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1대8 트레이드”
LA 클리퍼스가 이번 오프시즌 도중 단행한 트레이드였다. 6년간 클리퍼스에서 활약한 크리스 폴이 휴스턴 로케츠로 가는 대신 루 윌리엄스, 패트릭 베벌리, 샘 데커, 몬트레즐 헤럴 등 7명의 선수와 미래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3명의 주전 선수(크리스 폴, JJ 레딕, 블레이크 그리핀)가 FA로 풀린 상황에서 폴이 먼저 팀을 떠난 것. 이 소식에 블레이크 그리핀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팀과 5년간 1억7,226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팀에 남게 됐다. 여기에 다닐로 갈리날리와 유럽 최고의 가드로 평가받는 밀로스 테오도시치를 데려오며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짜임새 있는 로스터
포인트가드 | 패트릭 베벌리, 밀로스 테오도시치
슈팅가드 | 오스틴 리버스, 루 윌리엄스, 웨슬리 존슨
스몰포워드 | 다닐로 갈리날리, 샘 데커
파워포워드 | 블레이크 그리핀, 몬트레즐 헤럴, 브라이스 존슨
센터 | 디안드레 조던
전체적인 로스터 균형이 맞아떨어진다. 한눈에 봐도 벤치진이 강해졌다. 일단 저말 크로포드의 공백은 루 윌리엄스가 대신할 예정. 그는 크로포드보다 젊고 폭발력도 보유했다. 평균 15점 이상 꾸준히 넣을 수 있다. 샘 데커와 몬트레즐 헤럴은 휴스턴 시절 출전시간 기복이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에너지가 넘친다. 클리퍼스의 부족한 활력에 힘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가드도 나쁘지 않다. 폴의 공백을 최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패트릭 베벌리는 수비, 밀로스 테오도시치는 공격에서 각각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특히 두 선수는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베벌리는 지난 2009-10년 동안 그리스 리그에서 뛰었다. 당시 팀 동료가 테오도시치였다.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 베벌리는 "테오도시치는 현 NBA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패스 능력을 갖춘 선수일 것이다"라며 극찬했다.
이러한 짜임새 있는 로스터로 노릴 수 있는 건 벤치 생산성이다. 강팀은 벤치진의 활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그렇지 못했다.
클리퍼스의 지난 3년간 벤치진 생산성은 평균 이하였다. 벤치 득실마진 기록을 보면 -0.9점(2014-15시즌), -0.7점(2015-16시즌), -1.2점(2016-17시즌)을 각각 올렸다. 특히 지난 시즌 클리퍼스의 벤치 득실마진은 리그 22위로 처참했다. 모리스 스페이츠, 레이먼드 펠튼, 오스틴 리버스 등이 활약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는 이번 시즌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다닐로 갈리날리를 벤치로 내릴 수 있다. 갈리날리는 파워포워드로 뛰는 걸 선호한다. 따라서 블레이크 그리핀과 함께 주전으로 출전한 뒤 일찍 벤치로 들어갔다가 후보 선수들과 코트를 밟을 수 있다. 또한 윌리엄스가 있어서 생산성은 꾸준히 유지될 것이다.
여기에 아직 FA 계약을 맺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바로 룩 음바 아 무테와 스페이츠다. 보장 계약을 맺지 않은 선수들을 정리하면 충분히 영입할 수 있다. 사치세의 압박을 견뎌야 하지만 클리퍼스 구단주는 투자를 잘하는 편이다. 음바 아 무테가 수비에서, 스페이츠가 공격에서 힘을 불어넣는다면 작년보다 더 나은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핀이 나설 차례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클리퍼스는 그리핀의 팀이다. 7시즌 동안 클리퍼스에서 뛰면서 득점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젠 폴까지 떠나면서 온전히 1옵션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파워포워드지만 스윙맨처럼 공격을 펼칠 때가 많다. 공을 들고 하이포스트, 3점슛 라인 부근에서 경기를 리딩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2대2 게임 이후 위력적인 공격은 그의 주 무기가 됐다.
다음 시즌, 그가 1옵션으로 나서면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은 경기 리딩이다. 그는 종종 공을 몰고 경기를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적은 2015 플레이오프였다. 1라운드 샌안토니오 스퍼스, 2라운드 휴스턴 로케츠를 상대로 경기 리딩과 득점, 리바운드까지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기량을 과시했다.
