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이시다 유즈키는 이번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를 통해 WKBL의 입성하게 된 선수다. 2라운드 3순위로 한국 무대를 밟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점차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특히 이시다는 드래프트 당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선보이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인터뷰 역시 한국어로 이야기를 부탁하자 잠시 부끄러워하던 이시다는 이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언니가 좋아서 시작한 농구

이시다 유즈키에게는 7살 차이가 나는 언니가 있다. 언니와의 나이 차이가 다소 있는 편이지만 평소 언니를 잘 따르던 이시다다.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언니의 영향이 컸다.

“제가 7살 위의 언니가 있거든요. 원래는 언니가 농구를 먼저 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언니를 따라서 시작하게 됐어요. 언니는 지금은 농구를 하고 있진 않아요.”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밌게 보였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언니를 너무 좋아해서 아무거나 다 따라서 하고 싶었어요.(웃음) 그래서 농구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언니를 따라서 농구를 시작하게 된 이시다는 많은 노력을 거친 끝에 프로무대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시다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샹송 V-매직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시다는 아키타 은행, 야마나시 퀸비즈를 옮겨 다니면서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일본에서 처음에 팀에 들어갔는데 자신감이 없었어요. 아무래도 자신감이 중요하잖아요. 그게 없으면 뭐든지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이시다는 농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시다에게는 농구 선수 말고 또 다른 꿈이 있었을까.

“원래는 간호사에 관심이 있었어요. 지금은 안 하고 있긴 한데 그것도 언니가 먼저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저도 언니랑 같이 일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새로운 기회, 아시아쿼터

은퇴까지 고민하던 이시다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WKBL이 아시아쿼터 제도를 본격 도입하기로 한 소식이 전해진 것. 

WKBL은 지난해 4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아시아쿼터 제도의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선발 방식은 드래프트로 이뤄졌으며 구단별로 2명 보유, 1명 출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꾸렸다. 또한 아시아쿼터 선발 대상자는 W리그 소속 선수를 포함한 일본 국적자로 정했다. 이시다에게도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상황이었다.

평소에도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시다는 곧바로 WKBL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렇게 이시다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 참여하게 됐고 2라운드 3순위로 하나은행의 지명을 받으면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전에도 WKBL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어요. 여기에 와서 연습경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 덕분에 리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죠. 다만 한국에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이 되어서 일본 선수들이 와서 농구를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잖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다소 고민이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다소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하나은행에 지명이 되고 나서는 안심이 됐어요. 뽑힐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제 이름이 딱 불리니까 안심이 되더라고요. 계속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시다였지만 아무래도 낯선 외국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부분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하고 있던 이시다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은 존재는 바로 가족들.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했어요.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되는 부분이 많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불안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가족들은 제가 후회 없이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항상 응원을 하고 있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지금도 제 경기를 보시면 경기를 할 때 분위기가 너무 재밌다고 말씀을 해주세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당시 하나은행은 2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이시다를 2라운드에서 지명했던 하나은행이 1라운드에 지명했던 선수는 와타베 유리나. 와타베는 부족해진 하나은행의 가드진을 이끌어 갈 자원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던 지난 9월 말. 뜻밖의 변수가 하나은행을 덮쳤다. 몸이 계속 좋지 않았던 와타베가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지속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해 시즌을 소화하기 힘들게 된 것. 결국 하나은행은 와타베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와타베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이시다에게도 영향이 있었다. 낯선 타지에서 의지할 수 있던 동료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이시다에게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일본 선수 2명이 있는 것과 저 혼자 있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잖아요. 와타베 언니가 팀을 떠나게 되면서 혼자 남겨지게 됐는데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어요.”

처음에는 한국 농구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많은 출전 시간을 가져가지 못했던 이시다다. 그러나 이후 조금씩 팀에 녹아들면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고 시즌 후반부에는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이시다는 총 27경기에 출전해 평균 22분 17초의 시간을 소화했다. 기록은 6.0점 2.5리바운드 1.9어시스트. 불안함이 크던 하나은행의 가드진에 힘을 보태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한국 농구는 일본 농구보다 몸싸움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나 점차 적응을 해나가면서 익숙해졌어요. 점차 많은 시간을 뛰게 됐는데 체력은 괜찮아요.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웃음) 그래도 재밌게 해나가고 있어요.”

아쉽게도 하나은행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이시다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나은행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시즌을 마쳤고 현재의 아시아쿼터 제도 하에서는 이번 시즌 각 팀에서 활약한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기존 팀들과 재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시다 역시 향후 한국에서 계속 활약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직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시즌이 끝난 후 고민을 해보기 위해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있었어요.”

 

 

한국을 사랑한 일본 선수

이번 시즌 WKBL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중 이시다의 한국에 대한 사랑은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시다는 어떤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까.

“처음 샹송에 들어갔을 때 언니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고요. 언니들이 추천하는 것도 많아서 저도 가끔 한국 드라마를 봤어요. 그런데 보다 보니까 너무 재밌어서 더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렇게 계속해서 보다가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됐어요.”

그렇다면 이시다가 최근 보고 있는 한국 드라마는 무엇일까. 또한 이시다의 최애 드라마 역시 궁금했다. 

“요즘에는 드라마보다 다른 것을 보고 있어요. 최근에는 솔로지옥을 봤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최애 드라마는 음... 하나만 고르기가 너무 어렵네요.(웃음) 재밌는 드라마들이 너무 많아요.”

그렇게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이시다는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시다의 한국어 실력은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한국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일본어를 배우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드라마를 보는데 한국어가 너무 귀엽게 느껴지는 거에요. 그래서 친구들과 같이 한국어를 가끔 쓰곤 했는데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한국어 공부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생각보다 공부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이후 귀여운 외모와 함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이시다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활약을 이어가자 많은 팬들이 이시다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그런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이시다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라긴 했어요.(웃음) 그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한국에서 뛴다는 것이 실감이 되더라고요. 팬들께는 항상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사진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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