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돈치치 트레이드는 전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현지 언론들 역시 돈치치 트레이드를 놓고 NBA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트레이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루키가 지난 20년간 리그를 충격에 빠뜨린 이적을 정리해보았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르브론 제임스 to 마이애미 히트(2010)

2010년 여름에 이뤄진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행은 NBA의 역사는 물론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뒤바꾼 ‘역대급 이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드래프트를 통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입단한 르브론은 7년 동안 클리블랜드에서 뛰면서 팀을 파이널에 한 차례 올려놓았고, FA 선언을 앞두고는 2년 연속 MVP를 수상,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선수로 등극한 상태였다.

하지만 슬프게도 르브론 개인의 퍼포먼스는 우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클리블랜드는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리그 전체 1위에 올랐으나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생각보다 빨리 탈락하며 파이널조차 가지 못했다. 클리블랜드이 어설픈 전력은 플레이오프마다 르브론의 어깨를 무겁게 했고, 이는 곧 클리블랜드의 조기 탈락으로 이어졌다.

2010년 여름 르브론 제임스가 FA 자격을 얻자 예상대로 치열한 영입 경쟁이 펼쳐졌다. 친정 팀 클리블랜드, 절친 드웨인 웨이드가 있는 마이애미, 빅마켓 뉴욕 등이 계약 후보로 떠올랐다. 현실적으로는 르브론이 친정 팀 클리블랜드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으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더 디시젼 쇼’라는 초유의 TV 쇼를 통해 르브론은 마이애미행을 선언했고, 클리블랜드 팬들은 물론 대부분의 농구 팬들이 분노했다. 공개적으로 선수에게 버림받은 클리블랜드 팬들은 르브론을 저주했고, 고작 25살의 나이에 프랜차이즈를 포기하고 더 쉬운 우승을 위해 마이애미에 합류한 르브론에 대해 대부분의 팬들이 큰 실망감을 표현했다.

지금이야 슈퍼스타들의 우승을 위한 과감한 이적이 한 해에 한번 꼴로 이뤄지지만, 당시만 해도 선수가 먼저 프랜차이즈와 팬들을 두고 이적을 택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지던 시대였다.

하지만 2010년 르브론 제임스의 ‘더 디시젼 쇼’ 이후 NBA 슈퍼스타들은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팀을 이적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유를 얻게 됐다. “르브론조차도 그렇게까지하는 데 안 되는게 뭐가 있겠냐”는 심리가 리그 전반에 퍼지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변화는 곧 NBA를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이적시장을 가진 리그로 탈바꿈 시켰다. 매년 슈퍼스타들이 팀을 바꾸고 우승을 위해 모이면서 수시로 우승 경쟁 구도가 뒤집혔다. ‘빌런’이 된 르브론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는 곧 리그 인기 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국 2010년대부터 NBA는 역대 최고의 황금기를 열게 됐다.

 

 

폴 피어스, 케빈 가넷 to 브루클린(2013)

르브론 제임스의 ‘더 디시전 쇼’가 선수가 언제든지 팀을 포기할 수 있음을 알려준 사건이라면, 보스턴이 폴 피어스와 케빈 가넷을 브루클린으로 트레이드한 것은 팀도 위대한 선수를 얼마든지 내보낼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보스턴은 2007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이 알렌, 케빈 가넷을 차례로 트레이드로 영입,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우승에 목 말라 있었던 빅3(폴 피어스, 레이 알렌, 케빈 가넷)의 만남은 곧 2008년 파이널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이어졌고, 이후에도 보스턴은 꾸준히 우승 컨텐더로 머물며 리그를 호령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팀을 지탱해오던 빅3의 노쇠화가 뚜렷하게 보였다는 점이었다. 폴 피어스는 물론 케빈 가넷도 전성기의 기량을 잃어갔고 레이 알렌은 2012년 FA 시장에서 마이애미행을 택했다.

빅3로 황금기를 구가했던 보스턴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 셈이었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보스턴의 심장이었던 폴 피어스, 보스턴의 우승에 크게 기여하며 높은 충성심을 보여줬던 케빈 가넷을 트레이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힘든 일을 해낸 사람이 대니 에인지 사장이었다. 2003년부터 보스턴 경영진에 합류, 팀을 이끌어왔던 에인지는 자신이 직접 구성한 빅3의 남은 스타 2명을 트레이드하는 충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그 대가는 5명의 선수와 1라운드 지명권 3장, 그리고 1장의 1라운드 지명권 교환 권리였다.

