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 열린 2025 NBA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식.

포틀랜드의 차례였던 16순위 지명 순서에서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아담 실버 총재가 218cm의 중국인 빅맨 유망주 양한센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이날 양한센은 상위권 유망주가 착석하는 그린 룸(green room)이 아닌 일반 관중석에서 드래프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양한센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현장에서는 충격의 탄식과 중국 팬들의 환호가 뒤섞였다.

2007년 이젠롄(1라운드 6순위) 이후 18년 만에 벌어진 중국선수의 1라운드 지명. 특히 같은 아시아권인 우리로서는 더 놀랄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역대 중국 선수의 NBA 드래프트 지명 순위
1999년 1R 36순위: 왕즈즈
2002년 1R 1순위: 야오밍
2003년 2R 57순위: 쉬위양
2007년 1R 6순위: 이젠롄
2016년 2R 43순위: 저우치
2016년 2R 57순위: 왕제린
2025년 1R 16순위: 양한센

양한센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공개된 미국 현지 언론의 예상 지명 순위에서도 1라운드에 이름을 좀처럼 올리지 못했던 선수다.

ESPN과 '디에슬레틱'은 나란히 36순위로 브루클린이 양한센을 지명할 것이라 내다봤었다. 브루클린은 중국계 구단주인 조 차이가 소유한 팀이기도 하다.

NBA드래프트넷은 34순위로, SI.com은 38순위로 지명될 것이라 예상했다. CBS스포츠의 예상 지명 순위는 43순위였다.

NBA 뉴스 데이터 분석가 오웬 필립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자 12명이 예상한 양한센의 지명 순위는 평균 39.6순위였다.

즉 양한센은 대다수의 예상보다 20계단 이상 높은 순위에서 이름이 불린 셈이었다.

현지에서 포틀랜드의 선택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동시에 '차이나 머니'를 노린 엉뚱한 선택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도대체 왜 양한센인가?

포틀랜드는 양한센의 지명 직후 이와 관련된 드래프트 픽 트레이드 결과와 양한센의 포틀랜드 워크아웃 당시 영상을 구단 공식 SNS와 홈페이지에 빠르게 업로드했다.

사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포틀랜드는 1라운드 11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1픽을 행사하기 직전 포틀랜드가 멤피스와 픽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포틀랜드가 11픽을 멤피스에 넘기고, 그 대가로 멤피스의 16픽과 2028년 1라운드 픽, 미래 2라운드 픽 2장이 포틀랜드로 향하는 굵직한 픽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가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포틀랜드가 픽 다운을 택하면서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그렇게 얻어온 16픽을 양한센에게 태울 줄이야.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양한센 트레이드'가 된 지명권 트레이드
- 포틀랜드 get: 25년 16픽(양한센), 28년 1라운드 픽, 미래 2라운드 픽 2장
- 멤피스 get: 25년 11픽(세드릭 카워드)

포틀랜드의 조 크로닌 단장은 16픽 행사를 마무리한 후 현지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크로닌 단장은 포틀랜드가 왜 양한센을 지명했고, 그동안 양한센을 얼마나 주목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꼼꼼히 설명했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지켜봐 온 선수를 지명했습니다. 정말로 기대가 큽니다. 저희 생각에 양한센은 매우, 매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입니다.”

“우리 스카우트들이 양한센을 일찍이 발견했고,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주요 직원들도 아주 오래 전부터 양한센을 지켜봐왔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양한센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크로닌은 만약 2024년 드래프트에 양한센이 참가했다면 마찬가지로 양한센을 지명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양한센에 대한 큰 신뢰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지 팬들의 반응은 나쁜 의미로 거세다.

레딧(reddit)과 X(구 트위터) 등에는 포틀랜드의 이번 선택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유저는 "중국이라는 시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라는 글을 남겼고 이 댓글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양한센이 중국 시장의 힘을 등에 입어 지명됐다고 본 것이다.

양한센의 에이전트가 NBA의 큰손으로 유명한 '클러치스포츠(Klutch Sports)'의 리치 폴이고, 그 영향력이 양한센의 지명 순위를 바꿔놓았다고 보는 이들도 많은 듯 하다.

또 다른 유저는 "이 사람(리치 폴)은 NBA를 중국 마피아처럼 운영한다"는 글을 남겼는데, 이 글은 이미 3,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포틀랜드의 빅맨진 상황도 이번 선택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포틀랜드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미 대학 무대 최고의 빅맨이었던 도노반 클링언을 1라운드 7순위로 지명한 바 있다.

