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와 화끈한 슈팅력을 앞세워 원주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광재 코치. 원주에 대한 애정과 함께 선수 생활을 DB에서 끝낸 이 코치는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거쳐 2021년 DB로 돌아와 원주 산성의 일원으로서 코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원주 팬들의 사랑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는 어떤 생각과 함께 지도자로서 정진하고 있을까?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4월호에 게재됐으며 온라인 출고 시점에 맞춰 일부 수정했습니다

원주 산성의 간판 슈터

이광재 코치는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농구선수였던 흔치 않은 농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마지막 승부’, ‘슬램덩크’ 등이 나오면서 농구 붐이 일었던 시기. 그가 농구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일단 부모님께서 운동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달리기 같은 걸 잘했어요. 마침 마지막 승부랑 슬램덩크 붐도 있어서 친구랑 테스트를 봤는데 친구는 안 되고 저만 붙어서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농구 집안이었지만 어머니께서 또 농구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생각하셔서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지켜보시고 어쩌다가 피드백 해주시는 식이었어요.”

그는 프로농구 황금세대로 불리는 2007년 드래프티 출신이다. 김주성 감독이 선수로 뛰던 DB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였고, 이 코치는 신인 시즌부터 적지 않은 시간을 뛰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어렸을 때 농구가 재밌었지만 힘든 시간도 많았어요. 대학에 가서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으니까 출전 시간도 적었고 어쩌면 1학년 때는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서 잘 풀릴 수 있었죠. 프로에 와서도 신인 때부터 많이 뛰었거든요.”

“드래프트 때 지명 순위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KCC나 그때 당시 동부(現 DB)에 뽑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전창진 감독님께서 실제로 저를 뽑고 싶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생각했던 팀에 뽑혀서 첫 시즌에 우승도 하고 기분 좋게 시작했죠.”

“솔직히 얘기해서 그때 당시에는 우승이 되게 쉬운 줄 알았어요.(웃음) 지금 감독님(김주성 감독)이 주축으로 계셨고 워낙 막강한 팀이어서 우승이 쉬운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여러 운도 따르고 하늘에서 점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통합 우승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동기 중에 (함)지훈이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지금도 만나면 1~2년을 더하고 싶기도 하지만 몸이 어떨지는 모르겠다고 이야길 하더라고요. 저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줘요. 그리고 친구들이 아마농구에도 많이 있어서 시즌 끝나고 술도 한잔하고 애로사항이나 고충도 털어놓고 좋은 점이 많아요. 또래 친구들이 코칭스태프로 있으니까 경험치도 그렇고 도움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아직은 또래 지도자들에게 경쟁 심리를 가질 정도로 많이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많이 가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면서 경험치를 쌓는 게 우선인 것 같고 함께 윈-윈해서 잘해보자는 생각이 커요. 정말 기회가 돼서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나도 이 정도 배웠으니까 저 친구들과 경쟁해 보겠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는데 현재는 윈-윈하는 게 가장 베스트인 것 같아요.”

DB를 거쳐 KT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던 이 코치는 친정팀 DB로 돌아와 현역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친정에서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클 정도로 DB를 향한 애정이 있었고 그는 원주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마침표를 찍게 된다. 

“마지막 해에는 이 팀에 오고 싶었어요. DB에서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이상범 감독님께도 말씀드리고 KT 구단에도 양해를 구했어요. 그래도 다들 이해를 해주셔서 이 팀에 올 수 있었고 원 없이 마지막에 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DB에 대한 애정이 컸어요. 신인 때 통합 우승도 했고 끝은 DB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 말씀처럼 항상 똑같은 이야기지만 맞는 말인 게 끝나고 나니까 ‘왜 그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해요. 지금 당장에 많이 와닿진 않겠지만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은퇴하면 내가 조금 안 됐던 걸 안일하게 넘어가는 약한 마음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선수로도, 코치로도 DB에서

은퇴 이후 연세대와 상무, 안양고에서 코치로 경험을 쌓은 이광재 코치는 DB의 제안을 받고 프로 코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현역 시절 선후배로 만났던 김주성 감독과도 지도자로서 다시 합을 맞추게 됐다. 처음에는 코치와 코치로 만났고, 이제는 김주성 감독이 사령탑으로 승진하면서 감독과 코치 사이가 됐다.