실제로 현지 언론 『The Ringer』는 "그리핀에게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시켜야 한다"라는 글을 쓴 적도 있다. 제임스 하든과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경기 리딩에 힘쓰면서 전체적인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가 공격을 전개할 때 더욱 속도감 넘치는 플레이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실제로 그리핀은 지난 시즌 폴과 함께 뛸 때 어시스트 비율 21.5%를 올렸다. 그러나 폴이 벤치에 들어갔을 때는 29.4%를 기록했다. 폴이 없을 때 더욱 패싱 게임에 치중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끌어올린 것.
이는 지난 2013-14시즌에 증명한 바 있다. 당시 폴이 부상으로 한 달가량 결장했다. 이때 그리핀은 전면에 나서 평균 27.5점 8.2리바운드 4.4어시스트 1.4스틸 FG 55.4%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팀 성적도 12승 6패(66.7%)로 나쁘지 않았다. 그때보다 성장한 그리핀이 이끄는 클리퍼스 생산성은 더욱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픽앤롤 전개도 뛰어났다. 그는 지난 시즌, 픽앤롤시 볼 핸들러로 나선 경우가 많지 않았다. 전체 공격 중 7.3%만 해당 공격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생산성은 돋보였다. 포제션당 득점 기대치(PPP) 1.04점을 기록, 팀 내 3위를 차지했다. 야투 성공률도 61.5%였다. 볼 핸들링 좋고 저돌적인 그가 돌진하자 상대가 막아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는 매년 공격 옵션을 추가하고 있다. 시즌마다 중거리슛과 3점슛 향상을 이뤄냈다. 미드레인지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미드레인지 적중률은 리그 평균 정도다. 포스트업 생산성도 여전히 리그 상위권이다. 부상으로 컨디션 조절을 못 했을 뿐 꾸준히 생산성을 끌어올려 왔다는 의미다.
그동안 그리핀은 폴의 공격 전개를 돕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다음 시즌에는 선두에 서서 공격을 이끌 전망. 그의 리딩을 도와줄 공격 자원은 많다. 갈리날리의 외곽슛과 일대일 능력, 베벌리의 스팟업 슈팅, 디안드레 조던의 스크린 등이 있다. 따라서 따라서 그의 다재다능함이 더욱 불을 뿜는다면 전체적인 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건강이 최우선
하지만 그리핀에게 아쉬운 점은 바로 부상이다. 그는 커리어 첫 4시즌 동안 80경기 이상 출전이 3시즌이나 됐다. 그러나 최근 3시즌 동안은 70경기 이상 출전이 단 한 번도 없다. 평균 54.3경기만 소화했다.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힘을 내지 못했다. 2016, 2017 플레이오프 모두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경험했다.
그는 지난 2017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에서 발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단순한 발가락 부상이 아닌 중족지 관절의 손상이었다. 시즌 이후 그리핀은 『Pardon My Take』 팟캐스트에 출연해 "검사 결과, 발바닥 밑 쪽의 힘줄과 인대가 끊어졌다"라고 밝혔다.
원래 발 부상은 쉽게 낫지 않는다. 충격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핀같이 거구의 선수가 엄청난 운동 능력을 자랑한다면 더욱 쉽지 않다. 특히 그가 다친 부위는 발가락과 발을 이어주는 부분. 점프 뛸 때 부상 부위가 관여한다.
워낙 예민한 부위이므로 그의 복귀가 늦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ESPN의 마이클 이브스는 지난 6월 말 "그리핀이 12월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도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ESPN의 라모나 쉘번은 그리핀이 시즌 개막전에 맞춰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부위를 다친 선수들의 복귀 날짜를 보면 개막전 복귀가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2월 마이애미 히트에서 활약한 베노 우드리는 같은 부위를 다치며 시즌 아웃이 되었다. 약 3달간 수술과 재활 과정을 거쳐야 했다.
MLB의 경우 '거포' 알버트 푸홀스가 4달 반가량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다행히 오프시즌 동안 부상을 입어 시즌을 치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3~4개월의 재활 기간이 소요될 전망. 지난 4월에 다친 만큼 복귀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대신 그동안 여러 곳을 다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리핀은 리그에서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빅맨이다. 따라서 항상 부상의 위험이 있는 편이다. 만약 건강하다면 그는 리그에서 수준급의 기량을 뽐낼 수 있다. 1옵션으로 올라선 만큼 그의 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과연 그는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리핀과 클리퍼스가 폴의 공백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