듯 노장 반열에 접어든 김종규와 이승현은 자신들이 직접 부딪히며 얻은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마음껏 전수했고 베테랑들의 헌신 속 팀은 전체적으로 하나가 되어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 귀화 선수의 필요성, 대체 언제?
“(라)건아 형과 같은 선수들이 그립기는 하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귀화 선수는 필요하다. 절대적으로 높이를 가진 귀화 선수가 필요하다. 꼭 필요하다.”
“다른 나라들은 귀화 선수가 1~2명이 아니지 않나.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신경을 써주셨으면 한다.”
차례로 이현중, 김종규, 이정현이 전한 귀화 선수의 ‘필요성’이었다. 그들의 말처럼 카타르는 다국적 군단이 된 지 오래이며 일본 역시 적극적인 개방으로 다양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특히 일본은 귀화뿐 아니라 학창시절부터 선수들을 수급한 후 육성까지 해냈고 혼혈 선수들의 국적 역시 인정해주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은 와타나베 휴, 제이콥스 아키라, 카이 테이브스 등의 선수가 꾸준히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절망스럽게도 현재 한국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협회가 알아보고 있는 것 같은데 쉽지가 않다. 선수 자체가 없다. 하지만 협회도 그렇게 적극적인 것 같지는 않다. 큰 걸림돌은 금전이다.” 한 농구계 관계자가 전한 현재 귀화 상황이다.
이 말의 핵심은 간단하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귀화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삼성 소속이었던 코피 코번의 귀화가 진행되는 듯 했으나 무산되었고 2년 전 로슨이 귀화 의사를 밝혔으나 적극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며 레바논에 그를 빼앗겼다. 그렇게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게 된 로슨은 이번 아시아컵에서 그의 칼자루를 한국에게 겨누게 되었다.
국내 빅맨진인 하윤기와 이원석, 김종규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그들이 아시아컵에서 만나는 호주, 카타르, 레바논의 빅맨들을 압도하고 보드를 장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안준호 감독은 카타르와의 2차전에서 김종규와 이원석을 동시에 기용하는 투 빅 라인업을 가동하기도 했다. 얼마나 안 감독이 리바운드, 높이 싸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 라인업은 오래 가동되기 어려웠다. 김종규와 이원석이 카타르의 골밑으로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그렇기에 귀화 선수는 필요하다. 골밑에서 안정적인 득점 혹은 적어도 높이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신장을 갖춘 선수는 꼭 필요하다.
- 이미 노출된 전력, 특히 수비
21일 오전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최종 12인을 선정할 대표팀이다. 현재 15인에서 3명을 탈락시키고 12인의 멤버가 제다로 향해야 한다. 안영준의 이탈이 확실해 보이는 가운데 나머지 두 명의 선수가 누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선수가 새롭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8일과 20일 양 일간 상대했던 카타르는 다가올 아시아컵에서도 만나는 팀이다.
그들은 타일러 해리스라는 또 한 명의 귀화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다. 햄스트링 부위 부상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회복 시기와 부상 정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리스가 아시아컵에 출전할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

또 그의 실제 신장 역시 측정이 불분명하다. FIBA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201cm라고 나와 있지만 또 다른 사이트에는 208cm라고 표기가 되어있다. 결국 선수들이 직접 부딪혀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더욱이 해리스는 카타르 농구에 빠삭하다. 이미 해리스는 카타르 리그 알라얀 소속으로 뛰고 있으며 꾸준히 카타르 대표팀에서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영상으로 어느 정도 준비하고 대처를 한다고 할지라도 인 게임 내에서 완벽히 막아내기엔 어려울 것. 그렇기에 카타르의 다음 일정인 일본과의 평가전을 유심히 살펴야하는 이유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카타르를 수비할 때 볼 핸들러의 마크맨이 스크리너의 아래로 이동해 볼 핸들러의 돌파를 견제하고 빅맨과 스윙맨들이 볼 핸들러를 몰아세우는 블리츠 디펜스를 주로 이용했다.
결과적으로 완벽히 성공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카타트의 브랜든 굿윈에게 여러 차례 돌파를 허용했으며 또 함께 골밑으로 다이브하는 빅맨들에게 많은 공격 리바운드와 파울을 헌납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후 안준호 감독은 탑에 위치한 굿윈에게 이현중을 전담 마크맨으로 붙이는 수비를 잠깐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팀 플랜이 꼬일 수 있다.
당장 굿윈의 돌파를 막아낼지언정 골밑에서의 리바운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과 이현중의 체력 부담이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대표팀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기에 이 활동량이 떨어져서는 곤란하다. 해리스가 합류한 카타르의 공격 전개도 체크할 포인트.
평가전 4경기를 승리한 것은 대단한 일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에 머물러있으면 곤란하다.
이번 평가전 시리즈에서 대표팀이 잘 된 부분은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계속된 고민해 해결법을 찾아야하는 시점이다.

사진 = 대한민국 농구협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