218cm의 클링언은 디안드레 에이튼과 출전 시간을 나눠가지는 상황에서도 올 시즌 67경기에서 19.8분 동안 6.5점 7.9리바운드 1.6블록슛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올-루키 세컨드 팀에도 지명됐다.

원래는 클링언을 밀어주기 위해 디안드레 에이튼, 듀옵 리스, 로버트 윌리엄스 중 1-2명을 내보내고 빅맨진을 정리해도 모자른 상황이었다.

그런데 포틀랜드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굳이 1라운드 중반 픽을 써가면서 마찬가지로 218cm의 신장에 스피드와 수비력은 더 떨어지는 중국인 빅맨을 한 명 더 데려왔다. 포틀랜드 팬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양한센은 NBA에서 성공할 수 있나?

그렇다면 양한센이라는 선수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자.

2005년생으로 이번 드래프트 동기에 비해 1살이 많은 양한센은 218cm의 신장을 가진 장신 빅맨이다.

양한센은 사실 국내농구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선수다. 이주영, 이채형(이상 연세대), 강성욱(성균관대) 등이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던 2022년 U18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양한센 역시 출전해 한국과 맞붙었었기 때문이다.(당시 중국은 아시아선수권 4강에서 한국에 패했었지만, 이듬해 열린 19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한국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후 양한센은 중국프로농구인 CBA에 직행, 칭다오에서 뛰어왔고 2년 연속 올스타와 퍼스트 팀에 선정되며 리그를 지배했다. 2023-2024시즌에는 루키로서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되며 엄청난 존재감을 인정받았고, 2024-2025시즌에는 16.6점 10.5리바운드 2.6블록슛을 기록했다.

NBA 관계자들은 이미 일찌감치 양한센의 잠재력에 주목해왔다는 후문이다.

포틀랜드를 포함한 여러 구단의 스카우터와 관계자들이 양한센을 직접 보기 위해 소속 팀 칭다오의 훈련장과 CBA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해 이미 만 19세로 NBA 드래프트 참가 기준을 충족했던 양한센은 1년 빨리 NBA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었으나 한 시즌 더 중국리그에서 뛰며 기량을 갈고 닦는 쪽을 택했다.

고교 졸업 후 2년 동안 자국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며 기량을 갈고 닦은 양한센은 5월에 열린 드래프트 컴바인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NBA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컴바이에서 진행된 픽업 게임에서도 짧은 출전 시간 동안 두 차례나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경쟁자들을 상대로 우위를 보여줬다. 특히 큰 사이즈를 활용한 페인트존 장악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양한센이 실질적으로 NBA라는 수준 높은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218cm의 신장에 222cm의 윙스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양한센은 큰 신체 사이즈를 앞세워 골밑을 지배하는 스타일의 빅맨이다. 페인트존에서 야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피벗 플레이와 풋워크가 상당히 좋고 훅슛을 활용한 숏-미드 구역 공략도 인상적이다.

탑에서 핸드오프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가드와의 연계 플레이도 나쁘지 않다. 시야도 좋은 편이어서 스타일만 놓고 보면 니콜라 요키치나 알프렌 센군 같은 선수와 흡사하다. 양한센을 놓고 한 관계자가  "중국판 요키치(Chinese Jokic)"라는 평가를 내린 이유다.

하지만 대선배 야오밍이 뛰던 시절과는 트렌드가 확 달라진 NBA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일단 양한센은 발이 느린 편이어서 최근의 NBA에서는 2대2 수비의 공략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NBA의 빠른 템포에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포스트에서 보여주는 피벗 스킬이 좋지만 현대 농구의 빅맨치고는 볼 핸들링이나 드리블 돌파 등이 투박한 편이다. 3점슛은 종종 던지지만 역시 장착이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다.

'야후스포츠'는 양한센의 플레이타입을 니콜라 부세비치에, '더 링어'는 루크 코넷을 비교 대상으로 거론했다. 둘 모두 수비 범위와 스피드에 약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양한센의 특징을 쉽게 알 수 있는 비교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양한센의 성공 여부는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포틀랜드는 오는 7월 1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서머리그에 참가한다. 일단 확실한 것은 이번 양한센의 지명으로 중국 팬들과 중국 시장이 엄청나게 들썩이게 됐다는 점이다.

사진 = FIBA,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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