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지 치어리더는 누구보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치어리더다. 하지만 무대 앞에서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3년 차 치어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혜지 치어리더는 말한다. “치어리더로 오래오래 남고 싶다”고. 그녀를 루키가 만나보았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코로나 학번
안혜지 치어리더는 흔히 말하는 '코로나 학번'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게 멈췄던 시절.
학교를 다닌 것은 단 한 달.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했다. 그녀가 치어리딩의 세계에 발을 들인 계기였다.
"제가 완전 코로나 학번이거든요. 학교를 한 달 밖에 못 다녔어요."
"그러고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까 당연히 운동을 하나도 안 했고요. 그러니까 당연히 몸에 있던 근육이 쫙 다 빠지는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몸이 근질근질하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서현숙 치어리더의 영상이었다.
"현숙 언니의 직캠이 제 알고리즘에 뜬 거죠. 그걸 보고 '나 이거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너무 순식간에 이뤄진 데뷔였다. 면접을 보고 단 이틀 만에 무대에 섰다.
"얼레벌레하다가 안무 다 틀렸었죠 뭐."
안혜지 치어리더가 당시를 회상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원래 춤추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너무 빨리 무대에 선지라 다 틀렸어요. 그런데 다행히 그때가 코로나 때라서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됐거든요. 다행이었죠."
길고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가고, 경기장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관중이 많아질수록 제 심장도 더 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무관중 경기였을 때도 떨렸거든요. 그런데 유관중 경기로 바뀌고 점점 입장 퍼센티지가 높아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 심장도 더 뛰더라고요. 하하하."
"관중이 많아질 때마다 이 일을 새로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겨울 시즌을 마무리하고 야구 시즌에 들어갔는데 야구장에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땐 심장이 옆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너무 떨려서 사람들을 못 쳐다볼 정도였어요. 사람들 앞에서 응원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제가 관중 분들의 수에 압도당했던 것 같아요."
그녀는 본인을 "항상 긴장하고 떠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경기장에서 제일 먼저 하는게 응원 교육과 선수 소개인데, 그때도 동료들한테 '아, 떨려 떨려 떨려'이래요.(웃음)"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요? 따로는 없고 그냥 소리를 지르면서 경기장에 들어가요. 어차피 경기장에서는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제 목소리는 안 들리거든요. 그래서 '떨려!' 이렇게 크게 외치면서 들어가거나 같이 치어리딩을 하는 동료들을 만지고 그래요. 그러면 그 순간에는 좀 괜찮아지고 웃음도 나고 긴장도 좀 풀리더라고요."

세븐틴
안혜지 치어리더가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다. 바로 세븐틴이다.
"처음에는 제가 아니라 친언니가 먼저 좋아했어요. 그분들이 연습생 때부터 TV에 나왔는데 언니는 그때부터 좋아했고 저는 맨날 옆에서 '뭐야, 왜 좋아하는 거야' 이러면서 핀잔을 주고 그랬어요.(웃음)"
"그렇게 지내다가 언니가 한 번은 저한테 세븐틴이 출연하는 방송을 녹화해달라고 부탁을 한 거예요. 그래서 녹화하면서 보는데 한 분이 무대에서 너무 더워서 자켓을 벗는데 그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땀을 막 흘리면서 너무 열정적으로 무대를 소화하는데 그때 깨달았죠. 아, 나 이 사람들 좋아하는구나.(웃음)"
"제일 좋아하는 멤버요? 호시라는 분이예요. 춤을 되게 잘 추는 분인데 진짜 멋있어요. 지금도 무대 영상은 만힝 보는데 사실 일을 시작한 뒤에는 무대를 보러 직접 간 적은 없어요. 시간이 안 맞더라고요.“
"사실 제가 진짜 팬이어서 콘서트, 팬미팅, 음악 방송 이런 데 맨날 갔거든요. 치어리딩을 시작하는 아예 못 갔어요. 시간이 아예 안 맞더라고요. 진짜 속상해요."
누군가의 열정적인 팬으로 직접 살아본 경험 덕분일까.
안혜지 치어리더는 평소 팬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SNS 게시물에 팬이 자신의 이름을 태그하면 그걸 무조건 공유해줄 정도라고.
"정말로 그런 평가가 있어요?"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깜짝 놀란다.
"너무 감사하네요. 사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오시는 팬분들이 해달라고 요청하시는 거 다 해드리려고 해요.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드리고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잖아요."
"SNS 게시물은 웬만하면 다 공유해서 올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많이 올려요. 만약에 올리기 좀 어렵다 싶으면 최소한 '좋아요'라도 누르려고 해요. 저라는 사람을 좋아해주시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잖아요. 감사한 마음에 그런 부분이라도 더 신경쓰려고 해요."

