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①편에 이어... 

5년 만의 케이티, 그리고 ‘감독’ 조동현
박지영(이하 '지영'): 그렇게 5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어요. 팀과 감독님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했나요? 
김영환(이하 '영환'): 감독님의 카리스마에 기가 죽어있는 스타일이랄까요? 하하하. 선수들이 조금 어려워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도 선수단끼리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항상 어떤 경기를 하던 기죽지 않게,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영: 조동현 감독과는 KT에서 선수로 같이 뛰어본 사이잖아요. 이제는 감독과 선수로 만났는데 어때요?
영환: 제 스타일을 알고 계시니까 조금 더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아요. 아직 저는 팀에 적응하는 단계라 많이 도와주려고 하세요. 그런데 솔직히 운동할 때는 더 어려운 면이 있어요. 조 감독님과 함께 선수생활 할 때는 제가 스물여섯 정도? 한참 어리고 뭣 모르고, 군기가 바짝 들어있을 때니까요.(웃음) 뭐라고 하면 무조건 열심히 뛰어다녔으니까요. 그런 저의 신입 때의 모습만 봤었으니 그때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모습을 보시면 더 질책하지 않으실까요? 아무래도 신입의 패기를 따라가기엔 나이가...(웃음) 벌써부터 6월이 두렵네요. 하하하. 안 왔으면 좋겠어요. 

지영: 감독과 선수의 중간역할을 하는 주장의 자리는 힘들고도 중요할 것 같아요.
영환: 그렇죠. 운동할 때도 그렇고, 열심히 하려고 더 노력해요. 중간역할이 힘든 것 같아요. 솔직히 원래 제 성격이 많이 나서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래서 ‘주장’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하죠. 저는 그냥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랄까요?

지영: 정말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것도 잘 할 수 있었던 거죠?
영환: 믿고 맡겨 주시니 최선을 다해야죠. 힘들어요, 솔직히. 하하. 제가 좀 그런 건 있어요. 힘들더라도 속으로 이겨내자는 생각이 강해요. 제 삶의 좌우명이 ‘뭐든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들이자’에요. 그리고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하지 말자’는 마인드죠. 시작을 했으면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하자.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들이면 농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모든 것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뭘 하던지 그런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좌우명대로 실천을 하고 있어요.

지영: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푸세요?
영환: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티를 안낼 뿐이에요. 그럴 땐 가족이 제일 큰 힘이에요. 와이프도 보고 애기들 보고요. 만약 ‘진짜 힘들다’고 하면 조용한데 드라이브 하면서 미친놈처럼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고요.(웃음) 노래도 못하는데 혼자 막 따라 부르고요. 운동선수라 몸이 생명이다 보니까 술을 시즌 때 마시면서 풀고 하는 건 자제해야 하니까요. 혼자 풀려고 노력해요. 

축구가 좋았던 키 큰 어린이, “농구가 뭐에요?”
지영: 농구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영환: 초등학교 4학년 때요. 키가 크다고 농구를 권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농구가 뭔지 몰랐어요. 축구부 들어가고 싶었는데 농구를 하라고 해서 농구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당시 직접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공을 던져서 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지영: 농구를 몰랐다고요?
영환: 네. 그냥 어렸을 땐 한창 운동 자체를 좋아해서 시작했어요. 전학까지 갔죠. 원래 창원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농구 때문에 마산으로 전학까지 갔는데 일주일 하니 정말 죽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한테 일주일 만에 “못 하겠다! 안 한다”고 했더니 “도대체 넌 왜 그러냐”고 나무라시더라고요.

지영: 김영환 선수도 어렸을 때부터 우직하진 않았네요...
영환: 에이. 사고만 안쳤지 사고뭉치였어요.

지영: 그 이후 어떻게 농구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건가요? 
영환: 감독님, 코치님이 “이제부터는 그렇게 힘들게 안 한다”고 안심을 시켰어요. 알았다고 하고 그간 며칠은 운동을 조금만 시키니까 속으로 ‘할 만 하네’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힘들게 운동시키고 전 또 못하겠다고 하고요.(웃음) 감독님, 코치님께 속았죠.

지영: 슬럼프는 없었나요?
영환: 초등학교 때는 우승도 했었고, 딱히 힘든 점이 없었어요. 그런데 남자는 2차 성장이 늦잖아요.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중학교 형들이 너무 힘도 세고 잘하니까 충격을 받았죠. 중학교 2학년 때 무릎부상도 있었어요. 그때 당시는 지금처럼 재활개념이 없었어요. 시골에서 MRI나 정밀검사 받을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그때 다쳤던 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당시에 빨리 알고 좋은 시스템을 통해서 재활을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많이 힘들었죠. 친구랑 둘이 산에 올라가서 과자 먹고... 중학교 때부터 많이 방황을 했어요. 농구도 안됐고, 농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피지컬이 타고 난 사람과 차이가 나니까 ‘나는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지영: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뭐였나요?
영환: 철이 그나마 들었던 때라... 부모님 생각도 하고 하니 ‘농구로 성공해야겠다’ 싶었어요. 다행히 고 1때 키도 크고요. 1년에 16센티미터 정도? 그 이상 큰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워낙 은사님께서 개인기술을 중요시 하셨고, 저도 키가 크면서 힘도 붙으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딸 바보’인 무뚝뚝한 아들
지영: 
효자일 것 같은데. 어떤 아들인가요?
영환: 정~말 전형적인 경상도 무뚝뚝한 아들? 전화해도 1분 이상 넘어가지를 않아! 생각해보니 지금 트레이드 되고 어머니한테 전화도 아직 못 드렸네요. 오늘 전화 드려야겠어요. 워낙 애교도 없고 표현도 잘 못해요.

