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메디컬 리포트’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 창원 LG 세이커스 필드 닥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번 편의 주제는 심부정맥혈전증이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빅터 웸반야마가 쓰러졌다. 데뷔 전부터 큰키에 비해 얇은 프레임을 가지고 있어 강한 피지컬이 필요한 NBA에 진출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 이후 경기 중 큰 부상 없이 2년차 NBA 올스타에 입성하며 슈퍼스타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으나, 최근 ‘심부정맥혈전증’이 발견되면서 안타깝게도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게 되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스포츠의학적인 진단이라기 보다 내과적인 병이라 많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낄 것이다. 오늘은 농구선수에게 발생할 수 있는 혈전증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심부정맥혈전증은 영어로 Deep vein thrombosis로, 동맥에서 말초 미세혈관을 지나,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다시 되돌아 가야하는데, 정맥이 손상되거나 어떤 이유로 인해 혈액이 정체되어 순환을 하지 않게 되면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피떡)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혈전이 다른 주요한 혈관을 완전히 막게 된다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즉시 원인을 제거해야 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심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중력으로 영향으로 인해 상지보다는 하지에 더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에 혈전이 발생하여, 혈전이 폐혈관을 막아 선수 생명이 위험했던 선수는 크리스 보쉬다. 상지에 혈전증에 발생하여 치료를 받았던 대표적인 NBA선수는 브랜든 잉그램이 있다. 

 

혈관과 심장의 기능이 일반인 보다 더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젊은 운동선수들에게 왜 심부정맥혈전증가 상지에 생기는 것일까? 상지 심부정맥혈전증의 가장 큰 유발 요인인 흉곽 출구 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 TOS)을 이해해야 한다.

TOS는 목주위의 근육, 뼈 등의 비정상적인 성장이나 변형으로 목으로 지나가는 신경 및 혈관이 눌리는 질환으로,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유전적인 혈전생성의 이상)도 있으나, 운동 선수들에게는 대부분 후천적으로 나타난다.

어깨 주위 근력 운동으로 인해 목과 어깨 주위의 특정 근육 비대 및 발달과 자세 변형 등으로 주요한 혈관과 신경이 압박 받을 수 있다. 또한 반복적인 충격과 외상으로 인해 근육의 부종 및 섬유성변화(탄력이 떨어지고 단단해짐)도 일어나게 되어, 혈관의 경직이 진행되어 혈전 발생에 용의하게 된다. 

 

드문 질환이지만, 한쪽 어깨를 반복적으로 많이 쓰는 오버헤드 스포츠 선수들에게 비교적 호발하기 때문에 농구보다는 야구나 수영에서 더 빈도가 높다. 혈관 뿐만 아니라 신경도 압박 받을 수 있다. TOS의 신경 압박증으로 선수생활에 치명적으로 타격을 입었던 선수는 2017년 1라운드 1순위, 불운의 아이콘 마켈 펄츠다. 

주된 증상으로는 팔이 평소보다 부어 오르거나 무거운 느낌이 생긴다. 또한 혈액순환의 저하로 인해 운동 후 팔의 피곤함과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하며, 신경이 압박되는 경우 팔에 저린 통증도 발생한다.

하지만 TOS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호전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체검진으로도 불확실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디컬 팀, 트레이너, 선수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매일 매일의 증상 변화 및 양상을 꾸준히 추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의심이 된다면 혈관조영술, MRI 등으로 해당 부위를 확인해야 한다.

 

치료는 크게 비수술과 수술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이 유발되는 자세의 시간을 줄이고 항혈전제를 먹는 방법이 있으나, 혈관주위 구조의 이상으로 인한 정맥 압박으로 혈전이 생겼을 시에는 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고 재발율이 올라갈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수술적 치료를 선택한다. 수술 방법은 앞서 언급한, 혈관 내 혈전을 제거하고 혈관을 압박하는 주위 구조(주로 1번째 갈비뼈나 목과 어깨 주위 근육)를 일부 제거하는 방법으로 성공률은 93~100%로 보고될 만큼 높다.(잉그램은 LA의 유명 병원인 로널드 리건 UCLA 메디컬 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이나 반월 연골판 봉합술처럼 확립된 재활은 없으나, 수술 후 약 3개월까지는 항혈전제를 먹어야 하므로, 3개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재활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한 의사의 개념이나 경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서 가벼운 운동을 빨리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 운동 복귀에 대한 연구는 많지는 않지만, 약 80-90%의 선수가 수술 전 레벨로의 복귀를 보고하였다. 당시 복귀시점은 수술 후 약 5개월, 혈전제는 2.3개월 복용하였다. 하지만 질환의 특성 상 연구의 샘플 수가 적었기 때문에 선수 마다 편차가 클 수 있다.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2023-2024시즌부터는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필드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