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지난 시즌 KBL의 각 구장에서는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활발히 취재진과 관중들에게 게토레이를 배달하는 분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얼핏 치어리더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그들의 정체는 이른바 ‘게토레이 걸’.

이번 월간 여신의 주인공인 김하련 씨(호칭 이하 생략) 역시 동부의 게토레이 걸로 활동 중이다. 페이스북 팔로워가 6,000명이 넘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농구 외에는 별다른 취미조차 없을 정도로 농구에 푹 빠져 있다는 그를 만나보았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더 바스켓>을 꾸준히 구독한 독자라면 김하련의 사진을 보고 뭔가 낯이 익은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와 <더 바스켓>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 

팬과 선수가 함께하는 코너인 ‘리버스 인터뷰’에서 그는 안양 KGC인삼공사 김기윤의 열혈 팬으로 등장했던 바 있다. 당시 온라인에 올라갔던 해당 기사의 댓글 대부분이 ‘김기윤 팬 예쁘다’는 이야기일 정도로 그는 당시에도 출중한 미모를 자랑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 시즌 동부의 게토레이 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만나봤다. 

김기윤의 팬이 동부 게토레이 걸로 변신한 사연은?
지난 해 2월 이루어졌던 김기윤과의 리버스 인터뷰를 다시 살펴보자. 당시 그는 ‘원주 토박이 이지만 동부에는 큰 관심이 없다’며 ‘김기윤 바라기’를 자처했다. 그랬던 그가 현재는 동부의 게토레이 걸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심지어 이번에 선발된 게토레이 걸들은 자신들이 활동할 구장을 직접 정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그의 해명(?)을 들어보자. 

“제가 집이 원주라서 가까운 구단에 신청을 한 거예요. 그때는 동부 농구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웃음) 지금은 생겼어요. 자꾸 보니까 정 들더라고요. 그런데 저 안양에도 자주 가요! 안양 게토레이 걸 언니가 일정이 맞지 않아서 대타를 구하시면 제가 무조건 가는 편이거든요.”

결론은 ‘KGC를 배신한 것은 아니지만 동부 농구에도 관심이 생겼다’는 결론이다. 뭔가 지울 수 없는 비즈니스적인 냄새가 풀풀 풍겼다. 동부 선수들 중 눈에 띄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가 꼽은 선수는 최성모. 게토레이 걸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수건을 정리하는 일을 주로 막내 선수들과 같이 하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단다. 

“제가 요즘 SNS에 최성모 선수 언급을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안양 팬 분들이 저한테 막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갈아탔냐? 정 들었냐?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저는 진짜 안양 좋아하거든요. 저번에는 원주에서 사익스가 덩크하는 데 혼자 소리 지를 뻔해서 진짜 큰일 날 뻔 했죠.” 

KGC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한 그는 “물론 동부도 응원한다”며 여전히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처럼 애매하게 양쪽 모두에 발을 걸쳐 놓은 자세의 그가 유일하게 확실히 못 박은 것은 여전히 1순위는 김기윤 이라는 것. 

특히 그는 김기윤이 부상으로 빠지기 전 그를 보기 위해 울산까지 찾아갔을 정도라며 여전한 ‘팬심’을 드러냈다. 비록 울산에서 인사를 나누진 못했지만 “분명 김기윤도 자신을 알아봤을 것”이라는 확신 섞인 발언도 뒤따랐다. 또한 김기윤이 부상을 당했을 때는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세상 슬펐어요, 진짜... 왜 선수들이 다친 선수들 번호를 유니폼에 쓰고 뛰잖아요. 그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왠지 멀리 떠나보낸 것 같아서요.”

농구장에선 짱(?) 바쁜 게토레이 걸
그렇다면 게토레이 걸들은 농구장에서 어떤 일들을 할까? 경기 전 음료수를 건네받을 때와 3쿼터 이벤트 타임 때 말고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한 적이 없는 필자는 별다른 역할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경기 시작하기 두 시간 반 전에 가서 홈 선수 중에 첫 득점하는 선수를 맞추는 ‘첫 골을 잡아라’라는 이벤트를 진행해요. 그게 보통 로비에서 하는데 거기서 관중 분들에게 안내 해드리고 그 다음에 기자 분들이랑 중계차에 음료수를 나눠 드려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후루룩 지나가 있어요. 게토레이 존이라는 좌석이 부산이랑 원주에만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자리에 2쿼터가 끝나고 선물을 나눠드려요. 3쿼터 첫 작전타임 때는 치어리더 분들이랑 같이 응원타임도 하죠. 그리고 작전타임마다 선수들이 수건을 쓰시면 다시 개어놓고요.” 

