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몽골이 미국을 상대로 승리하는걸.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 

지난 28일, 몽골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린 'FIBA 3x3 월드컵 2025(이하 3x3 월드컵)' 여자부 8강전에서 몽골이 미국을 상대로 18-15의 깜짝 승리를 거뒀다. 세계 3x3 역사에 남을 만한 신비로운 승리였다. 

아무도 상상 못한 결과였다. 선수 4명 전원을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소속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한 미국 여자 3x3 대표팀은 182cm의 사하라 윌리엄스가 팀 내 최단신일 만큼 높은 신장을 자랑했다. 이에 반해 팀 내 최장신이 180cm인 몽골은 신체적 조건에서 미국에 열세였다. 

누구나 미국의 승리를 예상했다. 경기 전 만난 미국 트레이너는 "우린 다음 경기를 생각하고 있다"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간과한 것이 있다. 몽골은 수많은 3x3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이번 3x3 월드컵을 대비했다. 실제 몽골은 이번 3x3 월드컵 직전 열린 두 차례의 'FIBA 3x3 우먼스 시리즈'에서 3위에 입상하며 자신들의 실력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걸 입증했다.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몽골의 게임 플랜은 명확했다. 외곽에서 승부를 건 몽골이었다. 단신의 언더독 몽골이 '세계 최강' 미국을 공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몽골의 외곽 맹폭이 시작됐다. 몽골은 미국을 상대로 24개의 2점슛을 시도했다. 미국이 단 8개의 2점슛만 시도한 것과 극명한 대비가 됐다. 미국은 신장의 이점을 살려 골밑을 집중 공략했다. 

 

몽골의 도박은 성공했다. 

경기 초반 예상대로 3-0으로 끌려간 몽골은 에이스 쿨란 오노르바타르가 2개의 2점슛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경기를 뒤집었다. 몽골의 공세가 별거 아니라는 듯 미국은 손쉽게 리드를 되찾아 왔다. 하지만 경기 중반 쿨란 오노르바타르가 팀의 네 번째 2점슛을 성공 시킨 몽골이 10-6의 리드를 가져왔다. 

이때부터 경기장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경기가 중반까지 흘러왔음에도 미국은 확실한 리드를 잡지 못했고, 몽골의 게임 플랜이 성공하는 분위기였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게임 플랜을 준비한 몽골은 미국 선수단의 강한 압박에도 어떻게든 2점슛을 시도했고, 경기 종료 3분여 전 2개의 2점슛이 연이어 미국의 림을 가르며 14-12로 리드를 이어갔다. 몽골의 단순한 패턴에 계속해 2점슛을 내준 미국 코치는 욕설을 섞어 고함을 질렀고, 미국 선수단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위기를 탄 몽골은 거칠 것이 없었다. 실패해도 계속해 2점슛을 시도하며 미국 선수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경기 종료 32초 전 15-15로 동점을 허용한 몽골. 그러나 경기 종료 16초 전 쿨란 오노르바타르의 골밑 득점으로 승리에 다가선 몽골은 경기 종료 2초 전 미국의 7번째 팀파울을 얻어내며 사실상 경기를 매조지했다. 

미국의 7번째 팀파울로 자유투 2개를 얻어낸 몽골은 '18세 소녀' 난딘쿠셀 니암자브가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세계 최강 미국을 18-15로 꺾었다. 

 

24개의 2점슛을 시도해 6개의 2점슛을 성공 시킨 몽골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15-24로 크게 뒤처졌음에도 외곽에서의 도박이 성공하며 세계 최강 미국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꾸준한 투자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 세계 무대에 도전한 몽골의 집념이 이번 3x3 월드컵에 빛을 보고 있다. 미국을 집으로 돌려보낸 몽골은 29일(한국시간) 오후 6시 25분 폴란드를 상대로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사진 = 김지용 기자,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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