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버틀러의 트레이드 이슈가 리그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2011년 드래프트를 통해 리그에 입성한 버틀러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거치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당시에는 흉년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는 많은 스타들을 배출한 드래프트로 평가받고 있는 2011년 드래프트를 돌아보자.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1순위는 대성공!

2011년 드래프트 당시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팀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였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클리퍼스와의 트레이드로 받아온 1라운드 지명권이 1순위에 뽑히면서 가장 먼저 선수를 선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 1순위 후보로는 카이리 어빙과 데릭 윌리엄스가 손꼽혔다. 그러나 어빙과 윌리엄스의 차이는 다소 두드러졌다. 어빙이 1순위가 되는 것이 기정사실화가 된 분위기였고, 예상대로 클리블랜드는 어빙을 전체 1순위로 지명한다. 

듀크대학교에서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뛸 때만큼은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던 어빙은 많은 기대를 받으며 리그에 입성했다. 그리고 어빙은 직장폐쇄 여파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첫 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루키 시즌 평균 18.5점 5.4어시스트 3.7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1순위 다운 실력을 뽐낸 어빙이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어빙은 투표단 120명 중 117명에게 1위 표를 받으면서 신인왕에 오르게 된다.

이후 어빙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2년 차 시즌에 곧바로 올스타에 선정됐고 평균 22.5점을 기록하면서 엘리트 가드로 자리매김한 어빙이다. 

현재까지 어빙은 총 8차례의 올스타와 3번의 올-NBA 선정 등 굵직한 업적을 다수 남겼다. 2016년에는 클리블랜드에게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뛰어난 핸들링을 활용한 어빙의 화려한 개인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러나 어빙은 뛰어난 실력과 별개로 다소 특이한 정신세계로 수차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클리블랜드 시절에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나 보스턴 시절 이후 조금씩 잡음이 새어나왔다. 

브루클린에서의 어빙은 그 독특한 정신세계가 절정으로 발휘됐다. 별다른 이유 없이 무단으로 잠수를 타서 팀의 골머리를 앓게 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서 홈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어빙의 이러한 기행으로 인해 당시 브루클린이 결성했던 어빙, 제임스 하든, 케빈 듀란트 콤비는 제대로 위력을 발휘해 보지도 못한 채 해체 수순을 밟아야 했다. 

또한 어빙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반유대주의 요소가 담긴 영화와 책을 홍보해 또 다시 논란을 낳았다. 이로 인해 팀으로부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도 한 어빙이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기행을 펼친 어빙은 댈러스로 이적한 후에는 다시 묵묵히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존재감 없었던 상위픽들 

당시 어빙과 1순위를 다퉜던 데릭 윌리엄스는 2순위로 미네소타에 지명됐다. 첫 시즌 66경기에 나선 윌리엄스는 평균 8.8점 4.7리바운드의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이어진 2년차 시즌에는 78경기 중 56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서며 중용된 윌리엄스는 12.0점 5.5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년차 시즌이 윌리엄스의 커리어-하이로 남았다. 이후 그는 여러 팀을 떠돌면서 존재감이 사라진 저니맨이 됐다. 새크라멘토, 뉴욕, 마이애미, 클리블랜드, 레이커스에서 커리어를 이어간 윌리엄스는 2017-18시즌을 끝으로 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통산 428경기에 출전해 평균 8.9점 4.0리바운드. 2순위 신인의 기록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3순위였던 유타는 에네스 칸터를 지명했다. 당시 알 제퍼슨과 폴 밀샙이라는 뛰어난 빅맨 자원들이 있었던 유타에서 칸터가 뛸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칸터는 첫 시즌 평균 13.2분을 뛰었고 2번째 시즌 역시 15.4분 밖에 활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칸터는 3년차가 된 2013-14시즌부터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출전 시간이 26.7분으로 크게 증가한 칸터는 평균 12.3점 7.5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칸터는 수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고 시즌 중 트레이드 요청을 하는 등 팀의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행동을 보였다. 이로 인해 칸터는 오클라호마시티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이후 칸터는 최상급 벤치 빅맨으로 활약했다. 수비 약점은 여전했지만 공격에서의 장점이 확실했던 칸터는 꾸준히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기록하면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갔다. 2017-18시즌에는 뉴욕의 유니폼을 입고 주전으로 활약하며 14.1점 11.0리바운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격이라는 확실한 무기로 NBA 무대에서 살아남았던 칸터는 2021-22시즌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3.7점 4.6리바운드를 기록한 이후 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통산 기록은 11.2점 7.8리바운드. 2순위였던 윌리엄스보다는 확실히 나은 NBA 커리어를 기록했다. 

