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아직도 조금 힘든 상태예요. 시원섭섭하네요. 그래도 앞으로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통화 내내 이승현은 담담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 3년 간의 KCC 생활을 끝낸 아쉬움, 이적설이 퍼져 있던 시간동안의 마음고생이 수화기 너머로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굳은 다짐도 드러냈다.

오랜 루머의 끝은 결국 트레이드였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 부산 KCC 이지스는 1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승현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승현과 전준범이 현대모비스로 향한다. 그리고 장재석은 KCC에 둥지를 틀게 됐다. 2대1 트레이드다.

양측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빅딜이다. 올해 FA 시장에서 최대어 허훈을 영입한 KCC는 샐러리캡 정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10개 구단 중 샐러리캡 여유분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었던 현대모비스에게 오퍼가 전해졌고, 현대모비스는 고심 끝에 전준범까지 함께 받아오는 2대1 트레이드를 제안, 결국 양측이 딜에 최종 합의했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는 논의가 꽤나 오랫동안 진행됐다. 협상이 구체화된 것은 허훈에 대한 KT의 보상 선택이 끝난 이후다. 하지만 양측 간의 대화는 그 전부터 이미 열려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미 리그에 파다하게 트레이드설이 퍼져 있었던 만큼, 루머에 이름을 올렸던 당사자들은 마음이 더 힘들 수 밖에 없었을 터.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선수인 국가대표 빅맨 이승현도 그랬다.

17일 통화가 닿은 이승현은 국가대표팀 강화 훈련을 위해 진천에 머물고 있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 때문일까. 통화 내내 이승현은 담담한 어투로 소감을 전했다.

"대략적인 소문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까 아쉬움과 시원섭섭한 느낌이 드네요. 솔직히 그동안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냥 묵묵하게 개인적으로 운동하면서 대표팀에 들어갈 준비만 했는데... 다만 그때도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기분이 계속 들었어요. 사실 지금도 여전히 힘든 상태예요. 시간이 지나야 이런 힘듦도 아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3년 동안 몸 담았던 KCC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먼저 이야기전했다. 이승현은 "결국 비즈니스니까요"라며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KCC에 지금은 어떤 감정도 없어요. 3년 동안 있으면서 구단에서 너무 잘 챙겨주셨거든요. 프로는 어차피 비즈니스의 세계잖아요. 이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다 끝났고, 새로운 팀에 가서 더 열심히 하면서 결과로 보여줘야죠."(웃음) 이승현의 말이다.

 

 

새로운 출발이다. 이승현이 새로 둥지를 틀 팀은 현대모비스.

올 시즌 양동근 감독 체제로 리빌딩에 나선 현대모비스는 이우석, 박무빈, 신민석, 김태완까지 고려대 직속 후배들이 가득한 팀이기도 하다. 이승현은 "고려대, 오리온 때도 빨간 유니폼을 입었는데, 결국 저는 빨간 유니폼이 어울리는 사람인가봐요"라며 웃어보였다.

"트레이드 기사가 나자마자 (박)무빈이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무빈이가 너무 좋아해서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같이 한번 잘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솔직히 재밌을 것 같아요. 현대모비스는 양동근 감독님을 필두로 새로 시작하는 팀이잖아요. 제가 선수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전수한다기 보다는... 다들 잘 뛸 수 있도록 옆에서 받쳐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이승현은 대표팀 평가전과 아시아컵 출전을 위해 당분간은 대표팀 소속으로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현대모비스에는 그 이후에나 합류가 예상된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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