사실 가넷과 피어스의 많은 나이, 보스턴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누가 봐도 합리적인 딜을 한 셈이었다. 보스턴은 리빌딩이 필요했고, 이 트레이드를 통해 1라운드 지명권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팀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트레이드하는 행위가 오직 ‘합리성’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낭만, 팬심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이윤과 합리성 같은 기업 논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팀을 운영하는 것은 꽤나 위험한 도박이었다.

결과적으로 보스턴은 이 트레이드를 통해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2017년 여름, 보스턴은 은퇴를 결정한 보스턴과 임시 계약을 맺으며 보스턴 소속으로 은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 달 뒤엔 공식적으로 폴 피어스의 영구결번을 발표했다. 케빈 가넷 역시 2022년 3월 영구결번됐다. 그리고 당시 진행한 트레이드를 통해 빠르게 리빌딩에 성공한 보스턴은 이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동부 컨텐더로 거듭날 수 있었다.

 

 

케빈 듀란트 to 골든스테이트(2016)

2010년 르브론 제임스의 ‘더 디시전’ 이후 가장 충격적이고 논란이 된 FA 이적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걸 꼽지 않을까 싶다. 케빈 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행이다.

2007년 드래프트를 통해 시애틀에 입단한 듀란트는 2008년 시애틀의 연고 이전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창단 이래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왔다.

207cm의 큰 신장에 뛰어난 슈팅력과 핸들링 능력을 겸비한 듀란트는 빠르게 리그 최고급 스코어러로 성장하며 오클라호마시티를 리그 정상급 팀으로 올려놓았다. 듀란트의 활약 속에 서부의 강호로 거듭난 오클라호마시티는 2012년에 창단 첫 파이널 무대를 밟았고 이후에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우승후보였다.

듀란트는 9년의 시간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보낸 후 마침내 FA 자격을 얻었다. 워싱턴, 보스턴, 골든스테이트가 듀란트 영입전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듀란트가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날 동기는 크지 않아 보였다.

2010년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와 달리, 2016년 오클라호마시티는 누가 봐도 강한 로스터를 갖춘 팀이었다. 2012년 파이널 진출을 함께 경험한 러셀 웨스트브룩, 서지 이바카가 여전히 있었고 스티븐 아담스 역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016년 플레이오프에서 73승 팀 골든스테이트를 서부 결승에서 탈락까지 몰아부쳤던(3승 1패 리드) 팀이었다.

하지만 듀란트의 선택은 놀랍게도 이적이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것은 이적 그 자체가 아니었다. 듀란트가 선택한 새 팀이 골든스테이트였다는 것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2016년 서부 결승에서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 1승 3패로 뒤지다가 3연승으로 시리즈를 역전한 팀이었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 흔치 않은 3승 1패 리드 역전 사례가 나온 셈이었는데, 듀란트의 이적은 결국 자신을 무너뜨린 적진에 투항하며 합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듀란트의 새 팀이 골드스테이트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전세계 농구 팬들의 여론이 들끓었다. 2010년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행보다 더 심한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직전 시즌에 73승을 기록한 파이널 준우승 팀이자, 오클라호마시티의 앞을 가로막은 팀에 제발로 향하는 것은 케빈 듀란트라는 선수가 가진 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굴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듀란트는 자신의 이적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매서운 여론에 큰 압박감을 느끼고 며칠동안 침대 밖으로도 쉽게 나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 정도로 듀란트의 선택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사실 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행은 절묘한 시대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원래대로라면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를 영입할 수 있는 샐러리캡 여유분을 절대 확보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새로운 NBA 중계권 계약 규모가 샐러리캡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2016년 여름에 샐러리캡 상한선이 34% 넘게 크게 치솟았고(7,000만 달러→9,414만 달러), 골든스테이트가 만기 계약자인 해리슨 반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앤드류 보것을 트레이드하면서 듀란트 영입이 극적으로 가능해졌다.

여기에 뉴욕 햄튼에서 이뤄진 만남에서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가 듀란트를 적극적으로 설득, 역사적인 ‘햄튼 5(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케빈 듀란트,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가 결성될 수 있었다.

듀란트를 영입한 골든스테이트는 순식간에 압도적인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2016년 파이널에서 시리즈 역전패의 굴욕을 안긴 클리블랜드를 2017년, 2018년 파이널에서 가볍게 연파, 리핏에 성공했다. 2019년에도 파이널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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