지영: 그 애교를 딸에게는 다부리지 않나요? 
영환: 하하하. 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요. 보면 좋고 하나하나 다 예쁘고 사달라는 것 다사주고. 그러다가 와이프한테 혼나기도 하고요. 아이랑 시간을 많이 못 보내니까 딸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아내가 배려해줘요. 아들도 그렇지만 딸이 아빠와 더 친해질 수 있게 아내가 기회를 많이 만들어요. 뮤지컬이나 영화나 티켓도 끊어주고요.

지영: 와. 현명하시네요. 아들, 딸, 현명한 아내! 다 갖춘 남자네요!
영환: 하하하. 와이프한테 감사해야죠.

지영: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어요? 
영환: 물질적인 것보다 사랑을 주고 싶어요. 돈이야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사랑은 한결같이 줘서 아이들이 밝은 분위기에서 자랄 수 있었음 해요. 공부 뭐 이런 건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것보다도 항상 밝게 커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공부 잘하네”보다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사랑받은 티가 많이 난다”는 얘기 들었을 때 너무 뿌듯하고 행복할 것 같아요.

지영: 그렇다면 어떤 남편인가요?
영환: 나쁜 남편이죠. 나쁘게 해서 그렇다기보다 아이 둘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가 가끔씩 가서 애들을 봐줘도 몇 시간만 있으면 죽겠는데... 그걸 저 없이 밤낮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정말 잘 해야겠다’ 생각해요.

지영: 김영환 선수의 러브스토리는 어떻게 되나요?
영환: 스물 여섯 때? 소개팅을 했는데 만나자 마자 좋다고 얘기를 하고 대시를 했죠. 눈빛이 싫어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한번 노력은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좌우명대로 최선을 다했죠.

지영: 이럴 때 좌우명이 빛을 발하네요?(웃음)
영환: 하하하. 네. 성격이 너무 잘 맞았어요. 아내가 FM적인 스타일이에요. 술도 잘 안 먹어요. 지금까지 딱 한번 같이 마셔봤어요.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가 잘 맞았죠. 운동선수는 운동을 하는데 여자 친구가 밤늦게 활동하면 신경 쓰이고 걱정되니까... 지금도 집에 가면 10시 반에 애들 재우고 저희도 자고... 그런 패턴도 잘 맞고요. 워낙 배려심이 많아요. 제가 감사해야죠.

지영: 부인은 경기를 항상 지켜보시나요?
영환: 잘 몰라요. 사실 다칠까봐 잘 못 보더라고요. 체육관에 잘 안 오는 게 아이들이 있으니까 못 오는 것도 있겠지만, 혹시나 제가 다치거나 넘어지는 것을 볼까봐 안 오는 것도 있어요. 농구에 대해서는 가끔씩 얘기를 해주기는 하지만 깊게는 하지 않는 편이에요.

지영: 어떨 때 가장 고마운가요?
영환: 힘들 때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할 때가 가장 고맙죠. 힘들 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와이프 밖에 없으니까요. 워낙 배려심이 많아서 걱정도 돼요. 아이가 아픈데도 걱정할까봐 티도 안내고요. 애들이 아프면 밤에 잠도 못자거든요. 그럴 때 마다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고 선택한 농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지지해주니까 농구를 잘하면서 보답해야죠. 잘하면 수입도 많아지니까요. 하하하.

‘최고’보다 ‘최선’으로 기억되길
지영: 
요즘 프로야구의 이승엽 선수나 이호준 선수처럼, 은퇴를 예고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은퇴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영환: 저도 똑같아요. 등 떠밀리듯 은퇴 하는 것보다 때 내가 정말 몸이 안 될 것 같을 때, 먼저 얘기를 하고 쿨 하게 떠날 수 있는 그런 모습이 가장 좋은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어요. 선수로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좋은 모습일 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지영: 은퇴 이후 코치를 하고 싶다는 얘기도 들었고, 후배들도 잘 챙긴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더 어린 선수들을 눈여겨보시는 것 같아요.
영환: 물론 평생 농구를 해왔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선수이기 때문에 농구를 더 잘하고 싶죠. 당장은 그런 생각이 별로 없어요. 선수생활 할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에겐 선수로서의 역할과 생활이 더 중요해요.

지영: 은퇴 전 선수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영: 우승도 그렇지만, 마음 같아서는 태극마크를 달아 보고 싶어요. 꿈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목표를 가져야 선수가 발전할 수 있는 거고요. 운동선수라면 모두의 꿈이지 않을까요? 

지영: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영환: “저 사람, 그래도 자기 자리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을 하던 어느 자리에 있던 최선을 다한 선수였다고요. 

지영: 김영환 선수에게 농구란 뭔가요?
영환: 음… 제 전부요. 저의 모든 포커스는 농구니까요. 이걸 해도 농구, 저걸 해도 농구, 농구 외에는 생각해 본 것이 없어요. 평생 농구 빼고 다른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제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영: KT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영환: 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KT로 오게 되기도 했고, ‘조성민’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게 돼서 실망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이 팀에 와서 정말, 조금이나마 보탬에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 떠나보낸 사람은 잘 보내주시고(웃음) 이제 온 사람에게 환영해주시고 많은 응원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체육관 많이 찾아와서 힘을 실어주셨으면 해요. 감사합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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