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서고동저' 서부 컨퍼런스가 동부 컨퍼런스보다 기량이 뛰어나다는 말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 이어졌다. NBA 챔피언십을 따낸 팀만 봐도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동부가 우승을 차지한 적은 단 6번. 나머지 12번은 서부의 몫이었다. 그만큼 서부팀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때가 많았다.

이번 시즌 기록을 두고 봐도 알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상위 8팀의 상대 컨퍼런스와 대결 성적을 비교해보자. 동부 8팀이 서부 15팀을 상대했을 때 승률은 51.6%(124승 116패)였다. 반면, 서부 상위 8팀이 동부 15팀을 상대로 승률 64.6%(155승 85패)를 올렸다. 상위권 팀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 스타들이 서부로 넘어갔다. 지미 버틀러(미네소타 팀버울브스), 폴 조지(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폴 밀샙(덴버 너게츠)이 서부로 이적했다. 이에 반해 서부에서 동부로 넘어간 올스타 선수는 고든 헤이워드(보스턴 셀틱스)뿐이다.

지난 2016-17시즌, 득점 부문 탑 30위 안에 든 선수 중 동부 소속은 13명이었다. 그러나 2017 FA 시즌을 통해 여러 선수가 이적하면서 11명으로 줄었다. 원래 득점 자원 자체가 서부로 쏠렸는데, 그 현상이 더욱 심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서부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이번 오프시즌 승자로 불리는 미네소타는 버틀러와 제프 티그, 타지 깁슨 등을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했다. 칼-앤써니 타운스, 앤드류 위긴스, 버틀러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누구보다 탄탄하다. 2004년 이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미네소타가 봄 농구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2라운드, 나아가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 오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여전히 전력이 뛰어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영원한 강자 샌안토니오 스퍼스, 크리스 폴이 합류한 휴스턴 로케츠, 폴 조지가 가세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많기 때문이다. 

5~8위권 싸움도 치열하다. 폴이 빠져나갔으나 다닐로 갈리날리와 두터운 벤치진이 합류한 LA 클리퍼스, 폴 밀샙이 가세한 덴버 너게츠, 본격적으로 트윈타워 시동을 거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등도 빠질 수 없다. 별다른 보강이 없었던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멤피스 그리즐리스도 언제든지 플레이오프를 노릴 수 있다.

반면, 동부 상위팀 중 오프시즌 동안 전력을 보강한 팀은 거의 없다. 보스턴은 헤이워드를 데려오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워싱턴 위저즈, 토론토 랩터스는 현상 유지를 하거나 오히려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다. 샬럿 호네츠, 필라델피아 76ers, 마이애미 히트, 밀워키 벅스 등은 미래가 밝지만 당장 대권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타 선수가 우승을 위해 경쟁이 다소 약한 동부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그러나 동부 선수가 동부 컨퍼런스팀으로 이적하는 건 쉽지 않다. 같은 컨퍼런스 소속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조지를 경쟁팀인 클리블랜드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클리블랜드가 전력 보강을 하는 걸 지켜보느니 차라리 경쟁팀이 아닌 서부로 트레이드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동부 상위팀 중 샐러리캡 여유가 있는 팀이 많지 않았다. 이번 오프시즌에서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한 이유다. 클리블랜드와 밀워키는 이미 사치세에 허덕이고 있고, 워싱턴은 스타급 선수를 데려올 샐러리캡 여유가 없었다. 토론토는 카일 라우리, 서지 이바카와 재계약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들과 계약하면서 샐러리캡 여유가 없어졌다. FA로 풀린 여러 선수들이 있었지만 동부 팀으로 이적하지 않은 이유다.

몇 년 전부터 컨퍼런스 소속, 디비전 소속을 개편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손쉽게 손을 댈 수 없다. 또한 서고동저 현상이 인위적인 흐름이 아닌 자연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갑작스럽게 수정을 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고동저 현상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과연 오는 2017-18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서부 컨퍼런스가 리그를 지배하는 그림이 그려질까. 아니면 동부의 반격 역시 거셀까. 이를 지켜보는 것도 다음 시즌을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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