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환 심판은 중국 심판들과 다르다. 그게 중국인들이 이경환 심판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선 '2025 윈난 3x3 인터내셔널 농구 클럽 투어 STOP 2'가 개최됐다. 지난 STOP 1에 '홍천'을 파견시켰던 KXO(한국3x3농구연맹)는 이번 STOP 2에 다시 한번 선발팀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항공편 문제로 참가가 불발됐다.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대회는 윈난유한공사가 올해부터 야심 차게 출범 시킨 국제 3x3 농구대회다. 지난 STOP 1에는 한국, 중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이 참가했고, 이번 STOP 2에는 중국,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참가해 이틀간의 결전을 치렀다.
아쉽게도 한국 팀의 참가가 불발된 가운데 이번 STOP 2에서는 필리핀의 하프코트그룹이 홈팀 쿤밍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회에는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이경환 심판이 파견돼 현지 심판들과 판정에 나섰다.

이경환 심판은 지난 시즌 CBA(중국프로농구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심판으로는 12년 만에 CBA 코트에 섰다. 당초, 열흘 일정으로 CBA에 파견됐던 이경환 심판은 정확한 판정과 깔끔한 경기 운영 덕에 CBA 파이널까지 계약을 연장해 코트에 섰다. 여기에는 CBA의 요청이 있었다.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CBA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에서의 활약 덕에 이경환 심판은 중국 현지 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 덕분에 이번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윈난유한공사는 대한민국농구협회에 이경환 심판의 파견을 요청했고, 이경환 심판은 심판부를 총괄하며 대회를 운영했다.

그런데 현지에서 지켜본 이경환 심판의 인지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 내내 대회 관계자들과 일반 팬들이 연이어 이경환 심판에게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을 했고, 현지 매체에선 이경환 심판의 활약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 파견된 중국 현지 심판들과 말레이시아 심판은 이경환 심판에게 계속해 질문을 하며 자신들의 판정에 문제는 없는지, 판정에 관한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는지 연신 대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윈난유한공사의 장 칭렌 대표는 "중국 현지 SNS에 이경환 심판 관련 게시물만 450만 개가 넘는다. 이는 중국 농구계에서도 이례적인 반응이다. 우리 역시 이경환 심판의 명성을 듣고 파견을 요청했는데 다행히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이경환 심판을 파견해 주셔서 감사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들이 이경환 심판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경환 심판은 중국 심판들과 달리 정확하고, 단호하게 판정을 내려 팬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여기에는 중국 특유의 '꽌시'와 관계없는 이경환 심판의 자유로움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이경환 심판은 CBA 지도자들도 무척 좋아하는 심판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경환 심판에게 심판 교육도 요청했던 윈난유한공사는 "이경환 심판의 교육을 듣기 위해 380여 명의 심판, 심판 준비생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 대단한 일이다. CBA 현직 심판이 심판 교육을 열어도 100명의 사람도 모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얼마 전 쿤밍시장이 좋지 못한 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며 외국인이 참여하는 대외 활동 정지 명령이 내려왔다. 그래서 이번에 심판 교육 일정이 취소됐다. 너무 아쉬운 상황이었다. 다음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추진하고 싶다"라며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자신을 향한 반응을 처음 겪어본다는 이경환 심판은 "CBA 동료들로부터 대충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현지에서 이런 반응을 겪게 되니 얼떨떨하다. 감사할 따름이다. 대한민국 심판으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웬만한 유명인보다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고 묻자 "처음에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기함에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중국 SNS나 TV 등을 통해 내가 조금 소개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현재 상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라고 웃어 보였다.

대회 관계자에게 혹시 쿤밍시에서만 이경환 심판의 인지도가 높은 것이 아니냐고 묻자 "아니다. 이경환 심판은 중국 전역에서 유명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경환 심판이 착용하는 휘슬을 판매하는 사이트도 등장했었다. 그만큼 중국 농구계에서 이경환 심판의 인지도는 대단하다"라고 전했다.
콧대 높은 중국 농구계가 한국인 심판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정말 이례적이었다. 이에 대해 이 심판은 "감사한 일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다만, 지금 시점에 중국 농구계에서 한국 심판에 대한 좋은 호감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또 기회가 있다면 더 깔끔하고,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 돼 한국 심판에 대한 좋은 인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사진 = 김지용 기자, 본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