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아버지의 망언이 이어졌다. "신인왕은 이미 아들 것이다. 어떻게 못 받을 수 있겠나?", "레이커스가 볼을 뽑으면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에 '얼마나 아들이 잘하나 두고 보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2017 라스베가스 섬머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7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LA 레이커스에 뽑힌 론조 볼(19, 198cm) 이야기다.

그는 섬머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 트리플-더블을 2회나 작성했다. NBA 역사상 신인 선수가 섬머리그에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두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첫 번째는 말콤 브로그던). 그만큼 엄청난 역량을 뽐내고 있다.

이미 그는 섬머리그 4경기 평균 34.5분을 뛰면서 17.0점 8.3리바운드 9.8어시스트 3.3스틸 1.5블록 FG 35.7% 3P 19.4%를 기록 중이다. 2004년 이후 섬머리그 한 경기 10개 이상 어시스트를 올린 선수는 역대 6명밖에 없었다. 그런데 볼은 4경기 중 3경기에서 10개 이상 어시스트를 적립하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였다. 야투 적중률이 아쉽지만 이를 만회할 여러 다재다능함이 불을 뿜고 있다.

트랜지션
레이커스는 달리는 팀이다. 지난 시즌 사령탑에 앉은 루크 월튼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어시스턴트 코치였다. 당시 스티브 커 감독 밑에서 배운 시스템을 고스란히 레이커스로 가져왔다. ‘보급형 골든스테이트’의 느낌이다. 달리고, 움직이고, 외곽슛을 던지는 게 레이커스의 주요 색깔이다.

이는 섬머리그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트랜지션 능력이 좋은 볼이 이를 주도하는 중이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고 멀리 베이스볼 패스를 날리기도 하고, 속공 상황에서 체스트 패스로 동료의 공격 기회를 살려주기도 했다. 상대 수비가 자리 잡기 전 동료를 찾는 코트비전도 눈부셨다.

이번 섬머리그에서 레이커스 코치를 맡고 있는 주드 부쉴러는 『Lakers Nation』과 인터뷰에서 “섬머리그에서 활용하는 전술과 전략은 지난해와 똑같다. 월튼 감독의 플레이북이다. 이는 다음 시즌에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사실 패턴 플레이를 지시하고 싶지 않다. 우린 볼이 있으니깐. 리바운드하고 달려나가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볼의 존재로 트랜지션 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 얼마나 볼에 대한 믿음이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트오펜스
하지만 볼의 약점은 세트오펜스다. 수비가 모두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코트비전은 좋다. 동료의 움직임을 찾는 패스 센스가 기가 막히다. 죽은 볼을 패스 하나로 득점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공을 갖고 돌파를 하거나 수비를 제치는 능력은 다소 떨어졌다.

특히 볼은 2대2 게임이 아직 아쉽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 카일 쿠즈마와 여러 번 픽앤롤로 득점을 올렸으나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특히 상대가 헷지 디펜스로 강하게 압박했을 때 이를 뚫어내지 못한다. 불안정한 드리블 탓이다. 볼 키핑 능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여러 팀이 볼에게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칠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한 돌파 능력이 부족하다. 볼의 스피드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도를 붙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탑에서 상대를 뚫고 골밑까지 들어가는 속도가 보통이다. 드리블도 부족하기에 돌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프 더 볼 무브로 속도를 끌어올린 뒤 돌진하는 능력은 괜찮다. 하지만 공을 잡고 숨을 죽인 뒤 침투하는 모습은 아직 아쉽다. 

볼은 아직 공격 옵션이 부족하다. 여러 번의 드리블 이후 던지는 풀업 점프슛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돌파 상황에서 마무리 능력이 부족하다. 한두 가지의 공격 옵션을 만들어낸다면 득점과 함께 더욱 위력적인 패싱 게임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단점을 지울 수 있는 장점
부쉴러 코치는 볼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보고 “그의 경기 리딩 능력의 90%는 선천적인 재능이다. 10%는 동료가 스페이싱을 잘해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패스 하나만으로 경기 템포와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칭찬했다.

월튼 감독도 “볼의 플레이를 보고 정말 흥분했다. 얼른 베테랑 선수들인 브룩 로페즈,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 조던 클락슨, 코리 브루어 등과 함께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며 기대했다. 그만큼 그의 기량이 돋보였다는 의미다.

2017-18시즌 과제도 생겼다. 먼저 외곽슛이다. 대학 시절에는 외곽슛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으나 현재 풀업 점프슛, 미드레인지 게임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래 못 던지는 선수가 아니었기에 점점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돌파와 2대2 게임을 조립하는 능력도 아쉽다. 하지만 이는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레이커스는 활발히 움직이는 모션 오펜스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오프 더 볼 무브를 살려서 캐치앤슛과 패싱 게임 등 자신의 장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공격을 풀어갈 수 있다. 특히 브랜든 잉그램, 줄리어스 랜들 등 보조 리딩 능력을 갖춘 선수도 있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버지의 입담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볼은 이제 자신의 기량으로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경기 이후 항상 “팀원들 덕분에 이겼다”라며 겸손한 인터뷰까지 더하면서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이다. 과연 그는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제이슨 키드와 비교되는 볼이 뛰어난 경기 리딩 능력으로 레이커스의 화력 농구를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BOX | 신발과 기록
론조 볼의 아버지 라바 볼은 빅 볼러 브랜드(BBB)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유망주 선수들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계약을 하는데, 볼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후 지난 5월 ZO2라는 신발을 발매했다. 가격이 무려 495불(약 56만원)이었다. 높은 가격에 대한 여러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자 아버지 라바는 "우리 제품이 그 정도 값어치는 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롤스로이스를 살 수는 없다. 저렴한 신발은 얼마든지 있다"라며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볼은 섬머리그 4경기 동안 2번만 BBB를 신었다. 이때 그의 성적은 평균 8.0점 8.0리바운드 7.5어시스트 FG 25%였다. 반면, BBB를 신지 않았을 때 그는 26.0점 9.0리바운드 11.5어시스트 FG 43%였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그러나 BBB를 신지 않았을 때 성적이 너무 좋아 많은 팬들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론조 볼은 지난 13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76ers전에서 레이커스 선배 코비 브라이언트의 시그니처 신발을 신었다. 경기 이후 현지 리포터에 이에 관해 물었다. 'BBB 대신 코비를 신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볼은 "코비를 신으면 그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재치있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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