1순위에 이어 4순위 지명권도 가지고 있던 클리블랜드는 트리스탄 탐슨을 지명했다. 탐슨은 대부분의 커리어를 클리블랜드에서 보내며 여전히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뛰어난 공격 리바운드 능력을 바탕으로 한 때 주가가 오르기도 했으나 탐슨이 커리어 내내 맡아온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결과적으로 탐슨 역시 4순위라는 지명 순위에 어울리는 커리어를 보내지는 못했다. 

이처럼 2011년 드래프트에서 최상위 지명을 받았던 선수들은 대부분 그저 그런 커리어를 보냈다. 최상위 5명의 선수들 중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는 어빙이 유일했다. 나머지 자원들은 팀의 핵심이 아닌 롤플레이어로 성장하며 NBA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갔다. 여러모로 상위픽들의 존재감이 현격히 떨어졌던 드래프트로 볼 수 있다. 

 

깜짝 스타들 

이처럼 최상위권 지명자들은 어빙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쉬움을 남겼지만 2011 드래프트가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다. 하위픽으로 뽑힌 자원들 중에서 쏠쏠하게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2011년 드래프트는 훗날 재평가를 받게 됐다. 

8순위로 뽑혔던 켐바 워커는 탑10 지명자들 중 어빙과 더불어 올스타에 선정된 유이한 선수다. 샬럿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친 워커는 자신의 6번째 시즌이던 2016-17시즌 평균 23.2점 5.5어시스트의 활약으로 생애 첫 올스타에 뽑히며 리그 최고 포인트가드 반열에 올랐다. 이후 워커는 4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되면서 자신의 최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워커의 전성기는 너무나 짧았다. 알고도 막기 힘든 폭발적인 크로스오버를 보유한 워커였으나 이러한 움직임을 무릎이 버텨내지 못했다. 연이은 무릎 부상 속 빠르게 전성기에서 내려온 워커는 2022-23시즌 댈러스에서의 생활을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마감했다. 

11순위로 골든스테이트의 유니폼을 입었던 클레이 탐슨은 2011년 드래프티들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선수로 손꼽힐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스테픈 커리와 스플레쉬 브라더스라는 별명을 부여받으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탐슨은 통산 4차례 우승과 5차례 올스타 선정, 올-NBA 팀 2회 선정 등 굵직한 커리어를 보냈다. 

그러나 탐슨 역시 큰 부상을 당한 이후에는 기량이 상당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결국 그는 이번 시즌 정들었던 골든스테이트를 떠나 댈러스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5순위였던 카와이 레너드 역시 상당한 커리어를 보냈다. 당시 레너드를 영입하기 위해 샌안토니오가 애지중지하던 조지 힐을 내주면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후 샌안토니오의 시스템에 녹아들며 빠르게 성장한 레너드는 우승 2회, 파이널 MVP 2회, 올-NBA 팀 6회, 올스타 6회 선정 등 엄청난 커리어를 남겼다. 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포워드가 된 레너드는 현재 클리퍼스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다. 

30순위로 뽑힌 지미 버틀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깜짝 스타다. 커리어 초기에는 존재감이 없었으나 뛰어난 수비와 더불어 공격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뤄내면서 점차 시카고의 에이스를 꿰찼다. 

2014-15시즌 평균 20점 고지를 정복하며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된 버틀러다. 이후 그는 6번의 올스타 선정, 5번의 올-NBA 팀 선정, 5번의 올-디펜시브 팀 선정 등 굵직한 커리어를 남겼다. 특히 플레이오프에 더욱 불타오르는 그의 승부사적인 기질은 버틀러의 커리어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승부욕으로 인해 버틀러는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시카고와 미네소타, 필라델피아에서 활약했지만 모두 끝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마이애미에서도 버틀러는 팀과 갈등을 빚으며 트레이드를 요청한 상황이다. 

2라운드 지명자들 중에서도 깜짝 스타는 등장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아이재아 토마스. 마지막 순번인 60순위로 새크라멘토에게 지명됐던 토마스는 엄청난 공격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이즈 약점을 지워낸 선수다. 

토마스는 자신의 전성기를 보스턴에서 보냈다. 새크라멘토에서 뛰어난 득점력이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토마스는 피닉스를 거쳐 보스턴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5-16시즌 주전으로 올라선 그는 평균 22.2점 6.2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생애 첫 올스타에 올랐다. 

2017-18시즌에는 평균 28.9점 5.9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보스턴의 에이스가 된 토마스다. 토마스의 활약을 앞세운 보스턴은 정규시즌을 동부 1위로 마무리하면서 플레이오프에 나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토마스의 활약은 이어졌다. 2라운드 워싱턴과의 2차전에서는 무려 53점을 퍼부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 부상을 안고 경기에 계속 출전한 것이 결국 토마스에게는 독이 됐다. 고관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 출전을 이어간 토마스는 이후 다시는 이전의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신체적 약점이라는 단점만 남은 채 장점이 사라진 토마스는 더이상 매력적인 선수가 아니었고 이후 토마스는 여러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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