P의 정석
안혜지 치어리더의 첫 농구 치어리딩은 2022-2023시즌이었다. WKBL 우리은행 치어리더를 맡았고, 올 시즌부터는 KBL SK까지 맡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이 진짜 너무 레전드였죠.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제 소속 팀이 남자 농구를 이번 시즌부터 하게 됐거든요. 너무 빠져버렸어요. 너무 너무 멋있고 응원할 맛이 나요."
"3점슛을 멀리서 던져서 들어가면 너무 신기하고, 특히 남자농구는 몸싸움이 거친데 그걸 보면 선수들이 엄청 진심으로 경기를 하는 것 같아요."
"농구 치어리딩요? 어렵죠. 저는 농구를 보다 보면 응원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경기만 보게 되더라고요.(웃음) 공을 다 따라가면서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정신 차리면 경기만 보고 있더라고요. 그 정도로 농구는 진짜 재밌어요."
안혜지 치어리더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SK 오세근이다.
"저희가 선수분들 등번호를 각자 하나씩 달거든요. 저는 오세근 선수 등번호인 41번을 달고 있어요."
"등번호는 선탁순으로 골랐는데, 저는 남자 농구 응원은 처음이니까 잘 몰라서 고민하다가 이 선수 할래요 하면서 골랐거든요. 그런데 그 분이 진짜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이 코트에 나오면 더 신이 나요. 오세근 선수가 잘할 때마다 행복하더라고요. 선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내 등번호 선수잖아' 이러면서 신나요.(웃음)"
경기장에선 누구보다 밝고 치어리딩을 즐기는 그녀이지만, 실제 MBTI의 첫 글자는 'I'라고 한다.
"제가 원래는 INFP의 정석이었거든요." 안혜지 치어리더가 쑥쓰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P만 빼면 다 반반씩 나더라고요. 실제로 요즘엔 성향이 다 반반이에요. 그래서 검사를 하는 시기나 컨디션마다 결과가 좀 다르게 나와요."
"그런데 P는 90%예요. 유일하게 그대로예요.(웃음) 일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계획도 사실 잘 안 세우는 편이에요. J랑은 오히려 절대 안 싸우는 것 같아요. J가 계획을 세워오면 저는 그냥 좋다고 다 따라다녀요.(웃음) 꼭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호불호가 잘 없는 편이기도 해요."
안혜지 치어리더는 자신을 전형적인 '집순이'라고 소개했다. 쉬는 날에는 침대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갈 정도라고 한다.
"진짜 침대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나갈 때가 많아요. 웬만하면 침대에서 하루종일 자고 그래요. 사실 제 생활 패턴이 일반적인 패턴의 반대거든요. 정말 아침에 자고 밤에 일어나요. 일을 하면 피곤해지니까 그냥 몰아서 하루 종일 잠을 자고 그래요. 쉬는 날은 웬만하면 그래요."
"한번 자기 시작하면 그냥 눈이 떠질 때까지 자는 것 같아요. 모든 알람을 다 꺼놓고요. 눈 떠질 때까지 잠을 자다가 눈이 떠지면 바로 '배민'을 켜요.(웃음) 먹고 싶은 걸 시켜서 먹고 또 다시 자는 거죠."
"그래서 낮 경기 치어리딩이 잡히면 사실 너무 피곤할 때가 많아요. 2시 경기를 하면 최대한 잠을 자고 오려고 하는데 생활 패턴 때문에 1-2시간 정도 자고 현장에 갈 때도 많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잠을 안 자고 경기장에 가면 응원할 때 더 미치는 거요.(웃음)"
"잠을 한 두 시간만 자고 경기장에 일을 하러 가면 더 정신줄을 놓고 응원하는 것 같아요. 텐션이 막 올라가더라고요. 그러다가 경기 끝나는 순간 텐션이 확 사라지고요.(웃음)"
안혜지 치어리더의 목표는 오랫동안 지금의 일을 하는 것이다.
"항상 하는 말이에요. 30살 넘어서까지도 치어리딩을 하고 싶다고요. 치어리더로 오래 활동하고 싶어요."
"가장 큰 이유는 이 일이 재밌어서예요. 그동안 노력하고 연습해온 것들이 있으니까 더 계속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언니들을 보면 더더욱 더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루키 독자 여러분, 안혜지 치어리더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재밌게 응원하는 치어리더가 될테니 이쁘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안혜지 치어리더 프로필>
출생 : 2001년 10월 20일
경력 : 두산 베어스, FC 서울, GS칼텍스, 아산 우리은행, 인천 대한항공, 서울 SK
MBTI : INFP
인스타그램 ID : hhhhh__ji



사진 = 이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