그는 이어 “처음에는 3쿼터 첫 작전타임이 울리는 소리가 너무 싫었다”고 고백했다. 치어리더들과 나가서 춤을 춰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고. 그래도 지금은 눈을 감고도 출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제가 몸치인데 어디를 쳐다봐야 될 지도 모르겠고 웃어야 될 것 같긴 한데 허공을 보고 웃자니 이상하고, 몸도 마음대로 안 되고... 뭐 그러더라고요. 농구장에 친구들도 자주 오는데 동영상 찍어서 막 놀려요. 그래도 지금은 진짜 눈 감고도 출 수 있어요. 다 끝나 가는데 이제야 편해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그 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게토레이 걸의 또 다른 업무 역시 소개해주었다. 

“경기 끝나고 인터뷰하시는 수훈 선수들에게 수건을 덮어드리는 것이 저희 마지막 업무거든요. 그래서 경기가 끝나기 전에 원정 팀이 이기겠다 싶으면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원정 벤치 쪽에 가있죠. 그래야 수훈 선수한테 수건을 덮어드릴 수 있거든요.” 

이처럼 게토레이 걸의 주요 업무를 모두 소개한 그는 “짱 바빠요! 저희”라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앞서 자신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화를 하다 보면 뭔가 비어 보이는 모습이 있다”고 대답한 의미를 알 것만 같다. 해맑음이 추가된 버전의 백치미랄까. 이러한 그의 귀여운 말투가 글로는 다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농구에 빠지게 만들어 준 자장면과 탕수육
김기윤의 팬으로 출발해 게토레이 걸 활동까지. 이토록 농구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그라면 분명 농구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농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에게서 나온 단어는 자장면과 탕수육. 알고 봤더니 밥값 내기를 위해 집중해서 봤던 것이 농구와의 첫 만남이라고 한다. 

“20살 때 농구를 처음 접했는데 그때 친구들이랑 내기를 했거든요. ‘어느 팀이 이기냐’를 놓고 밥값 내기를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막 집중을 해서 봤죠. 그런데 완전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우리 이제부터 농구를 보러 다니자’고 다짐하고 농구의 길로 빠져들게 됐어요.”

역시 무언가에 빠지게 되는 데는 내기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 거기다 내기에서 이기기까지 했다고 하니 기쁨은 두 배. 마침 내기를 위해 봤던 경기가 내내 치열한 시소게임 양상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농구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이 완성된 셈이다. 

“제가 그때 정말 쫄깃쫄깃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농구의 매력도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스릴이 있다고 해야 되나? 골을 넣기까지 오래 기다려야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점수가 팍팍 나잖아요. 막 역전했다가 또 점수를 뺏겼다가 또 역전하고 그런 부분이 재밌어요.”

이렇듯 우연한 계기로 농구에 빠지게 된 그는 농구 외에 다른 취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친한 여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농구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다고. 그런 그는 ‘각자 떠들기’라는 굉장히 신박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친구들이 시집을 일찍 갔어요. 만나면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댁 식구들 뒷담화 같은 거...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저는 잘 공감을 못하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저희는 만나면 그냥 각자 떠들어요. 친구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저는 농구 이야기하고 둘은 또 자기들 이야기하고 그래요.” 

정말 의미와 목적을 알 수 없는 모임. 도대체 이들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지만 그 자리에 끼어들 명분이 없다. 

어쨌든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는 ‘농구만 좋아하는 순진한 여신’의 이미지다. 그러나 이미 그의 SNS 탐방을 통해 술을 먹는 사진을 잔뜩 발견한 필자가 이를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던 그도 필자의 계속된 추궁에 결국 이를 인정했다. 

루키 더 바스켓: SNS에는 술 먹는 사진이 잔뜩 이던데요?
김하련: 아니에요~! 저 술 자주 안마시는데...
루키 더 바스켓: 그럼 그 사진들은 어떤 사진인가요?
김하련: 사실은 좋아하는 편인데 이제 안 좋아 하려고요. 조금 먹어야죠, 이제. 다음날 생활이 안 되니까... 너무 힘들어요. 일주일에 1,2번만 먹어야겠어요. 