“DB의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요? 너무 좋았죠. 안양고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여서 선수들이나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교 관계자분들에게 이야기하기도 죄송했는데 그래도 흔쾌히 좋은 곳으로 가는 거니까 다들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좋은 기회로 DB에 오게 됐죠.”

“김주성 감독님의 현역 시절 기억이라면... 맛있는 걸 정말 많이 사준 선배였어요. 그때 당시 DB 팀 자체가 가족적이었는데 같이 있는 시간도 많았고 밥을 먹거나 하면 항상 김주성 감독님께서 선수들 전체 밥을 사주고 그러셨던 것 같아요.”

“지도자로 김 감독님을 만나서 색다르기도 하지만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옛날이야 형과 동생이었지만 코치가 되셨을 땐 코치님, 코치님하는 것도 편하지만은 않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감독과 코치로 가게 됐는데 항상 선은 있는 것 같아요. 친했던 선후배지만 선을 잘 지키면서 나름대로 합이 잘 맞습니다.”

이광재 코치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의 신뢰였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양방향 소통을 가지면서 꾸준히 피드백을 가져가는 걸 강조한 이 코치다.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진짜 많이 느끼는 건 선수들과의 관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신뢰가 가장 큰 것 같아요. 물론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쟤가 내 마음을 알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가서 표현도 해주고 피드백도 해주고 그런 식으로 문화가 바뀐 것 같아요. 저도 고참 선수들도 그렇고 주장인 강상재 선수에게도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거든요. 물론 100% 반영이 되면 너무 좋은데 아직 제가 부족한 것도 있으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DB 팀의 농구와 융화한 다음에 감독님과 대화하려고 하는 게 지금 제일 큰 목표인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지도자요? 그래도 전창진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죠. 저를 뽑아주셨고 통합 우승도 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에는 앞에서 강하게 하시는 이미지가 컸지만 뒤에서는 선수들에게 편지도 써주시고 따뜻하게 해주셨던 면모가 있어요. 저한테는 프로 첫 시즌이라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감독님들의 거친 모습만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은데 뒤에서는 따뜻한 모습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DB 하면 창단 이래 연고 이전 없이 꾸준히 한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구단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광재 코치 또한 신인 시절부터 받아온 원주 팬들의 사랑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정말 잘할 때는 응원을 해주시고 못할 때는 질책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게 다 관심을 주시는 거죠. 원주 안에서 다들 선수단을 알아봐 주시고 친근하게 해주시고 하니까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 커요. 선수들이 홈에서 강한 이유도 홈 팬들의 응원이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원정에서 부진하더라도 홈에 가면 괜찮다고 이야기하거든요. 팬들 덕분에 홈에서의 어드밴티지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아마 10개 구단 중에서 시에서 지원을 가장 많이 해주시는 팀이에요. 체육관이나 숙소, 이런 부분도 팀에서 많이 신경을 써주신 거고 제가 듣기에도 원주시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지도자로서의 목표를 묻자 이 코치는 다시 신뢰의 중요성을 꺼냈다. 그러면서 팬들의 성원에 반드시 보답할 수 있도록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저도 딱 ‘내 목표는 이거다’라는 생각은 없지만 선수들과 소통 열심히 하고 마음도 이해해주려고 해요. 그런 만큼 선수들도 지도자의 마음을 이해해 줬으면 하고 그만큼 신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선수들도 신뢰를 바탕으로 이해란 걸 할 수 있는데 무턱대고 그냥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최대한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팬분들 응원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진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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