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의 치열한 '농구 외교전'이 볼 만했던 FIBA 3x3 월드컵 2025였다.
지난 23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막한 FIBA 3x3 월드컵 2025(이하 3x3 월드컵)는 스페인(남자)과 네덜란드(여자)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두 나라는 그동안 3x3 월드컵을 양분해 온 세르비아와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새로운 판을 만들었다.
이변이 많았던 이번 대회는 단연 몽골 여자 3x3 대표팀의 깜짝 준우승이 최고 화제였다. 미국, 독일, 브라질, 중국, 폴란드 등을 연달아 잡아낸 몽골 여자 3x3 대표팀은 FIBA 3x3 월드컵 역사상 최고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몽골 여자 3x3 대표팀의 선전 속 이번 3x3 월드컵은 몽골 내 3x3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회이기도 했다.
몽골 관중들은 홈팀 몽골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관중석을 가득 채웠고, 몽골 여자 3x3 대표팀의 선전이 알려진 뒤에는 경기장 주변까지 인산인해를 이루며 발 디딜 틈 없는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몽골농구협회 관계자는 "몽골은 레슬링이 최고 인기 스포츠다. 올림픽에서의 선전이 그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 3x3 선수들이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투어, 챌린저 등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3x3도 폭발적인 관심을 얻게 됐다"라고 밝혔다.

실제 몽골의 TV 채널 PSN(프리미어 스포츠 네트워크)에선 하루종일 농구가 방송되는데 NBA와 The League(몽골농구리그) 외 몽골 3x3 선수들의 소식이 연신 전해져 아직은 대중적 관심과 거리가 있는 한국 3x3의 현실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이번 3x3 월드컵은 선수들의 경쟁 못지않게 아시아 국가들의 농구 외교전도 치열했다. 이번 대회 현장에는 한국의 KXO(한국3x3농구연맹)를 비롯해 중국, 몽골, 싱가포르 등 3x3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 관계자들이 FIBA(국제농구연맹)와 다양한 협의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치열한 '농구 외교전'은 전 세계 FIBA 3x3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알렉스 산체스 총괄 디렉터의 입국과 함께 시작됐다. 대회 4일째가 돼서야 몽골에 입국한 알렉스 산체스는 입국과 동시에 바첸겔 고토브 몽골농구협회장을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바첸겔 고토브 몽골농구협회장은 2018년부터 울란바토르 3x3 팀의 구단주로 나서 지난 2022년, 몽골농구협회장에 취임했다. 몽골농구협회 최대 후원사인 MMC 에너지의 회장이기도 한 바첸겔 고토브 회장은 이번 3x3 월드컵 유치뿐 아니라 The League의 창설까지 이끈 몽골 농구계의 절대적인 인물이다.
몽골농구협회 관계자는 "우린 이번 3x3 월드컵 개최를 통해 FIBA 3x3에서 개최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의 개최 능력을 증명했다. 월드투어, 챌린저, 우먼스 시리즈 등을 모두 개최한 몽골의 다음 목표는 '3x3 아시아컵' 개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몽골 선수들이 더 많은 3x3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게 오래 전부터 FIBA와 꾸준히 협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농구 강국 중국은 4명의 관계자가 알렉스 산체스 1명과 1시간가량 미팅을 진행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FIBA 3x3 프로서킷(월드투어, 챌린저)을 개최하고 있는 중국은 올해도 11번의 월드투어와 챌린저를 개최한다.
FIBA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3x3 월드컵 이후 중국 내 더 많은 대회 유치에 뜻을 두고 있고, 이와 관련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부터 4년간 3x3 아시아컵을 개최하기로 했던 중국은 2020년에 발발한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이후 3x3 아시아컵을 개최하지 못했고, 2022년부턴 싱가포르가 3x3 아시아컵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 세르비아 3x3 국가대표 출신 감독을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3x3에 투자하고 있는 싱가포르도 이번 3x3 월드컵 현장을 찾았다. 2022년부터 3x3 아시아컵을 개최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오는 2026년, 3x3 아시아컵과 월드컵 예선을 연이어 개최하고, 2027년에는 3x3 월드컵을 개최한다.
싱가포르 스포츠 마커스 탄 스포츠발전그룹장은 "우린 내년 '싱가포르 3x3 슈퍼리그' 유치를 논의 중이다. 싱가포르가 오는 2027년까지 3x3 아시아컵을 개최하게 됐고, 2027년에는 3x3 월드컵도 개최할 예정인데 그전에 프로 3x3 대회를 유치해 내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이번에 몽골을 찾았다"라고 밝혔다.

아시아 주변국들이 3x3 월드컵 현장에서 치열하게 외교전을 펼친 가운데 한국에서 유일하게 이번 3x3 월드컵 현장을 찾은 KXO(한국3x3농구연맹) 관계자들과 신은섭 홍천군체육회장은 '홍천 챌린저' 개최 기간과 '한국 내 월드투어' 유치 논의 등에 관한 실무적인 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FIBA에선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만약, KXO가 정말 월드투어를 유치한다면 새로운 스팟을 만들어 제공하겠다"라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일찌감치 몇 년 뒤를 준비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3x3를 향한 진심과 이제는 외교전이 필요할 만큼 높아진 3x3의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이번 FIBA 3x3 월드컵 2025였다.
사진 = 김지용 기자, FIBA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