그러자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편집장의 열띤 숙취 강의(?)가 펼쳐졌다. 김하련은 그걸 또 눈을 번쩍이며 경청하는 모습. 종이와 펜만 있다면 필기까지 할 기세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을 보니 아무래도 술을 줄이겠다는 다짐은 이번 생애에는 그른 것 같다.

그래도 홈경기가 있는 전날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은 무조건 지킨다고 하니 다행이다.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게토레이 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경기 전날은 철저히 금주생활이라고 한다.

동호회에선 찬밥 신세인 여신
현재 김하련은 원주 지역에 있는 농구동호회에도 가입해 열심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농구와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가입했던 동호회에서 3년째 꾸준히 활동 중이라고. 그 사이 10명 남짓의 소규모로 운영되던 동호회는 어느 덧 50명 정도가 활동하는 꽤 큰 규모로 성장했다. 

“화장실에 있는 전단지보고 전화해서 매니저로 활동 하고 싶다고 했어요. 농구랑 조금 더 친해지고 싶다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동호회에 여자가 한명도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됐죠.” 

그랬던 동호회에 현재는 여자 매니저만 10명 정도가 들어왔단다. 꿈에서나 존재 가능한 동호회가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다니. 필자의 집이 원주였다면 곧바로 가입신청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이 천국 같은 동호회에 가입을 원하는 독자들은 항시 멤버를 모집하고 있다고 하니 언제든지 연락을 취해보길 바란다. 원주 동부의 홈경기가 있는 날, 원주종합체육관을 방문해 주황색 복장의 게토레이 걸에게 가입문의를 하면 된다.  

“동호회에 가면 솔직히 제가 할 게 많진 않아요. 기록지를 쓰거나 24초를 세거나 점수판 올리는 일 정도죠. 그런데 24초나 점수판은 잘 안 시키려고 해요. 제가 농구를 집중해서 보다가 안 누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니면 공 가방이나 들어드리고 물 다 먹으면 정수기 가서 물 떠오기도 하고 그러죠.”

여신을 물 셔틀(?)로 전락시킨 놀라운 동호회. 말만 매니저일 뿐 온갖 공주 대접을 받으며 지낼 것 같았던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현실은 찬밥 신세란다. 처음 들어갔을 때의 환대 역시 사라진지 오래다. 예쁜 여자 매니저가 있는 동호회에서 항상 따라오는 멤버들의 대시도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대시는 정말 없어요. 사귀다가 헤어지면 누군가는 나가게 되니까 동호회 내에서도 사귀는 걸 내키지 않아 하는 눈치에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뒤에서 뭔가 있는 것 같거든요? (웃음) 그런데 저는 진~짜 없어요. 제가 만날 ‘저 좋다는 오빠들은 없냐’고 물어보는데 단호하게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씻지도 않고 가서 물병 베고 코트에서 자고 그러거든요. 편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그런 것 아닐까요?”

자신이 인기가 없는 이유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내놓은 그는 본격적으로 울분을 토해놓기 시작했다. 

“다 남동생 대하듯이 대해요. 나름 원주 지역에 있는 다른 동아리에서는 오라고 난리에요 진짜. 우리 오빠들은 그런 걸 모른다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거기로 가래요. 다른데 놀러 가서 보면 막 커피 사다주고 그러던데 저희는 안 그래요.”

그래도 동호회의 화목한 분위기가 좋아 다른 곳으로 절대 옮길 생각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의 ‘콩쥐생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꿈이 뭐냐는 질문에 “나는 곧 로또에 당첨이 될 것”이라며 도무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 달 정도에는 될 것 같다”며 구체적인 시기를 덧붙이기도. 너무나도 확신에 찬 말투에 하마터면 친하게 지내자고 할 뻔 했다. 뭐 밑져야 본전이니 그의 주변 지인들은 당분간 친분 관계를 조금 더 두텁게 해놓으시길. 

이처럼 엉뚱한 매력을 마음껏 뽐낸 그는 마지막으로 KGC와 동부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두 팀 모두를 응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저는 (김)기윤 선수 정말 좋아하고 KGC 정말 좋아요. 자꾸 저를 간첩 취급하시는데 저는 KGC 정말 좋아합니다! 아 그리고 동부도 응원해요. 저 항상 옆에서 박수도 짝짝 치고 있잖아요! 저 그냥 둘 다 좋아해도 될까요?”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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